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 조명과 국악이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의 시작을 알리고, 수원화성이 마치 다시 지어지는 듯한 연출은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전통 궁중의상 특유의 강렬한 색감과 화려한 무늬도 눈을 사로잡았다. 시작 부분부터 아름다우면서도 섬세한 영상미가 눈을 사로잡았다.
지난 9월 24일 2021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 ‘만천명월(萬川明月) ; 정조의 꿈, 빛이 되다’가 막을 올렸다. 그 중에서도 ‘미디어파사드&라이트쇼’는 수원화성의 화서문, 서북공심돈과 양 옆 성벽을 포함한 총 220m에 이르는 구간에서 진행되었으며, 조선 후기 르네상스 시대를 이끈 정조의 문무예법(文武禮法)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영상으로 수원의 밤을 수놓았다. 4만 안시 빔프로젝터 6대를 통해 투영된 빛무리를 통해 정조대왕 220년의 역사와 정신이 성벽과 기와 위에서 새 생명을 얻은 듯 했다.
정조의 문무예법(文武禮法)사상을 재해석한 영상에서는 ‘전통의 현대적인 재해석’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줬다. ‘문(文)치’ 파트에서는 국악뿐만 아니라 강렬한 비트의 EDM(Electronic Dance Music)을 과감하게 사용하였으며, 단청무늬 등 전통적인 이미지를 활용한 CG가 돋보였다.
이어지는 ‘무(武)치’ 파트에서는 정조의 부국강병 철학과 애민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형상화했다. 정조대왕 능행차 행렬에서 찾아볼 수 있는 깃발과 병사들의 훈련모습, 만화경을 보는 듯한 화려한 이미지 또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예(禮)치’에서는 수원화성이 마치 불에 타오르는 것처럼 표현하면서, 비록 어린 시절은 불운했지만, 역경을 딛고 성군으로 거듭난 정조를 용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정조대왕 능행차도’를 이미지한 부분과 끝부분에서 왕을 상징하는 곤룡포의 용 무늬가 표현되며 정조대왕의 어진(御眞)이 내려오는 모습은 정조대왕의 정신이 깃든 수원시의 모습을 투영한 듯 했다.
마지막으로 ‘법(法)치’는 흩날리는 벚꽃 이미지와 함께 시작되었으며, 정조대왕의 여민동락(與民同樂) 정신을 독특한 색감과 이미지로 표현했다. 맑은 새소리와 함께 푸른 하늘과 녹색의 풀, 꽃 등 표현됐을 때는 관객들도 감탄사를 내기도 했다.
수원시는 정조대왕의 삶의 자취와 통치철학, 그리고 애민정신을 찾아볼 수 있는 ‘역사도시’이자 ‘문화도시’다. 수원화성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되었으며,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으로 옮기며 건립한 화성행궁은 그에서는 지극한 효심을 느낄 수 있다. 정조대왕이 아버지를 그리며 함께 영면한 ‘융건릉’ 또한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고, 그의 생전 글씨들을 모은 ‘정조어필’은 조선 역대 임금 중에서도 명필로 손꼽히는 정조대왕의 예술적 면모를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두를 아우른 수원시는 정조대왕이 꿈꿨던 ‘이상적인 도시’를 위해 만들어진 계획도시인만큼, 도시 곳곳에 그의 숨결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는 수원시가 내년 특례시로의 도약을 앞두고 지역의 문화적 역량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수원시가 9~10월 개최하는 ‘2021 가을 세계유산여행 힐링폴링 수원화성’은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 ▲세계유산축전 수원화성 ▲제58회 수원화성문화제 ▲정조대왕 능행차 등 4개 가을 축제를 말한다. 특히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와 더불어 다양한 이번 가을 축제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많아 문화생활을 향유하기 힘들었던 130만 수원시민들에게 있어 잠시나마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