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로그인 회원가입
  • 서울
    B
    미세먼지
  • 경기
    B
    미세먼지
  • 인천
    B
    미세먼지
  • 광주
    B
    미세먼지
  • 대전
    B
    미세먼지
  • 대구
    B
    미세먼지
  • 울산
    B
    미세먼지
  • 부산
    B
    미세먼지
  • 강원
    B
    미세먼지
  • 충북
    B
    26℃
    미세먼지
  • 충남
    B
    미세먼지
  • 전북
    B
    미세먼지
  • 전남
    B
    미세먼지
  • 경북
    B
    미세먼지
  • 경남
    B
    미세먼지
  • 제주
    B
    미세먼지
  • 세종
    B
    미세먼지
[정명희의 문학광장]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 시절인연
상태바
[정명희의 문학광장]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 시절인연
  •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 승인 2023.06.23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명희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수원문인협회장

그녀는 내 기억 속에서 최고의 반려자였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는 스물여덟의 고운 새색시로 무척 밝고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직장 동료로 만났다. 그녀와 나는 정확히 12살 차이가 나는 띠동갑이었다.

업무를 같이 보면서 스스럼없이 친해지게 되는 것은 오로지 그녀의 몫이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그녀는 언제나 내 곁에 있었고 나를 따르며 행복해했다. 직장에서의 속상한 일도 남편과의 다툼도 그녀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했다. 어떤 때는 깜짝 놀랄 정도로 어떻게 이런 말까지 나에게 할 수 있을까 의아할 정도였다.

그런 보이지 않는 그녀의 관심과 믿음 때문에 나는 직장생활을 아주 편안하게 우쭐거리기도하며 몇 년을 보냈다. 누군가 응원해 주고 믿어 준다는 것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기 때문이었다.

정말 그녀는 나에게 만큼은 속이는 게 하나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비밀스런 일들까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객관적으로 자신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분석하며 이야기하는 그녀가 신비롭기가지 했다. 그 바람에 우리는 더 친근하게 되었다. 때로는 선배로 때로는 친구로 나중에는 그저 막역한 우정으로 관계를 쌓아갔다. 그러다 보니 그녀에게 나도 나의 아픔을 이야기하기도 했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묘한 것은 세월이 가면서 거꾸로 나는 그녀에게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허물없이 이야기하고 고민을 말하는 사이는 평생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경우인데 열두 살이나 어린 그녀와 나는 그렇게 자연스러운 사이가 되어 버렸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남편까지도 친근하게 되어 셋이 영화를 본다거나 식사를 한다거나 산보를 하는 것을 즐겼다. 그녀의 남편은 배우라고 할 정도로 미남형이었으며 음식솜씨도 좋았다. 가끔 직장에 먹거리를 해 와서 동료들과 나누어 먹기도 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어느 땐가 그녀가 남편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이야기하는데 가슴이 두근거려서 혼이 났다. 그이유는 그녀의 남편이 묘령의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고 하면서 자세히 상황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 소리를 들은 나는 무어라고 말하고 싶은데 할 말을 못했다. 공연히 내 일처럼 두근거려서 내심 어쩔 줄 몰랐다. 그저 무슨 말을 해도 도움이 안 되겠다 싶어서 듣기만 했다. 그녀의 남편은 결이 참 고운 남자였다. 우리 셋이 만날 때는 한 번도 찡그리거나 화를 내는 법이 없었고 이야기도 잘 들어 주는 편이었고 대단히 자상했다. 그 부부의 사이가 부러울 정도로 좋아 보여 그마저도 나에게는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 중의 하나였다. 그런 그가 아내를 외면하고 바람을 피우다니 내 생각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때문에 서로 사이가 서먹서먹해질 때도 그녀는 남편과 함께 식사도 하고 영화도 보면서 나와 함께 자리를 같이했다. 물론 준간 중간 빗대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성을 넘지는 않았다.

지나고 보니 어리석게도 나는 그 상황에서 그녀를 대신해 그녀의 남편에게 충고 한 번 하지 못하고 눈치만 본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나의 논리는 스스로 그 난관을 헤쳐 나갈 수밖에 없다는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얼마간 착잡하고 미묘한 시간이 흐르던 중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동안의 과정을 이야기했다.

너무나 속상해서 인터넷 채팅을 하다가 몇 살 어린 젊은 남자를 만나서 여러 번 잠을 잤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내게 아무런 느낌도 주지 않았다. 너무나도 담담하게 이야기를 해서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착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나는 그녀가 정말 그런 행위를 했을까 믿기지 않지만 그녀는 그 일로 인해서 남편의 외도에서 오는 좌절감과 상실감을 상쇄해 나가는 느낌이었다.

얼마 후 그녀와 그녀의 남편과 자리를 같이했을 때 그전만큼은 아니지만 서로는 평온한 상태롤 돌아온 듯 보였다. 나 역시도 남편의 건강문제와 직장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때라서 무심히 그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리고도 몇 년 후에 그녀는 승진을 위해 밤낮으로 도서관에 가서 시험 준비를 했다. 그녀의 열정에 탄복한 나는 그녀가 공부하는 도서관에 가서 야식을 사 먹이기도 하고 마음속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노력은 결실이 되어 승진시험에도 합격을 하고 최연소로 발령을 받아 멋진 관리자로 탄생했다.

세월이 지나 직장에서 퇴직한 나는 사회생활에 골몰해 그녀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가 요즈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녀의 남편이 갑자기 내게 물어왔다.

‘시절인연’에 대하여. 자기가 알고 있는 내 주변의 사람들은 ‘시절인연’이었느냐고 물었다. 즉 주변을 떠난 사람들이 많은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런 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아서 돌이켜 보니 그 말이 맞는 것도 같았다. 그녀의 남편은 내가 연락이 너무 없어서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았다.

아직도 내 마음 속에는 그녀가 살아있고 나에게는 최고의 사람인 그녀가 있는데. 그들 부부는 나마저도 ‘시절인연’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서운한 대목이었다.

그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며 문득 ’시절인연‘이란 슬프고 허무한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시절인연‘이 되지 말고 오래 기억되고 함께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출처 : 새수원신문(http://www.newsuwon.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