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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마을] 해남에서 부른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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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마을] 해남에서 부른 노래
  • 박병두 시인
  • 승인 2022.12.05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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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맞으면 벼락이 떨어진 심장을 감싸고

깨어난 새벽은 온통 검푸르다

 
대나무 사이로 진달래의 봄기운이

새순을 앞다퉈 피워 겨울을 이겨냈지만

봄은 아직 잠에서 묻혀있는 시간이다

 
밤의 적막이

사방으로 생의 이면을 노래하다

한 세상 떠난 사람들의 발길이

혼령처럼 들리는 토문재에서

바람부는 소리와 파도소리에

깊고 갚은 장단으로 아우성 친다

 
해남의 흑석산과 달마산 바윗길이

신라 경덕왕 일천삼백여 년 전

달마고도의 산아래 사자포에 배 한척 떠 있어

간사람 다시오지 않고

오지 않는 사람 기다리는 여심들이

속절없이 사미승과 향도들이

몸을 닦고 정제한 새벽마다 노을이 아프다

 
달마고도의 아래 인추산에서

아늑한 정적의 기운을 염원한 탓일까

죽어가는 시간을 더 죽으라고 영혼가를 부른다

 
소가 쓰러져 울면서

내는 곡조가 메아리치듯 달마산과 인추산은

범이 토문재를 둘러싼 저녁마다 기도하는 여심들로

황홀빛 노을을 붉게 떠오르고

저만치 서 있는 쏠비치의 자태는

다도해 풍경의 전설을 기억하고

봄의소리 듣자니

어머니 바위라는 송정리 포구에

김발을 당기는 사람들이 애처롭다

 
섬과 섬사이

대죽도와 소죽도 신비의 바닷길에서

생업을 부표로 삼는 사람들이

시계바늘에 다라 바다가 열리는 조개잡기와 굴따는 속도가 숨이차다

 
핍진한 어부들의 노래는 밤낮으로 술잔이 머리에 위고

새벽 바닷길 나서는 어부들의 노래가 들린다

 
설화와 전설이 담긴 토문재에서

인송정 정자에 홀로 앉아 회상에 잠긴

저녁마다 새옷을 입고 서해서 남으로 남에서 서쪽으로

지는 해에 문돌이는 경계태세로 인송을 지키고

재돌이는 철모르는 눈만 응시하고 있다.

 


박병두 시인
박병두 시인

1964년 전남 해남출생, 한신대 문창과, 원광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85년 방송드라마 극본을쓰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산책집『착한 사람을 보면 눈물이 난다』외 11권이 있다. 고산문학상, 이육사문학상, 전태일문학상, 공무원문학상, 애거사 크리스티상, 이동주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대한민국예술문화대상 등을 수상했다. 해남 땅끝에서 인송문학촌 토문재 촌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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