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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겨울비는 힘든 과제를 풀기위한 사전 예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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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겨울비는 힘든 과제를 풀기위한 사전 예약제
  •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 승인 2022.12.05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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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일기예보를 따라 겨울비가 소리 없이 내리고 있다. 어쩌면 이 겨울비는 추운 한파를 몰고 올지도 모른다. 그런 예측으로 겨울코트를 꺼내 마음 속 무장을 받치며 걸쳐 입는다. 
살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난무한데 무슨 일이든 예측가능하다면 살아가는 자체가 재미없다는 생각을 무수히 했다. 오늘 일도 그렇다. 나이가 들고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재미없는 일들이 쌓이고 무료하며 밋밋한 날들에 대해 외면을 하고 싶은데 딱히 반전이 될 일들은 그다지 일어나고 있지 않다. 아침이 오기 전 밖은 짙은 무채색의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갑자기 눈을 뜬 내 시계 속은 세시 반쯤 되었을까. 아주 깊숙한 밤에 취해 사위는 고요한 잠 속에서 무사안일을 꿈꾸는 것 같았다. 일상의 다른 날과 달리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주방 앞에 섰다. 담가놓은 그릇 몇 개를 서둘러 설거지 하고 습관처럼 준비해 놓은 반찬 몇 접시를 위해 전기레인지 스위치를 켰다. 누가 시킨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하얀 법랑냄비를 올려놓고 잘박하게 물을 부어 달걀 몇 개를 삶는다. 그다음은 다른 레인지 화구위에 작은 찌개냄비를 올려놓고 어제 먹다 남은 김치 몇 점으로 국을 끓인다. 김치는 그냥 끓이면 텁텁하고 깊은 맛을 즐긴다면서 이 것 저것 다른 식재료를 넣었다가는 낭패가 되기 십상이다. 오랜 동안 터득한 것이 맑은 김칫국을 끓이는 것이다. 도리어 삼삼하고 새큼한 맛이 일품이다. 바로 전날 남편의 생일이라 딸네 집에 갔다가 요즘 제일 싱싱한 통영 굴 한 봉지를 들고 온 게 생각나서 몇 점 집어내 씻어서 해감을 빼고 김칫국에 넣었다. 한소끔 끓이니 국 맛이 제법 시원해진다. 약간의 간을 첨가하고 불꽃을 내려놓으며 다음 반찬을 생각한다.   옛날과 달리 고기반찬을 주문하는 그를 위해 재워 둔 갈비를 꺼내 구워줄 생각을 한다. 그의 사고는 언제나 정확해서 사는 동안 한 번 생각하고 결정한 일은 절대로 바꾸는 일이 없다. 먹는 습관도 정량과 소식을 위한 나름대로의 습관이 정착되어 있다. 그런 그의 성정을 알기에 유난히 반찬 만드는데 신경을 쓴다. 맛이 있거나 없거나 하는 것은 별로 상관이 없다. 단지 지나치게 음식의 양을 많이 하는 것은 비객이다. 예전에는 한 번도 그런 그의 마음을 맞춰 준 적이 없이 그저 늘상 하던 대로 마음 속 변명을 일관하며 고집스런 상차림을 하다가 큰소리가 나게 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명절 때 집안 식구들이 오면 마음속으로 겁이 덜컥 나서 일단 식재료를 이 것 저 것 닥치는 대로 사서 많이 차렸다. 그것도 그럴 것이 한 번 오면 삼박사일은 오남매 부부가 밤낮으로 진을 치기 때문에 음식에만 들어가는 경비가 장난이 아니었다.
식구들이 돌아 간 순간부터 그는 늘 화를 내며 음식을 뭐하러 많이 차리느냐고 종주목을 대었다. 혹시 남은 음식이라도 싸주고 나면 그 것 또한 왜 싸주느냐고 난리였으니 돈도 돈이지만 속이 상한 명절을 지낸 것이 수십 년이 되었다. 그럭저럭 세월이 지나 어찌 됐던 그를 이해하며 살기로 마음먹은 후 부터는 하지 말라는 것은 가급적 피하기로 했는데 이제는 왜 안 해주냐며 딸에게까지 말을 한다. 아마도 단백질이 모자람을 느끼는 모양이다. 누가 그랬는지 하루에 고기 50그램만 먹으라고 했다고 밥상머리에서 이야기를 수시로 하니 그것도 재미없고 싫증난 일이었다. 할 수 없이 아예 채식반찬 일색으로 가다가 요즘 와서 조금씩 고기반찬을 늘이게 된 것이다. 어쨌든 이 것 저것 맞추어 밥상을 차리고 사무실에 나오는데 가까운 선배언니가 김장을 했다고 김장반찬으로 점심을 해 먹자고 한다. 구체적으로 배춧국까지 끓여 먹잔다. 부랴부랴 밥을 안치고 국을 끓여 놓고는 재워 놓은 고기를 굽고 달걀을 부쳐 싱싱한 김장배추와 겉절이로 한 끼를 때웠다. 
비가 추절추절 내리는 첫 겨울을 맞이하는 비속에서 여러 명의 회원들과 마주 앉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먹는 것도 이색적이려니와 마음이 서로 교감되는 기분이 간만에 아주 좋았다. 이날 오후도 프로그램에 의거 즐겁게 마무리 되었다. 아직 겨울은 오기 전이지만 잔뜩 겨울맞이 채비를 하는 마음으로 아침을 시작했는데 겨울비마저 따뜻했고 함께 먹는 점심으로 추위에 대한 두려운을 잊게 되었으니 준비된 숙제를 거뜬히 해결한 기분이 되었다. 마치 비 속에서 겨울추위를 맞이하는 사전 예방주사를 맞은 그런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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