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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생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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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생일상
  • 서순석 시조시인/수필가
  • 승인 2023.07.10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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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며 문 열고 들어오는 딸아이가 선물이라며 무릎 아래에 종이봉투를 놓았다. 생신 축하드려요 하며 웃으면서 방문을 나선다. 솔직히 말로는 뭘 이렇게 돈을 쓰냐고 한마디 했지만 입이 귀에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운동화다. 며칠 전 집사람이 배가 요즘 돋보인다며 타박한 것이 영향을 미쳤나 보다. 운동을 하긴 하지만 건너뛰는 날이 많아 스스로 생각해도 효과가 있을까 의심이 가긴 한다. 그러나 어쨋건 간에 역시 딸을 키우는 맛이 이것이라는 넉넉한 마음이 절로 생긴다.

생일 아침상은 당연히 미역국이다. 먹을 때마다 국 중의 왕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역국을 먹을 때마다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난다. 각인 효과는 동물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남매 맏이인 나는 동생들이 태어날 때마다 미역국을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느꼈을 미각과 후각이 미역국을 먹을 때마다 강하게 되살아나는 듯하다. 거기에 더해서 아내가 끓여 주는 미역국에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제는 새삼 고맙다는 느낌이 든다.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생일 아침마다 미역국을 상 위에 올려줬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지나놓고 보면 이 또한 보통 일이 아니다. 이십대 중반에 결혼해 지금까지 생일 때마다 미역국을 끓여 주고 있다. 벌써 삼십 년 세월이 훌쩍 넘어갔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할머니 생신 때마다 내가 맡은 일이 있었다. 동네 어르신들께 아침 진지 드시러 오라고 심부름 다니던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생일에 아침 먹으러 가는 이웃들은 없다. 전통은 아니라도 변화된 세월에 무상감이 쌓인다.

지금 기억에 초등학교(그 당시에는 국민학교) 졸업 때까지 내 생일에는 수수팥떡을 먹었었다. 장남이라고 특별히 여동생들과는 다르게 할머니께서 꼭 챙겨 주셨었다. 그러나 지금은 떡가게에서도 그 수수팥떡마저 구경하기가 힘들다.

몇 년 전 며느리가 새 식구로 들어오고부터 내 생일에는 꼭 외식을 하는 것이 관례가 됐다. 올해도 온 식구가 근처 식당에 갔다. 그 때는 꼭 식당에 아이들 방이 따로 있는 곳을 찾는다. 손주들 때문이다. 뒤늦게 나도 아이들 키웠을 때를 생각하며 부끄러웠지만 식당에 꼬맹이들 몇 있으면 그날 식사는 난장판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최근 어느 식당에서 일곱 살 이하 어린이는 출입 사절이라는 팻말을 걸어놓아 뉴스가 된 일이 있었다. 비판적인 시각이 대부분이었지만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는 동감이 가는 대목이 있기는 하다.

자리를 잡고 보니 마침 옆자리에서는 상견례가 이뤄지고 있는 듯했다. 수줍은 두 청춘 남녀 옆으로 반백의 부부가 마주 앉아 서로 덕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흘렀다.

돌아오는 길에 차창 앞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유난히 황금빛으로 찬란하다. 비록 내가 어렸을 때처럼 내 생일에 손주 녀석이 돌아다닐 동네는 없고 아파트 촌뿐이지만 이만하면 족하다는 생각에 하루가 뿌듯하다. 변함없이 아침에 먹는 생일 미역국은 맛있으니까.


서순석 시인
서순석 시인

약력

1957 서울생 1995 시조문학 ‘백자송’천료 등단
한밭 시조백일장 입상 중앙일보 시조백일장 입상
현재 경기시조시인협회 고문
수원문인협회 시조분과위원회위원장
시집 : 내 자리 네 옆자리 외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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