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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불현듯 지난날이 그리워지는 이월의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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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불현듯 지난날이 그리워지는 이월의 문턱
  • 정명희 한국문인협회 수원지부 수원문인협회장
  • 승인 2021.02.04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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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한국문인협회 수원지부장
정명희 한국문인협회 수원지부장

 

「벌써 2월, 남은 추위도 건너가면 봄이 온다는 소식이 들릴 겁니다」어느 SNS의 글을 읽다가 스치는 한 줄의 대목에서 이월의 이야기를 만나러 간다.

새해가 돌아오고 설레이는 첫 달이 지나면 희망이라는 말을 쓰기도 왠지 어색해지며 멋쩍은 달을 만나는 것이 바로 이월이라는 달이다.

그런 이월을 상징하는 이월의 시를 따라가 본다.

음이월의 밤들은/ 저마다 꽃핀 빨간 동백 가지/입에 물었다/ 종일 흐리다가/ 환한 밤에/ 진눈깨비 다녀가고/ 눈이 퉁퉁 붓도록 운/ 다음 날 아침엔/사랑이 다녀 갔다/ 발자국도 없이/ 시인 <이성복>의 시이다. 그저 이월도 아닌 음이월이라니 시제에서 주는 의미는 이월에 대한 막연한 느낌에서 바로 이월의 깊은 사색적 흐름에 도달한다. 이월의 문턱에는 붉은 동백이 뚝뚝 떨어져 질펀한 슬픔을 동반하며 동백나무길 언덕에 고혹적 그리움을 배경으로 아쉬움을 토하고 있다. 추운 겨울을 잘 견뎠다는 안도감과 이윽고 다가올 봄의 환영을 기다리는 마음이 교차하며 울컥 울컥 각혈하는 동백꽃의 핏덩이를 입에 물고 겨울이 사라져 간다는 안도감을 느끼게도 해 준다.

그런 이월은 어찌 보면 다른 달보다도 청순하기도 하고 새촘하기도 하며 시린 사랑을 못내 꿈꾸게 하는 마력 같은 것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월에 하는 사랑은 무한히 기대되고 정열적이며 절망이나 헤어짐 같은 슬픈 이별은 없을 것 같다라는 주술적인 멧세지를 어디론가부터 듣고 있는 것처럼 몽환적이다.

문득 일 년 전 내가 만난 이월이 돌이켜 다가오며 내 마음을 끌어 당긴다.

그해 이월은 번데기가 알에서 깨어나기 전 뒤집어 썼던 뿌연 막 같은 휘장이 눈앞을 가로 막았다. 실체도 없는 끝없이 보이지 않은 길이 무한대로 시야에서 늘어지며 생겨났다. 미지의 길에서 마음은 착잡했고 누군가의 옷자락을 잡고 매달리며 하소연하고 싶은 정체없는 불안감이 온 몸을 엄습했다. 하루하루가 찐득한 끈끈이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형국이었다.

거리마다 문은 굳게 닫혔고 올라오는 기사마다 소독과 방역에 대한 문귀로 도배가 되었으며 속절없이 생명은 빛을 잃어 갔다는 소식뿐이었다. 그 여파와 사회적 관계는 대단했으며 가장 커다란 생활의 경계선에서 전전긍긍하는 남모르는 불안감을 달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무엇을 해도 촉 낮은 불빛으로 눅눅함을 견뎌야 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이월은 날수가 짧아 도리어 힘들었다. 하루라도 길면 생각의 끈을 늦출 수도 있는데 너무나도 팽팽해서 순간순간마다 가슴 답답함을 견디며 살아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건너 뛸 수 없고 떼어 낼 수 없는 날들이라면 차라리 차근차근 하나하나 짚어가며 마주 대하자는 나름의 해결방안을 강구했다. 안식일이며 휴일인 토요일과 일요일도 마음 속에서 휴식을 지워버렸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곧장 일상의 장소로 달려 나가 문을 열고 오지 않는 그 무엇을 간절히 갈구했다. 정답은 어디서고 오지 않았고 기쁨의 멧세지는 전혀 없었다. 장 속에 갇혀 있던 장부들을 꺼집어 내어 살펴보고 또 살펴보며 나름의 파악을 시작했다. 무엇을 파악한다는 명분 뒤에 불안감을 희석시키기 위한 방편의 일부였다. 책장에 꽂힌 몇 줄의 시와 얼마간의 수필은 때로 위로의 대상이 되었다.

