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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들꽃 피는 세상 언저리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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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들꽃 피는 세상 언저리에는...
  •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 승인 2022.05.16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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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아직도 듬성듬성 얼룩 진 들판에 나붓나붓 피어나고 있는 아기 꽃들의 해마중이 분주한 봄이다.

여기저기 산들에는 이미 초입의 봄을 떠나기 위해 더욱 보이지 않는 아우성이 물씬 느껴진다. 먼 산등성이로 연두색 몽글한 번짐이 깊어가는 걸 어쩌지 못해 하늘빛은 근심 투성이인 채광으로 표정이 밝지 않다.

바람이 불어오는지 숲 사이 얼핏 보이는 덜 진한 진달래의 꽃잎이 애처로운 얼굴로 지난 시간을 그리워하듯 파들거린다.

이런 시간 심령스런 한 사내가 주술 깃든 피리를 들고 행궁동 길을 휘적휘적 나타났다. 그의 눈썹은 빳빳하고 그의 눈빛은 서기가 서려 아무나 바라보지 못할 정도로 눈부시다. 누군가를 위해 준비한 사람처럼 오랜 시간의 흔적 뒤에 숨어 있는 음률을 기억해 내어 듣고 싶은 사람의 심장을 후려치는 감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듯 표정이 비장하다. 그 비장한 마음은 보통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순진한 여류시인은 이미 그의 말에 녹아서 한순간의 해찰도 없이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빠져들었다.

“저는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보면 하루가 행복하답니다. 하루의 모든 시간을 빼앗겨도 좋기만 합니다.”

“꽃대가 올라오고 꽃잎을 피워내는 모습 속에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꽃들의 소리를 알아챌 수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인데, 꽃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특별한 하느님의 은총일 것이다. 그는 말하고 있다.

“가끔은 바람이 귓불을 간지럽힐 때 바람의 속삭임을 들을 때가 있어요.

그 속삭임의 감미로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지요.”

사람들이 삶에 지쳐 허덕일 때도 그는 주술의 피리를 불고, 이름없는 풀꽃이라 하여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하염없이 앉아서 대화하는 그 사내.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의 취미생활은 깊어져 낭만은 산과 들에 있다.

그것을 수십여 년 간 지켜보고 지켜주는 그의 아내는 덧붙여 말할 나위 없이 천사일게 틀림없으리라. 문득 천사와 천사가 만나면 무엇이 될까. 생각해 본다. 어느 때는 한참동안 이름 없는 작은 풀꽃을 바라보다가 헛디뎌 몸을 다칠지라도 풀꽃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남자.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그의 정신은 순수한 천사들의 마음이리라.

은방울꽃의 방울소리를 들으며 둥굴레 꽃잎의 전설을 생각하고, 가만히 지켜보며 걱정해 주는 아내 옆에서 민들레 꽃잎 개수를 세는 남자. 시인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그 남자. 달빛 가득 한 밤거리에 나가 무슨 말을 하려 하는지 달빛을 받으며 달이 품은 속 깊은 이야기를 들으려 애쓰는 남자. 아이들을 데리고 숲으로 산으로 들로 자연의 소리를 알아듣게 하려고 애쓰는 사내. 바로 그 사람이 시인이라면, 때로는 그의 집 앞에서 나오라 소리 지르며 고래고래 세상의 불평불만을 쏟아내 주는 상대가 되어주는 사내. 밤새도록 삶에 찌든 이야기를 뱉어내는 남자를 묵묵히 바라보는 정경은 바로 인간적인 면모이다.

그런 사내의 이야기는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민들레 꽃씨처럼 널리널리 날아서 외로움 많은 누군가의 창가에 내려 앉아 위로와 사랑의 말을 들려주는

전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님 더욱 철저히 제대로 된 시인이 되어 세상 사람들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를 시어로 널리널리 퍼지게 하는 시인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사과 꽃 피는 봄날, 하얀 웃음으로 세상을 밝히는 사람 그 사내의 마음 속에 아름다운 심성의 천사가 함께 하염없는 꽃을 피우고 무한대의 주옥같은 시를 팝콘처럼 터 트려 주었으면 좋겠다. 훗날 이러이러한 사내가 수원 어느 한 곳에 영원한 시인으로 회자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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