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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올 한해 그리움의 눈발은 들판에 피어나는 아름드리 꽃으로 피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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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올 한해 그리움의 눈발은 들판에 피어나는 아름드리 꽃으로 피어나기를
  •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 승인 2022.12.30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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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수원문인협회장

혼자서 묵묵히 거리를 걷다보면 불현듯 세월의 소리를 듣는 시간이 있다. 아무 것도 생각지 못한 시간에 쿵쿵쿵 심장을 세차게 두드리며 다가왔다가는 슬며시 꼬리를 감추는 야릇함. 어쩌면 대상없는 그리움의 폭발인지 목마른 보헤미안의 기약 없는 외침인지 혼란스럽게 느껴지지만 삭막한 심장을 두드리는 소리는 어마어마하다. 그런 소리를 들으며 사막의 낙타처럼 외로이 걷는 길, 그 길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한 겨울의 편지 같은 눈이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며 이유 없는 폭설로 산지사방에 내려앉는 것에 대하여 묘한 쾌감을 얻는다. 그런 폭설이 잔잔한 눈가루를 뿌리고 희뿌옇게 내려오는 눈발보다 더 강열하게 와 닿는 것은 상상속의 도피일지 모르지만 폭설이라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눈 내리는 날 아침 창문을 열면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 위에 무차별하게 내려 앉아 버젓이 무게감을 들어내는 눈덩어리가 보인다. 문득 심술 맞고 고집스런 한 사람이 생각난다. 그도 어렸을 때는 누군가의 사랑스런 아들이고 꽤 괜찮은 청년이었으리라. 
이제는 장성해서 무슨 일인가에 일어서고 넘어지고 하며 지쳤을 법도 한데 묵직한 심중으로 세상을 관조하는 법을 배웠는지 주위로부터는 칭송과 믿음을 함께 받는 사람. 그 정도면 잘 살아 왔을 것이라고 느껴지는 사람인데 왜 하필이면 한겨울 폭설이 내리는 날 정원위의 눈을 보며 그를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겨울의 백미라고 느껴지는 눈은 그 생태가 아니러니 하다. 한 겨울 추위를 뚫고 한 방울의 수분방울을 천상으로 떠 올려 여기저기 떠도는 한 뭉치의 솜덩어리로 뭉쳐졌다가 어느 날 지상으로 떨어질 때는 순결하면서도 가냘픈 깃털처럼 날리니 얼마나 기상천외한가. 그 누가 하염없이 내리는 눈발을 보고 수분방울이라 여기며 무지하게 감상하며 관조할 것인가. 사람들은 그 형이상학적인 조화 속에서 차라리 현실만큼은 그 어떤 외로움도 고난도 덮어버리고 단지 백색의 도피처를 꿈꾸는 것이 아닌지.  
심술 맞은 그는 무게를 견디지 못해 숨소리조차도 못내는 나목들의 거부감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창밖을 바라보는 감상객들도 눈빛에서 조차 전혀 그런 느낌을 갖지 않는다. 단지 그 모습을 폭설로 인해 더욱 하얀 백탑의 높은 고지를 보았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런데 사방은 아름답고 겨울의 연출은 커다란 공연장을 방불케 하며 그 속의 주인공은 너무나 태연하게 그 역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즉 눈의 역할이며 배역이기도 한 제목은 폭설의 시간이라는 것이다. 한 번은 과감하게 털어버려야 할 텐데도 하염없이 내리는 시간 속에서 청순하고 고귀할 것만 같은 눈발은 심술의 경지를 넘어서 포효하는 광폭의 눈으로 변질해 버리고 만다. 눈이 있고 귀가 있다면 들을 것이다. 그러나 폭설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어느 곳인가 아름다운 순수의 눈밭로 위장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어디선가는 폭설로 인해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아수라장이 되어있는데도 그 지경을 넘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주저앉아 마치 천하를 얻은 것인 양 거들먹거리고 앉았으니 그 얼마나 황당스러운 것인가.
어느 날 폭설은 내 마음 속에도 무차별하게 쏟아져 내렸다. 초반의 황홀한 마음은 서서히 사라지고 수분방울의 응결점은 낮아져 점차 차갑게 변모하는 것이다. 이쯤 해서 견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외로워서 그럴 것이고 차가워져서 견디지 못할 것이고 종래는 싸늘하게 죽어가는 심장을 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스러지는 것들 뒤에는 분명히 반전이 있다. 한 점 한 점의 눈발이 꿈꾸는 것은 바로 그 다음 오게 되는 현란하고 눈부신 꽃들이 피어나리라는 것을 너무나 극명하게 알고 있다는 것을. 

올 한해는 그리움의 눈발은 외로움에서 탈피하여 지고지순의 고귀한 꽃무리로 태어날 그날을 기다려야만 할 것이다. 한 순간 한 순간을 폭설의 들판에 무게감을 견디며 다시 태어 날 그 순간까지 의연하게 꽃의 씨앗을 하얗게 짓고 만들어 그리움의 꽃을 피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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