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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코로나를 잠시 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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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코로나를 잠시 잊고
  • 허정예
  • 승인 2021.03.24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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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예
허정예

괜스레 설레는 아침이다.

수평선 바라본 듯 파란 하늘은 눈 시리도록 청아하다. 창밖에는 가로수가 환상의 커플로 저마다 칠보단장을 하고 가을을 탐하고 있다. 어느 조물주의 솜씨인가? 아름다운 지상에 살고 있다는 것도 행복이 아닐 수 없지만, 코로나의 출몰은 두려움이다.

밖을 내다보면 하늘을 이고 있는 아파트뿐! 이런 날이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기차나 버스 타고 교외라도 가고 싶은데 코로나의 두려움이 가로막는다. 부뚜막의 소금도 넣어야 짜듯이 주차장에 차가 두 대씩이나 있어도 장롱 면허니 게을렀던 지난 세월이 야속하기만 하다.

오늘따라 TV만 보고 있는 남편이 그지없이 밉다. ‘이렇게 맑은 날인데 어디 드라이브 좀 하자면 어때서 방콕인가?’ 이럴 때마다 운전을 못 하게 말리던 남편, 허리 다쳐 운전을 내려놓은 것이 후회된다. 코로나만 아니면 뽀르르 혼자 버스 타고 어디든 가련마는 자존심 내려놓고 “우리 바람이나 쐬러 갑시다” 하니까 지금 “코로나가 한창인데 어딜 가냐며” 핑계 대는 남편 한 마디에 시린 등이 더 시려진다. 갈등이 깊어질 조짐이 보였는지 뾰로통해 부어 있는 나에게 가까운 데 가고 싶은데 있으면 가자고 한다. 

가까운 제부도로 향해 음료수랑 과일 몇 개 챙겨 길을 떠났다. 코로나로 갇혀있던 나는 해방된 기분이었다. 차창을 열면 와락 달려드는 바람은 얼굴만 스쳐도 마음까지 시원했다. 서운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당신은 운전할 때가 가장 멋있다고” 마음에도 없는 칭찬임에도 남편은 즐거운가보다.

코로나 19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어느새 도심을 떠나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고 있다. 산과 들에는 나뭇가지마다 색 단풍을 걸어놓고 야위어가는 가지에 하나둘 흩날리는 낙엽이 우리 인생의 길인가 싶어 잠시 숙연해지기도 한다. 많은 역경과 비바람을 견디며 인내한 자연의 순리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낮달이 숨을 몰아쉬듯 꼬리를 감춘다. 비릿한 바다 물결은 변함없이 출렁이며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듯 파도의 포말은 춤추는 군무의 무리 같다. 갈매기는 하늘을 뒤덮어 날고 망망대해는 코로나로 움츠렸던 마음을 고속도로 터널을 뚫고 가듯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다. 넓은 바다는 모성의 탯줄을 품고 있나 보다 오랜만에 바다 냄새 어머니 품 같은 잔잔한 주름 물결이다.

들녘의 망초는 소금 바람에 휘날리고 조개 굽는 냄새가 식욕을 자극해 뭘 먹어야 하는데 코로나 핑계로 식당에 들어가기를 꺼린다. 그러나 배고픔을 못 참는 예민한 성격에 이름 팔고 바지락 칼국수 한 그릇씩 비우고 나니 속이 든든했다. 가끔 먹는 커피지만 오늘은 커피 맛도 최고였다.
제부도를 뒤로하고 대부도에 걸친 전곡항에 들려 그간에 코로나로 쌓인 스트레스를 묻어달라 주문을 외며 털어버렸다.

내친김에 전곡항 이어 인천 영흥도 섬까지 갔다. 십리포 해변에 군락을 이룬 소사나무는 절규하는 바람처럼 모래벌판에서 울고 있다. 어쩜 판화로 찍어낸 듯 한 몸같이 닮은 뼈들이 코로나를 이기려고 안간힘을 쓴 듯한 우리네 인생들의 모습과도 같았다. 6.25 잔상의 잔뼈들이 이겨 낸 숲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인천 상륙 작전의 전초지였던 한 많은 역사 앞에 바다는 침묵하는데 비석의 글은 그날의 아우성 같이 들리는 듯했다. 

오늘날 우리가 경제적 풍요를 맘껏 누리고 살았음을 생각할 때 새삼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호국영령들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어 잠시 묵상기도를 올렸다. 한낱 바이러스가 가져오는 엄청난 재앙이 하루아침에 삶의 끈을 놓게 한다는 사실이 두렵다. 그동안 우리는 발길 닫는 대로 외국이나 국내 여행은 물론이고 식당을 드나들며 담소하며 즐기던 시절이 그 옛날처럼 기억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어느 목사님이 입으로는 감사 생활을 해야 한다고 설교했지만,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심정지에 들어갔을 때 자연적으로 숨 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하나님의 선물인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는 간증을 들은 적 있다. 분명 코로나는 우리의 무서운 적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나의 삶도 뒤돌아보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며 하루빨리 코로나가 이 땅에서 소멸하길 바랄 뿐이다.

다윗의 시편은 역경을 헤쳐온 고난 끝에 축복을 받는 시로 우리의 고통을 이기게 하는 인생의 교과서로 활용하고 있다. 모든 역경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인내하는 시편 기자를 볼 때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고 한 달이 크면 한 달이 작듯이 우리네 인생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전화위복 되길 염원하며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치유 받은 것 같은 가벼운 여행길이었다. 

[그림 = 이서등 화가]
[그림 = 이서등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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