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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의 충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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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의 충전소
  • 정명희 수원문인협회장
  • 승인 2022.08.12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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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후두둑” 빗방울 소리가 먼 곳으로부터 빠르게 달려오며 내 귓가를 흔든다. 장마의 시작인지 창문 곁에선 후덥지근한 바람이 열어 둔 방충망 사이로 먼저 내닫는다. 이윽고 하늘이 어둡게 변하더니 그야말로 우르르 쾅쾅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밀린 과제를 하듯 조금은 초조한 마음으로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려는데 잠시 들려야 할 곳이 생각난다. 언제나 그렇듯이 집으로 가는 길목에는 방해꾼이 있다. 그냥 집으로 들어가기에는 무언가 아쉬운 감정.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보다는 그런 감정에 접한 스스로에게 기대려고 하는게 문제다. 마치 하늘로부터의 전령을 받은 것처럼 뇌리를 스치며 다가오는 야릇한 느낌의 물결앞에 나는 속절없이 방황하는 짚시가 된다. 형상도 없는 무작위의 묘한 감정, 그 속에 빠져 일단 길을 떠나지만 한 번은 어디론가 날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다. 서서히 가슴은 뜨거워지고 겉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가 혼돈의 물결을 타고 그들의 지배 속으로 빠져 들어감을 예감한다.

그 날 그녀의 가게에는 불이 꺼져 있었다. ‘분명 집으로 갔을 거야.’ 단념하지 못한 마음이 실망으로 화르르 무너져 내린다.

기다리지 못하고 가버린 그녀에게 고맙다고 생각은 되지만 그래도 무언가 아쉬워 번호를 누른다.

‘집으로 가셨어요?’ 가게 앞을 지나다가 걸어 보았어요. 그녀는 건너편 식당에 있었다.

‘가까운데 계시면 어서 오세요’

이미 차는 그녀의 집을 떠나 몇 블럭을 더 가고 있지만 방황하는 마음이 차를 돌리게 한다.

가게에는 이미 와 있던 사람들이 앉아서 옥수수를 먹고 있다. 색깔이 고운 보랏빛 옥수수는 쫀득쫀득하게 잘 익어 있었다.

“처음 먹어 보는 옥수순데 맛있네요.”

사실 하얀 알갱이의 대학찰옥수수 밖에 먹지 않는 나는 몇 번 망설이다가 한 잎 베어 물었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직접 밭에서 따와 금방 찐 옥수수라 그럴까. 그동안의 옥수수에 대한 편협된 내 생각을 불식시키는 사건이다.

“저는 색깔 있는 옥수수는 처음 먹어 봐요.”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의 눈길이 당황스럽다.

“맛있다니까요. 톡톡 알갱이가 씹히는 맛이 얼마나 좋은데요.”

그러고 보니 정말 맛있다. 갑자기 집 주인 언니가 상자 곽을 꺼냈는데 알록달록 아름답다. 어떤 건 보석이 붙어 있고 어떤 것에는 펄이 섞인 채로 형형색색의 온갖 색깔을 다 담고 있다. 옆에 앉아 있던 언니가 연한 분홍색을 짚더니 쭈빗거린다. “너무 요란한 것 같아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괜찮아요. 붙여 봐요.”하며 부축인다. 언니는 부끄러운 듯 옆으로 돌리고 앉아 간신히 엄지발톱에 페디큐어를 한다.

나도 덩달아 진한 펄로 채워진 보랏빛 페디큐어조각을 찾아 알콜 솜으로 닦고 엄지발톱에 붙여 본다.

페디큐어를 한 탓인지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 서로 재잘재잘 떠들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 “이거 팔만원 짜리예요.” 농담으로 주인 언니가 말한다. 그런데 팔만원도 아깝지 않다. 기분이 좋아졌으니까. 아마도 이 페디큐어는 이번 여름을 지나고 가을까지는 갈 것이다. 세상이 이렇게 좋아졌다. 지저분한 발톱도 정리되고 밖에 나갈 때도 맨발보다 덜 부끄러우니까.

진실은 이렇게 시작된다. 옥수수를 먹고 페디큐어를 하고 간단한 과일을 먹으면서 담소를 하니 방황하려는 마음이 슬그머니 사라진다. 도리어 얼른 먹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훅 밀려온다. 그래서 사람들이 친구를 만나고 이웃을 만나나 보다.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울감과 방황의 습성을 깨끗이 한 번에 낫에 해주는 만남. 이 것이 병원 약보다 더 좋은 것을 깨달으며 집으로 향하는 마음이 가볍다.

“집에 가서 낭군님이랑 드세요.”

식당언니가 싸 주는 따끈따끈한 옥수수를 한 봉지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투닥거리는 빗소리도 저만치 물러가고 시원한 바람까지 함께 동반해 준다.

오늘 내 삶의 주제는 이웃 속에서 소통가 나눔이 준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 가는 것이 되었다. 삶의 충전소 그것은 이웃과 함께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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