그대여/ 저기 들판을 향해 걸어오는 소리를 들어보라/ 쑤욱쑤욱/ 무언가 밀고 나오는 소리 같지 않은가/ 가만히 가만히 귀기울여 보라/ 삐죽삐죽 /이를 악물고 비지땀 흘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은가/ 차근차근히 마음으로 들어보라/ 두근두근/ 뜨거운 심장으로 호흡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은가/ 그 심장 그대에게/ 꼭 전해 주려 하고 있는 소리/ 그대는 아시는가/ 내 마음 이미 열고 있다는 것을/ 이월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려/

김숙희 시인의 위로가 되는 시귀가 거기 있었다. 그리하여 이월의 낙하는 내 마음 속에서 멈추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절망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그건 어쩌면 지구촌 사람이라면 다들 그렇게 원하고 느꼈으리라. 굳게 닫혔던 대문을 열고 이월의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을 김영희의 시에서 공감하고 있음을 알았다.

이월의 바다는 알까/ 원하지 않아도 자라나는/ 잘라내어도 어느새 길어지는/ 머리카락처럼/ 소리 없이 와 있는 그리움을/ 이월의 바다는 알까/ 꽁꽁 겨우내 웅크려/숨도 못 쉬고 지내더니/ 서러운 눈물에 부서져/ 떠다니는 하얀 얼음인 걸/ 이월의 바다는 알까/ 그리움에 지친 영혼/ 이름 없는 물새로 떠다니다가/ 푸른 물 그 어디 쯤/ 하나 되어 버린 아픔까지/

이제 생각해 보면 이월의 날들은 참으로 농축된 절망을 즐기는 듯 했다. 희망도 그리움도 봄을 기다리는 마음도 아무렇지도 않게 안으로 안으로만 쌓아 두터운 솜이불로 괜스레 덮고 앉아 청성을 떠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불안하고 무거웠던 이월이 올해는 다른 모습으로 서서히 다가온다.

고향집이 내려다 보이는/ 뒷동산에 올라가/ 눈 먼가지로 부는/ 봄의 입김을 들어야지/ 언 땅을 녹여/ 물을 깃는 산동백에/ 입맞춤하고 고개를 내미는/ 어린 풀에도 인사를 해야지/ 눈 속에 붉은 매화꽃이 피거들랑/ 꽃잎을 따서/ 하얀 편지에 붙여/ 봄소식을 전해야지/ 어린 딸과 고향집에 내려가/ 남보다 먼저 일어나/ 상사화잎이/ 양지쪽 눈을 뜨면/ 나도 기지개를 켜며 봄마중을 해야지/ 이월이 오면/

시인<김사랑>의 시 속에서 훈훈하게 불어오는 새날들의 기대와 희망의 기도가 어우러진 마음 밭에 앉아서 그저 지난날은 그리움이며 흘려 보낸 강물의 이별이었을 뿐이라고 여유로운 이름안에 너그러움을 품으려 한다.

지난 해 이월은 아프고 힘들었지만 묵묵히 잘 견뎌낸 세월의 보상으로 올해의 이월이 반갑게 내 품에 안겨 온다.

발걸음/ 떼다말고/ 털썩 주저앉는 이월/ 비껴든/ 예각의 햇살/ 끌로 다듬는 가지마다/ 빈말들/ 깨끗이 지우고/ 햇말의 시 싹트겠네/ 시인 <신필영>의 이월의 시를 보듬으며 창밖을 내다 본다. 저기 정다운 희망의 햇살이 살며시 나비처럼 날아들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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