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 처마에
똑 똑 떨어지는 낙숫물
아프게 댓돌을 파이게 한다
마르면 없어지는 눈물처럼
비오는 날이면
아궁이에 옹크리고 앉아
가마솥에 구수한 누룽지 냄새
불 지팡이로 그림을 그리며
낙숫물은 사랑이었다
떨어지는 물소리
넓은 가슴으로 품어주는 소리
숨이 막히도록 사랑을 하면서
잊지 못할 그리움만 남기고
잠이 들었던 시절
지금 머리는 백발이 되었고
사랑하는 사람과 나는
흐르는 낙숫물이 되었다.
시평(詩評)
반듯하고 똑 부러지는 인상이지만 이면에는 매력이 철철 넘치는 정감 넘치는 장경옥 시인의 시는 의외로 정스럽다. 어쩌다 시선이 낙숫물에 닿았을까. 그것도 사랑이라는 대명사로 명명하며 조금씩 시어로 풀어 나가는 시적 상상이 남다르다. 떨어지는 물소리에서 넓은 가슴으로 품어주는 님의 소리를 평생 품에 담고, 숨이 막히도록 사랑을 하면서 잊지 못할 그리움을 새기며 잠들었던 젊은 시절을 이번에는 흐르는 낙숫물로 추억한다. 세월이 그만큼 흘렀지만 누구의 사랑도 빛을 발하게 할 수는 없을 거다. 이제 우리는 장경옥 시인의 사랑의 추억 앞에서 가만히 감춰두었던 사랑을 꺼내 함께 들어가 볼 수 있겠다. 영원하고 그윽한 진솔한 사랑은 어느 누구에게도 분명 새겨져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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