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로그인 회원가입
  • 서울
    B
    미세먼지
  • 경기
    B
    미세먼지
  • 인천
    B
    미세먼지
  • 광주
    B
    미세먼지
  • 대전
    B
    미세먼지
  • 대구
    B
    미세먼지
  • 울산
    B
    미세먼지
  • 부산
    B
    미세먼지
  • 강원
    B
    미세먼지
  • 충북
    B
    미세먼지
  • 충남
    B
    미세먼지
  • 전북
    B
    미세먼지
  • 전남
    B
    미세먼지
  • 경북
    B
    미세먼지
  • 경남
    B
    미세먼지
  • 제주
    B
    미세먼지
  • 세종
    B
    미세먼지
[정명희의 문학광장]가을의 창을 열면 누구라도 이별이 된다
상태바
[정명희의 문학광장]가을의 창을 열면 누구라도 이별이 된다
  •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 승인 2022.11.04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면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지는 계절, 절정으로 달리는 가을에게 방황하는 시간을 잡아 책갈피를 만들어 주고 싶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오랜 동안 써 왔던 마음속의 글들이 향방 없이 흩날릴 때면 우리는 기어코 애수의 눈망울이 되어 들길을 걷고 후르륵 떨어지는 낙엽 속에서 뜨거웠던 여름과 설레임을 주던 추억속의 봄을 꺼집어 내곤 한다.    

이런 계절 가을이 되어 바바리 깃을 세우고 자꾸만 깊어지는 세월의 파편들을 주워 모아 누군가의 가슴 속에 그동안 지피지 않았던 사랑의 스토리를 찾게 하고 싶다. 아무도 보지 않는 미지의 숲 속을 걸으며, 때로는 여행을 떠나며 바라보는 낙엽들과 무심코 스쳐가는 차창 밖으로 떨어져 내리는 가로수 잎들, 우리는 그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무심결에 들으려 한다.

과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들판이 조금씩 비워져 가고 하늘은 사색의 의미를 가르치려는지 더욱 내밀한 푸르름을 한층 뽐내고 있다. 굳건하고 당당한 내면을 가진 한 사람이 이 가을에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그가 살아 온 날들은 다른 무엇보다 진지했고 뜨거웠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전쟁의 시작을 알렸다. 마을 어귀에 매달린 종각을 통해 종소리가 뎅그렁 마을 속으로 퍼져 울릴 때, 그는 홀연히 자원입대를 결정하고 분연한 마음으로 학도병이 되었다. 뜨겁고 용솟음치는 젊음의 열기는 날아다니는 포탄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어느 날 점점 더 가까워 오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군수품을 나르려 포탄과 총들이 가득 채워진 트럭을 타고 가다 논둑길에 차가 굴러 부상을 입었다. 부서진 갈비뼈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몸을 간신히 가누며 일어서는 그에게 세상은 무참히도 좌절의 결과를 제대로 가르쳐 주었다. 연세들은 선배들은 어차피 부대로 돌아가 봐야 전쟁에 참여도 못하니 차라리 집에 가서 병이 날 때까지 쉬라고 하며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때도 지금처럼 하늘은 파랗게 맑은 심장을 들어내며 상흔의 자취를 어루만지는 듯 했다. 돌아오던 중 흑인병사 한사람을 만나 잘 안 되는 영어로 손짓 발짓 해 가며 집으로 가는 길로 인도를 부탁했다.   

그의 노모는 망연자실 군대에 자원한 아들 때문에 노심초사하다가 돌아 온 아들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 할 것 같았던 세월이 원만스럽기까지 했다. 노모는 돌아 온  아들을 끌어안고 그지없이 서럽게 울었다.

친 아들은 아니었지만 작은 동생 집에서 양자로 데려다 금지옥엽인양 갖은 정성을 다 했건만 
나라의 운명 앞에서는 한 낱 푸념밖에 안되었는지 청천하늘에 날벼락이라고 대성통곡을 했다.

어미의 눈물을 보며 다시는 어머니를 슬프게 하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하던 아들은 나라를 위한 큰일을 접어두고 가정을 꾸려야겠다고 결심을 했다고 한다. 

이후 해마다 그의 텃밭에는 하얀 백합꽃과 붉은 장미꽃이 피어났고 그 장미꽃과 백합꽃은 사랑하는 여인의 책상 잎에 놓여졌다. 그의 놀라운 지극정성에 감동했는지 정혼남이 있던 그녀는 마음을 고쳐먹고 그이 아내가 되었다. 수십 여 년이 되어 그들의 추억은 바람 속의 전설처럼 가끔씩 그녀의 딸들 입에서 흘러나오고 그는 그 이야기 속에서 세월을 입고 살아갔다.

그러면서 그는 날마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시와 그림에 담아 몇 권의 책을 연연히 펴내기 시작했고 말년에는 자기가 돌아 갈 무덤을 손수 지어냈다. 그의 무덤 곁에는 시인이라는 이름의 송적비가 세워지고 그는 그것을 기점으로 조금씩 조금씩 스러져 갔다.

어쩌면 그의 마음 속 에는 세상에 못다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자 안간힘을 썼을 것이다. 풀벌레들의 심장 속에서 한 줌의 추억이 되어 회자되기를 원했을지도 모르는 그의 정서는 시인이 되고도 남았다. 가을이면 들려오는 나지막한 풀벌레들의 끊임없는 속삭임은 이야기가 되어 바람을 타고 흘러갔다. 소년이기도 하면서 노인이 되어버린 한 사람의 일생을 들어보라 하면서 인생이 가르쳐 주는 무언의 소리를 우리들에게 음미해보라고 권유하는데 몰두했다. 이제 그는 다른 이들이 누워 있는 대지의 품으로 돌아가 한 줌의 편지를 가을의 낙엽처럼 채 말하지 못한 아쉬움을 담아 전하고 있다. 노랗게 물들어 가는 은행잎들의 몸짓으로 다시 환생하려는 것이다.

이후 그의 아이들이 자라서 아이들을 낳고 그 아이들은 지금처럼 현생과의 이별을 슬퍼하기도 하지만, 담담하게 그가 편안하게 쉴 곳을 찾아 떠나 영생의 삶을 누릴 것이라는 소망을 간직하며 안녕이라는 이별을 고하는 것이다. 이별의 서곡은 어느 때나 어느 곳에서도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