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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란 선악의 문제 아닌 이익의 균형점 찾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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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란 선악의 문제 아닌 이익의 균형점 찾는 문제"
  • 경인경제
  • 승인 2018.12.27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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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자 데이비드 데스테노 저서 '신뢰의 법칙'
[경인경제 이지숙 기자] "신뢰란 선악의 문제 아닌 이익의 균형점 찾는 문제"


인간은 남과 자신을 신뢰하도록 태어난 존재일까, 아니면 불신하도록 태어난 존재일까? 생각하기에 따라 둘 다 맞는 말 같기도 하고 틀린 말 같기도 하다.

미국 노스이스턴 대학 사회심리학자 데이비드 데스테노 교수는 어느 한쪽에 초점을 맞춰 선악을 따지는 것은 실질적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선이나 악이 아니라 최적화가 인간 심리의 특징이라는 것. 안전과 이익을 좇는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신뢰 게임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

데스테노 교수의 신간 '신뢰의 법칙'은 신뢰란 과연 무엇이며 그것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좌우하는지 분석했다. 신뢰와 마음의 작동 방식을 도덕적 차원이 아닌 심리적 관점에서 살핀 저서다.

예를 들면, 부자들은 대체로 거짓말을 잘하고 빈자들은 남을 쉽게 믿는다. 같은 사람이라도 부자가 될 때와 빈자가 될 때 말과 행동이 하루아침에 싹 달라진다. 이는 부에 그치지 않고 권력도 마찬가지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는 이렇듯 심리와 언행의 차이가 크다.

저자는 그 사례로 교차로 풍경을 든다.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는데 저만큼에서 승용차가 달려온다. 한 대는 저가 소형 차량인 마티즈, 다른 한 대는 고가 대형 차량인 페라리. 마티즈가 달려올 땐 마음 놓고 건너던 보행자가 페라리 앞에선 우뚝 멈춰 선다.

운전자 움직임 역시 차량 크기와 가격에 따라 크게 달랐다. 5단계로 나눈 계층 피라미드 맨 아래에 있는 운전자들은 100%가 차량을 멈췄지만, 맨 위에 있는 운전자들은 50%가 속도를 더 높여 법규도 무시한 채 쌩쌩 지나갔다. 돈과 권력에 따라 이렇듯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저자는 신뢰성이란 고정성이 아닌 역동성을 지닌다고 말한다. 불변이 아니라 가변적이라는 얘기다. 사람 마음은 당장의 만족을 얻으려는 충동과 장기적 개선을 이루려는 충동이 교차하는데 부와 권력을 가질수록 장기적 이익이 아닌 단기적 이익에 집중한다.

그러면서 이탈리아 파시스트 베니토 무솔리니 말을 상기시킨다.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 건 좋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건 더 좋다."

권력은 단기적 이익과 장기적 이익 사이의 거래에서 단기적 이익에 집중하기 마련인데 신뢰를 저버리고 명령을 내리며 무력과 공포, 억압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속성을 지닌다.

저자는 결국 신뢰란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이익의 균형점을 찾는 문제라고 정리한다. 인간은 늘 단기적 이익과 장기적 이익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하는 어느 지점에 서 있고, 한 사람의 신뢰성이란 당시의 상황적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가난한 사람들이 남을 더 쉽게 믿는 경향을 보이는 건 다른 사람의 협력과 선의가 아니고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기 때문.

반면에 부와 권력을 얻으면 사람이 변하고 신뢰를 저버리기 마련인데 이는 그렇게 해도 스스로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고 그렇게 해야 더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요컨대, 사람들이 타인을 신뢰하고 자신도 신뢰받을 만한 사람이 되려 애쓰는 것은 그래야 혼자서 얻기 힘든 자원과 이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내일 자신의 등을 긁기 위해 오늘 다른 사람의 등을 긁어주는 것. 그런데 등을 긁어주리라 믿은 사람이 당신 등에 칼을 꽂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 요소를 안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신뢰에는 피할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린다.

저자는 신뢰란 상호 모순되는 이해관계와 능력을 바탕으로 상대방 속마음을 읽어내야 하는 일종의 도박이라며 이렇게 말한다. 왠지 씁쓸함이 느껴지는 결론이다.

"신뢰가 기본인 세상은 배신자들의 낙원이다. 여기서 배신 전략을 선택한 돌연변이가 무작위로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 아무도 이들의 성공을 제지하지 못한다. 이들은 다시 게임에서 우위를 차지한다. 이후 협력 전략들이 거의 자취를 감추고 난 뒤에야 신뢰가 다시 고개를 든다. 여기서 우리가 배울 점은 단일 전략으로는 신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최고의 전략은 하나가 아니다. 다시 말해 이기심과 협력, 그리고 불신과 신뢰는 역동적인 균형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존재한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360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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