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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길, 오른쪽인가 왼쪽인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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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길, 오른쪽인가 왼쪽인가에 대하여
  •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 승인 2022.10.21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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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지난 세월을 생각해 보니 순간마다 헷갈릴 때가 많았다.

판단은 접어 두고 바쁜 듯이 살았던 시간들이 하나 씩 가을날의 낙엽처럼 떨어져 내린다. 과연 내가 살았던 시간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때로는 잊고 때로는 흘려 버리고 그 어떤 것은 과거의 집에서 움츠리고 있다가 넘치거나 모자라거나 잊었다 생각할 때 천연스럽게 뇌의 한 부분을 건드린다. 세월이 갈수록 희미해지는 것들, 사람이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는 것에 얼마나 안도가 되는지.

해야 할 일이 많은 날은 집에서 분주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빨리 하던 일을 마치고 그 다음일을 찾아서 가야 하기 때문이다. 계약할 건이 있어서 서둘러 분리수거 통에 모아졌던 음식물을 버리고 돌아서는데 아는 얼굴이 눈에 띈다. 하얀 머리에 무엇이 바쁜지 날렵하게 차문을 열고 올라타려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평생을 함께 사는데도 그를 보면 낯설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저 남자는 어디에서 왔을까. 가까이 보면 고뇌는 혼자 다 끌어안고 사는 것처럼 바닥으로 갈아 앉아 있는데 집 밖으로 나가면 바람이 된다. 그림자도 없고 냄새도 없다.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붙잡을 틈도 없이 사라진다. 바람도 꼬리가 있다는데 무슨 연유인지 바람보다 더 날렵하게 사라진다. 오늘은 더욱 그렇다. 아니 그렇게 달아나리라 생각하는데 약간 움찔댄다. 어떤 말이든 하면 생각한 것처럼 대답을 하려는 태세다. 그 모습이 왜 그렇게 아리고 슬픈지 억지로 입을 꾹 다물어 본다. 수십 년을 함께 살아 온 정리라면 그런 것일까. 하나하나 그의 흔적은 가슴이 서늘할 정도로 내게는 힘에 부치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굳이 따지자면 무색할 수밖에 없는 일상에 때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잘 살고 있는 거야. 끝없는 인생의 지평선을 바라보며 얼마나 많이 걸어 왔는데 부질없는 질문이나 걱정은 건강에도 안 좋으니 내려놓자.’

마음속으로 손을 흔들며 집으로 돌아와 내려놓았던 소지품을 들고 덩달아 나선다.

가까운 지인들이 투닥거리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할 때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건성으로 대답한다. “나처럼 살거나 너희들처럼 살거나 피차 마찬가지인걸.” 왜 그렇게 요란한거니? 속으로 반문하며 사는 방법도 너무나 다양하다는 것을 느낀다.

사실 오른쪽의 길을 택하거나 그와는 반대로 왼쪽 길을 택했다 해도 삶의 방향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름은 단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향과 습관이 차이를 가져 오는 것이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오른쪽으로 가든 왼쪽으로 가든 그 길은 내가 맞춰서 가는 것이지 누구의 영향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지 모과향이 그립다 했는데 생각지도 않은 시간에 까만 봉지 속에서 알이 작은 모과 몇 개를 꺼내 주고 가는 언니가 있다. 저절로 빙그레 웃음짓게 만드는 그는 수시로 작은 성의를 비친다. 그렇게 하기도 쉽지 않은데 장애의 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도리어 성한 사람에게 마음을 베푼다. 더 나가선 본사활동을 제대로 한다. 어쩌다 쓰러지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괜찮으냐고 물으면 그저 그러려니 하는 듯이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는 그의 성정에 감동을 받기도 한다. 하루 종일 바람이 되어 달아는 모습에 쓸데없이 할 일도 못하고 서성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픈 몸을 이끌고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하여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부끄럽기조차 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누군가를 위해 헌신 봉사할 수 있을까. 하다못해 교회에 헌금이라도 진심을 다 해 내는 사람, 길거리에 쓸어진 사람을 보고 한시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쫓아가서 일으켜 세우는 사람, 참인듯 거짓인 듯 알 수 없지만 무조건 손을 내밀면 자기가 가진 전부를 내어 주는 사람, 그런 사람들처럼 남은 날들일지라도 그가 바람이 되어 날아가듯이 바람처럼 날아서 힘든 누군가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할 용기를 갖고 싶어진다. 각박하게 이미 딱딱하게 굳어진 마음에 아파하지 말고 저절로 풀어지게 하는 정신의 묘약을 찾으러 가는 향방에 연연하지 않고 미지의 길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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