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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갱년기 보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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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갱년기 보내는 방법
  • 김애숙 수필가
  • 승인 2023.02.06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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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자 밤새 내린 비로 차가워진 공기와 바람이 온 몸을 쓸어내린다. 여름 한 복판 향해 달리던 열기가 숨을 고른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냉장고에서 삶은 계란을 꺼낸다. 조심스럽게 계란껍질을 벗기며 중얼거린다. 오늘은 어제보다 눈부시게 멋지게 살아야지. 
과천 의왕 간 고속도로 교차로가 보이는 부엌 베란다 창가는 내가 즐겨 찾는 공간이다. 오후가 되면 왕송 호수위로 저녁 해가 붉게 타오르며  노을이 진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가 많다.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순천만 노을보다 훨씬 예쁘다. 
작은 탁자 위에 턱을 괴고 속살 뽀얀 계란을 내려다본다. 둥그런 꽃 접시 위에 올려놓으니 정물화다. 먹지 않고 한참을 눈요기한다.  
오늘은 어떤 새로움이 설레게 할까 기대를 한다. 다람쥐가 쳇바퀴 돌 듯 정해진 일상의 반복이지만 오늘은 새로운 행동을 양식을 보이는 하루이기를 소망한다. 
17층 아래 도로 위를 바삐 달려가는 차들이 반갑다. 생명력으로 가득하다. 그 안에 사람이 타고 있어서 일게다. 무언가를 위해 나아간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정지보다 전진이 맘에 든다.
갱년기로 고생하는 일산에 사는 언니는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약을 먹어도 쉬 잠들지 못하고 날을 새는 경우가 많다. 갱년기는 노화의 과정이다. 인정하기 싫은 사실이다. 나이 들어가는 몸의 변화가 낯설고 부담스럽다.
며칠 전 주문해 둔 시트지가 도착했다. 앞뒤 베란다를 시트지로 새집 베란다처럼 바꿨다. 기분전환으로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또 일을 만들었다. 이번엔 결혼한 딸 방 벽 전체를 벽돌문양 시트지로 바꾸기로 했다. 구매한 사람들의 후기 사진을 보니 멋지다.  어제 밤에 하고 싶은걸 꾹 참았다. 저녁 예배 후, 돌아 와 곧바로 벽지 붙이는 작업을 했다면 새벽에 끝났을 것이다. 
요즘 들어 눈이 자주 충혈 된다. 비문증에 안구건조증이 심하다. 
눈에 날 파리 같은 것이 날아 다녀 안과 갔더니 고칠 수 없다는 의사선생님 진단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지금은 적응이 되어 일상생활에 별 불편함을 모르고 산다. 밤샘 벽지 붙이는 일을 했다면 실핏줄이 또 터졌을 것이다. 나이 탓이다.  TV를 한 시간만 보아도 눈이 뻑뻑하고 눈이 충혈 된다. 팔십까지 살아오신 분들이 새삼 존경스럽다. 노화증상을 다 견뎌 왔을 테니 말이다.
몸과 마음의 갱년기를 겪지 않고 나이들 수는 없을까?
새벽 5시에 일어나, 시트지를 자르고 붙이고 자로 다시 재고 볼펜으로 숫자를 써가며 벽면을 다 붙이고 나니 다른 방인 듯 새롭고 멋지다.
생각한대로 분위기가 달라져서 기분이 좋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지 않고 밖을 내다보며 탈출을 꿈꾼 날이라고 해야 할까. 부엌 베란다를 카페처럼 만들고 앞 베란다는 작은 서점처럼 꾸몄다. 차 마시기 좋게 책 읽기 좋게 바꾸고 나니 그것도 일주일동안 행복하다. 모든 것은 갱년기를 잘 보내려고 애쓰는 나만의 방법이다. 
새로움은 나에게는 도전이고 낯설음이고 좋은 것이다. 하지만 남편은 쓸데없는 일을 한다고 말한다. 아빠와 딸은 익숙함과 편안함을 좋아한다. 엄마와 아들은 새로움과 변화를 추구한다. 가족모두 A형이지만 성향이 다르다. 시집간 딸의 빈 방은 변신을 했다. 숲속 펜션 방같이 훌륭하다.  조영남 가수의 보리밭 노래를 듣는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발을 멈춘다’ 
밤새워 편지를 쓰던 젊은 날 한숨 같은 그리움이, 비문증처럼 가슴속에 동동  떠다닌다. 불을 끄고 누우니 천정에 은하수가 흐르고 무수히 많은 별들이 출렁인다. 나에게도 다시 청춘의 발톱이 생길 수 있을까?


김애숙 수필가
김애숙 수필가

 

수원문학 신인문학상  
열린시학 <한국동시조> 신인작품상 
경기수필 신인문학상 수상
시집『그래도 꽃이다 』
동시조집 <발가락이 꼬물꼬물>
한국문인협회 한국기독시인협회 수원문인협회 회원

 

 


류중권 사진/ 하늘말나리
류중권 사진/하늘말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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