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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봄, 제철나물에 추억을 새로 입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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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봄, 제철나물에 추억을 새로 입히다
  •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 승인 2022.04.29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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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봄이 완연한 어느 날 아는 지인이 두릅을 몇 박스 들고 와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얼마 전부터 목회활동을 하는 그는 수려한 용모에 언변 또한 남달라 대화 중에 매료되는 사람들이 많다. 그는 조목조목 정확한 표현과 분명한 의사표현을 함께 섞으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오늘도 그는 두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놓으며 농사법부터 먹는 이야기, 농협수매과정까지 살고 있는 지역에서의 생활을 한바탕 엮어낸다. 지인은 어릴 적 도련님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귀한 집의 자손으로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 그가 외지생활을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거친 두릅을 자르고 고구마를 키우고 채소를 기른다고 했다. 소문을 들은 그의 친척들은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런 그가 일 년도 안돼서 마을 주민들에게 농사법을 거꾸로 가르치고 있으니 그의 감각은 남다르다.

본인이 점심을 대접하겠다고 하며 냄비대신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고 두릅의 밑둥부터 세워 시간까지 정확하게 가늠하여 삶아 내놓는다.

이 것을 보며 십여 년 전 남편의 친구들과 산두릅 따던 시절이 떠올랐다. 세월이 주마등같이 흘렀지만 그 시절 우리 부부는 남편 친구부부와 같이 주말이면 산과 들로 나들이를 다녔다. 그 중 한 친구가 자신의 고향에 두릅 밭이 있다고 하며 우리를 초대했다. 특이한 경험이 되는지라 설레는 마음으로 날짜를 맞추어 우리들은 출발했다. 산과 들은 눈부신 햇살로 가득했다. 여기저기 연둣빛의 보드라운 잎들이 몽실몽실 피어올라 진달래와 산수유, 봄꽃들이 만발하여 산마다 고운 빛깔을 띠고 있었다. 우리들은 저마다 마대자루를 하나씩 들고, 두릅을 따기 위한 낫과 칼을 괴나리 봇짐에 싸서 들쳐 메고는 산등성이를 따라 올라갔다. 길도 없는 산 속을 헤매다 가까스로 두릅밭을 찾았는데 몇 군데는 이미 누군가 두릅을 따간 흔적이 있었다. 그러나 워낙 두릅밭이 넓어 두릅을 딸 정도는 되었다. 까시에 찔리는 지도 모르고 허겁지겁 두릅을 따니 푸대가 제법 되었다. 다리도 아프고 힘이 들었지만 즐겁게 산길을 내려와 친구의 고향집 마당에서 두릅잔치를 했다. 생전 처음 먹어 보는 두릅의 향은 그야말로 봄을 만끽하는데 일품이었다. 두릅 된장무침, 두릅 튀김, 두릅 부침에 덧붙여 두릅 된장찌개까지 풍성하게 한 상 가득히 올려놓는데 그날의 두릅잔치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밥 없이 두릅점심 해결을 하고 회상까지 하게 해 준 지인에게 감사의 마음이 가득해졌다. 식사 후 여담을 마치고 그가 떠난 후 하던 일을 정리하는데 갑자기 속이 부글부글 끓고 안정이 안 되었다. 평소 배탈이 잘 나지 않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병이라는 것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니 뱃속에 탈이 많아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강박관념이 앞선다.

차를 계속 끓여 먹어도 소용이 없고 속 쓰림이 계속 된다.

주변 정리를 간신히 하고 집으로 돌아와 미음을 끓여 한 모금 마셨다.

몇 술 뜨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따스한 미음이 들어가니 가라앉는다.

그러면 그렇지 아직은 내가 살만한가 보다 생각하며 무심히 핸드폰 검색을 하는데 두릅이야기에 시선이 꽂혔다.

아차, 두릅에 독성이 있다니. 밥을 안 먹고 두릅만 잔뜩 먹어 버렸으니 그 바람에 탈이 난 것을 몰랐던 것이다.

이 참에 두릅의 성질을 살펴보니 비타민 C와 B1외에 신경을 안정시켜 주는 칼슘이 많이 들어 있어 불안과 초조감을 없애 준다고 한다. 또한 강하작용이 있어 기력이 약하고 머리가 아픈 사람들에게 좋은 나물이란다. 이른 봄에 나오는 두릅은 어린 싹을 먹는데 당뇨병이나 소화기능에 도움을 주기도 한단다. 여기에 독성이 있어 꼭 삶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 독성이 덜 빠져서 배를 아프게 했던 것 같다.

지인 덕분에 두릅으로 호사한 날 추억도 함께 살아나서 옛날을 되돌아보게 해 주니 더욱 오늘 하루가 뿌듯해지는 봄날의 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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