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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인형의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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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인형의 소환
  • 박광아 수필가
  • 승인 2023.03.06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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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도 인형을 좋아한다.

언제나 그 표정으로 나를 볼 때면 기분이 유쾌하다. 결혼하고 첫 월급을 탔을 때, 지금은 없어진 지 오래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꽤 사람들 발걸음을 옮겼던 곳이다. 남편과 미도파 백화점에서 천으로 만든 남자와 여자 인형 두 개를 샀더니 그 값이 만만치 않았지만 결혼 기념으로 샀다. 그때 나를 보는 남편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럴 거다. 이해하지 못해도 꼭 사고 싶었으니까. 그리나, 그 후로 살아가는 데 팍팍해서인지 오래도록 그 인형들만, 화장대에서 동고동락하였다.

인형 사랑은 그 후에는 바뀌어 갔다. 사람의 모양이 아닌 동물들, 특히 강아지나 우스운 모양들로 집 안 곳곳에 장식용으로 채워졌다. 그 당시에 유행했던 못난이 삼 형제는 웬만한 집에는 장식용으로 다 있었다. 거실이나 방 안에 씩씩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기분을 즐겁게 해주는 데 도움을 준 것 같다 여자아이들이 주로 갖고 노는 인형에는 여러 가지 모양의 옷도 바꿔 입히고 신발도 각양각색으로 연출을 한다, 심지어 빗으로 머리도 빗겨주면서 사람처럼 대하며 놀았다. 손녀에게 인형을 사주니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을 보니, 내가 자랄 때와는 다른 놀이문화다. 장난감 파는 곳을 가봐도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의 눈길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가 있다.

인형극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한다. 선생님의 다양한 목소리로 각자의 역할을 말할 때면 흥미롭게 쳐다보며 좋다고 손뼉을 치곤 한다. 인형극은 나이와 상관없이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생, 심지어 어르신들에게도 인형극은 누구나 좋아한다. 기회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볼 때면 추억을 볼러오기도 하고 마음도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돌아온다. 조명을 끄고 보면 기대치와 호기심을 더 자극받아, 보는 그 순간만큼은 별나라에 온 것 같은 마음으로 한 곳을 뚫어지게 본다. 아이들도 엄마, 아빠 생각하지 않고 푹 빠져있어 동심의 세계는 보는 이들의 천국이 된다.

손주들이 태어나니, 집에 가면 장난감이며 인형들로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아들, 손주 녀석은 공룡들의 이름들을 발음하기조차 어려운데 잘도 말한다. 그림으로 보는 책도 척 보면 술술 이름을 댄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흡인력이 놀랍다. 난 몇 번을 들어도 안 되는데, 말이다. 손녀는 오빠와 함께 노니까 여자 인형과 로봇을 함께 가지고 논다. 사내아이는 인형에는 관심이 없다. 여동생은 인형을 가지가 노는 모습을 보니, 말을 붙이고 상대의 생각도 이야기하며 언어능력이 뛰어난 것을 볼 수가 있다. 딸네, 손주 녀석은 요즘에 유행하는 장난감이 수두룩하다. 사촌 형한테서 받은 것도 많고 새것도 사주니까 장난감만 가지고 놀아도 시간은 잘도 간다. 정리하는 것은 제 딴에는 곧잘 한다고 하지만 친할머니의 몫이다.

인형은 말이 없지만, 한참 들여다보면 살아있는 느낌이 들어 직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편하게 말을 한다. 종일 혼자 있을 때도 많다. 그들을 보면 속상한 일, 답답한 일들을 주절주절 말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은 편해진다. 말이 통하지 않은 사람보다 비록 입은 꾹 다물고 있어도 다 들어주고 토닥토닥 어루만져주는 인형들이 고마울 때가 많다. 집에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다. 그들은 나의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니까. 뽀얗게 먼지를 덮어쓰고 텔레비전 위에 앉은 귀여운 강아지, 피아노에 여러 마리 큰 강아지가 포개져 있다, 손주 녀석이 온다고 하면 그것들을 밖으로 데리고 가서, 수북이 쌓인 먼지 털기를 하고, 얌전히 앉혀 놓는다. 영락없이 그들은 손주 녀석의 손에 방바닥으로 내려와 낯선 곳에서 두 팔을 벌리고 기지개도 켜면서 또 다른 이야기꾼에 이끌려 컹컹 짖어대며 좋아하곤 한다. 그렇게 먼지떨이를 하고 즐거운 집안 나들이를 하며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 또래에 서로 장단이 잘 맞아 신이 나 있다.

그 인형의 모습을 떠올리며 결혼 초에 있었던, 그들은 어디로 갔는지 생각조차 나지를 않는다. 한때 귀하게 여기며 애지중지하며 나와 눈을 마주하고 하루의 일들을 이야기하며 친구처럼, 함께했었다, 어떠한 경로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인형이 나란히 앉았던 화장대도 세월이 흐르며 이사를 몇 번 가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까마득히 잊힌 손때 묻은 그들은 어떻게 되었나! 필경, 대화하며 함께했어도 결국은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어서 그랬나 보다. 아이 낳고 바쁜 생활 속에 너의 존재를 검정 물감으로 칠하듯 쉽게 잊고 만 것이다. 생각의 감정도 시간 따라 변한다는 말이 맞나 보다. 그렇게 너와 나는 생이별을 하였는데, 그 이별 장소도 시간도 소환할 수 없어 미안하기만 하다.


박광아 시인
박광아 시인

2018년<문학신문사> 시 신인상 수상
2022년 세종문학상
2022년 광복77주년 우표대전 시 부문 특선
2022년 한국수필가협회 수필신인상
문학신문사 공로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원문인협회 회원,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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