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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좋은 시]하늘 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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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좋은 시]하늘 분양
  • 홍숙영 시인
  • 승인 2023.07.10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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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 없다는 부동산 사장을 졸라
옥탑방에서 하늘을 분양받았죠
창을 넘는 햇살은 무허가
손끝에 박인 슬픔의 굳은살을 누르며
빛바랜 천장을 밀쳐내면

곱창 같은 골목 군데군데 시멘트를 덧댄 가난에 걸려 넘어질 뻔했지만

바람벽을 붙잡고
하루를 질끈 묶은 노을에 잊었던 약속이 생각났어요
얼마나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걸까요
아침저녁 커다란 창을 열고
거실에 수평선을 들이자고 했죠
창으로 넘어오는 파도 소리 들으며
잔잔한 물결처럼 살자던 그때

이미 어긋난 첫걸음이 시작된 거죠
얌전한 바다도 바람의 등쌀에 화를 내며
무엇이든 삼켜 버리잖아요
그렇게 휩쓸려 다니다
어느 순간 손을 놓아버린 거예요

그 끝을 잡고 나는 나를 말려요
잘려나간 미래가 문틈으로 부풀어 올라요


홍숙영 시인
홍숙영 시인

한세대학교 교수, 프랑스 파리2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박사.

2002년『현대시문학』시 당선, 2014 소설문학 ‘푸른 잠자리의 환영’ 발표

시집 『슬픈 기차를 타라』, 저서 『스토리텔링 인간을 디자인하다』,

『창의력이 배불린 코끼리』 등

 


시평(詩評)

이 시를 읽는 순간 왜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라는 김광균의 시, ‘추일서정’이 생각날까. 그것은 행간마다 은은히 펼쳐지는 비유와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공허한 감정이 서정적으로 다가오고 부족한 삶을 오히려 풍요로운 삶으로 회화시키는 마법의 시라고 할 수 있다. 도심의 집값 전세 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가진 돈으로는 도저히 구할 수 없는 방, 결국 얻은 것이 옥탑방이다. 그럼에도 시인은 이를 하늘을 분양받았다고 위안을 삼는다. 옥탑방의 특혜는 하늘의 풍경을 차용하여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찬란한 햇살로 굳은살 같은 슬픔을 녹여내는 것이다. 시인은 곱창 같이 꼬불꼬불한 좁은 골목길에서 어깨 부딪히며 사는 것이 우리의 인간사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커다란 창과 창너머로 들려오는 파도소리, 시인의 상상속 날개는 하늘을 향해 훨훨 날아가는 것이다. 지금은 힘들고 어렵지만 보이지 않는 미래가 그 옛날 어릴 때 읽었던 동화 ‘다섯 개의 완두콩’ 같이 문틈에서 부풀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 정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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