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로그인 회원가입
  • 서울
    B
    14℃
    미세먼지
  • 경기
    B
    미세먼지
  • 인천
    B
    미세먼지
  • 광주
    B
    11℃
    미세먼지
  • 대전
    B
    미세먼지
  • 대구
    B
    미세먼지
  • 울산
    B
    미세먼지
  • 부산
    B
    미세먼지
  • 강원
    B
    미세먼지
  • 충북
    B
    미세먼지
  • 충남
    B
    미세먼지
  • 전북
    B
    미세먼지
  • 전남
    B
    미세먼지
  • 경북
    B
    미세먼지
  • 경남
    B
    미세먼지
  • 제주
    B
    미세먼지
  • 세종
    B
    미세먼지
[정명희의 문학광장] 흔적이 남겨 준 회귀의 시간
상태바
[정명희의 문학광장] 흔적이 남겨 준 회귀의 시간
  •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 승인 2022.02.21 0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마음을 다스리려 해도 어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 날의 온도차이가 마땅치 않게 들쭉날 쭉한 날엔 더욱 그렇다. 하루일과도 의지와 상관없이 변화무쌍해 진다. 잠을 자는지 안 자는지 비몽사몽으로 쇼파에 누웠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가 눈 뜬 아침 창밖엔 봄눈이 한창이다. 상큼한 기분이 들어 몸도 가볍다. 이리저리 방안을 치우고 가벼운 아침식사 준비와 함께 옷가지를 차려 입고 밖으로 나온다. 세워진 차위로 하얀 덮개가 씌워져 있다. 자연 덮개다. 하늘의 선물인가. 기다리지 않았던 눈은 아마도 이 번 겨울의 마지막 전령사일 것 같다.

차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니 밖이 살짝 안 보인다. 잠시 망설이다 손잡이를 돌리니 놀랍게도 얼어서 떨어지지 않았던 흰 눈이 사르르 윈도우 브러쉬에 사라져 버린다.

이건 기분좋은 예감이다. 아마도 오늘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데. 내친 김에 여기 저기 기분 좋은 전화 인사를 한다. 잘 돌아가지 않는 라디오 스위치가 나보다 먼저 인사를 하며 음악을 들려준다. 혼자 빙긋이 웃는다.

라디오 스위치와 전선이 불량인지 스위치를 돌리지 않아도 스스로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사람처럼 지키고 있다가 반가운 표시를 하는 것 같다. 사실 몇 번이나 공업사에 가려 했으나 시간이 잘 나지 않아 망설이다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얼마 전에는 자동차 검사기간이라 공업사에 가서 다른 고장부분을 고치고는 그냥 와 버렸다. 이리저리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니 또 라디오 스위치가 켜지는 게 아닌가. 소리가 날 때서야 후회를 했지만 시간이 없어 그냥 지나쳐 버렸다. 혼자 있는 시간은 늘 외롭다. 고장난 스위치라도 있으니 그것마저 반갑다.

며칠 전인가 출근을 하는데 자동차에서 클래식 음악이 저절로 나왔다. 속으로 ‘이건 대박이야’라고 좋아했다. 켜지 않아도 저절로 나오는 내 차 속의 라디오, 자랑 하고 싶은 일 중 하나가 되었다. 물론 저절로 꺼질 때도 있으니 100퍼센트 기분 좋은 것은 아니다.

오늘의 일도 그 중 하나인데 눈이 와서 그런지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사무실에 들르니 어떤 여인 한 분이 앉아 있다. 누군지 기억이 없다. 고개를 갸웃하는데 생각난 것이 며칠 전 만나기로 한 약속을 잡은 그 여인 같다. 서로 상견례를 하고 마주 앉아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며 처음 만남의 어색함을 줄이려 애를 쓴다. 연배가 비슷해서인지 이야기도 잘 맞는다. 새로운 만남은 신선하다. 서로 어떻게 살았는지 잘 모르지만 살아온 스토리를 술술 말하고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으니 좋기만 하다. 나는 듣고 그 여인은 말한다. 내용을 들으며 참 어렵게 살아 온 여인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여인의 가족사에 대해 점점 더 자세히 알게 된다. 쉽게 접근하게 된 것은 지역에 대한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여인이 사는 동네에서 강의를 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여인은 시골에 살아서 그런지 동네분들하고도 친근하게 잘 지내 수강자 몇 분의 근황에 대해서도 잘 아는 듯하다. 그것은 서로의 낯설음에서 빨리 가깝게 되는 요소임이 분명하다. 한참을 이야기 하다가 점심식사시간이라서 인근 식당으로 향한다. 주인 언니가 대보름이라며 찰밥을 내온다. 식사를 하고 나니 삶은 땅콩을 수북이 내온다. 내가 좋아하는 땅콩이라 허겁지겁 먹다가 양이 많아 싸 오게 되었다. 주인언니는 어디 가든지 남는 장사를 해야 된다고 하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만나면 만날수록 정이 드는 주인언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사무실로 돌아오니 다른 약속이 어긋다. 오늘은 기분 좋은 일만 일어나야 할 텐데 어찌 이런 일이 있을까. 예감이 좋지 않다. 현황판에 누군가 다음 주 약속을 이번 주로 잘못 기재를 해 놓아 실수를 하게 되었다. 이윽고 나이가 든 탓인지 뻔뻔해져서 웃으며 사과를 한다. 속으로는 ‘나도 이제는 흘러가는 세월은 어쩔 수 없구나’ 하면서 허탈감을 느낀다.

이어서 핸드폰을 들여다 보다가 여러 번의 반복된 전화의 신호가 온 것을 보고 연락을 한다. 중요한 분이라서 얼른 소식을 취한다. 알고 보니 친구 부탁을 한단다. 오지랖이 넓은 나는 즉시 그 분을 불러 면담을 하고 다른 곳으로 안내까지 한다. 결국은 하루의 나머지를 그 분하고 보낸다.

뜻밖의 일이다. 그런데 메시지가 와 있다. 얼마 전 사건으로 인한 좋지 않은 민원전화다. 기분이 후르륵 내려가며 울적해진다. 어떻게 이 상황을 견딜까 하다가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사과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히 그 때는 기분이 나빴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상하다. 내 감정의 문제인가. 선명하게 따지고 꼼짝 못하게 해야 하는데 그 반대다. 마음이 정해질 때까지 사무실을 떠나지 못한다. 안절부절이다. 어떻게 할까 고민의 고민을 하다가 새벽 두시가 넘어서야 진정이 된다.

“사과를 하는 것도 미덕이다. 지금 내가 잘못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사과를 하는 것은 바보 같을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그도 생각하겠지.” 라는 우매한 판단을 내리며 기어코 사과의 메시지를 보낸다. 이유야 어떻든 미안하다고.

널뛰기인 하루는 지난 사건으로 인해 결국은 사과의 문전을 두드린다. 이제 마음의 평정은 기분 좋음에서 불안함, 그러다가 편안함으로 마무리를 한다. 이것이 미처 알지 못하는 어떤 하루에서 느낀 회귀의 시간을 자맥질하는 흔적이다.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