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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시낭송은 나의 숨, 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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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시낭송은 나의 숨, 공기
  • 조경식 수필가
  • 승인 2022.04.18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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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어김없이 자리바꿈을 하였다. 먼 산 어느 산자락에서 불어오는 듯, 얼굴을 스치는 바람결에 포근함이 느껴진다. 봄은 모든 만물을 소생케 한다. 마른나무에 새잎을 돋아나게 한다. 나는 해마다 봄이 되면 새싹이 피어나듯 새로운 꿈을 꾸곤 했다. 사람은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을 다행히 잘하면 타고난 재능이 보여 자신의 노력과 일맥상통하면 참으로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내게 있어 시를 한편 한편 외워서 낭송하는 묘미가 주는 행복감은 유일한 낙이자, 나의 숨길이며 공기였다.

나는 노래 부르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음정 박자를 못 맞춘다. 노래교실을 다녀보기도 했지만 조금도 발전이 없어서 노래는 포기했다. 그러다 2017년 어느 날, 수원문협 아카데미에서 시낭송 수업이 있다기에 내가 하고 싶고, 동경하던 분야라서 무조건 등록을 하고 수업에 참여를 했다. 그 이후, 이 세상 숨을 제대로 쉬게 해주고 새로운 공기를 새롭게 마시게 해 준 시낭송, 하지만 나는 왕초보로서 너무도 무모한 도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함께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이미 시낭송을 잘하는 프로들처럼 보였고, 실제로도 그런 것 같았다. 발음과 호흡, 기본기도 없는 나는 한마디로 열정만 앞선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싶으면서도 그나마 내가 살면서 많은 시를 가까이했기에 그리 낯설지 않게 다행히 나만의 감성으로 시낭송의 끈을 잡을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윤동주의 서시’를 낭독했다. 내가 배우고자 하는 열망에 내가 나에게 도취되는 듯했으나 왠지 수업시간에 소외감을 느꼈던 기억이 생각날 때면 씁쓸했다.

나의 첫 번째 꿈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열심히 도전해서 2013년 수필 응모전에서 수상도 하고, 그 길을 잘 알도록 도와주신 작가님을 만나 그 이듬해에 등단도 하게 되어 내 삶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하면서 나만의 자존감을 찾게 되어, 마냥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살아가게 되었다. 또 하나의 어머니, 문학의 어머니를 만나게 된 것도 삶의 훈훈한 일이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것은 고통이 따르기에 몸이 약한 나는 시낭송도 단번에 하지를 못하고 쉬어야 했다. 두어 달 쉬고 나니 솟아나는 열망에 시낭송 동아리에 참여하고 문협 아카데미 수업에서도 열심히 배웠다. 지금도 훌륭하신 교수님을 모시고 일주일에 한번 아카데미 줌 수업을 한다. 알고 보니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았다. 다행히 암기력이 좋아서 시를 외워서 낭송하는 묘미가 나를 사로잡았다. 학교 다닐 때 내 손에서 시집이 떠난 적이 없듯이 시낭송을 시작하고서는 집에서도 동선이 움직일 때마다 시낭송 교본을 들고 다녔다. 외우다가 틀리거나 막히면 바로 수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설거지를 하면서도 낭송을 연습하고 샤워하면서도 수없이 복습을 한다. 특히, 한밤중에 잠자다 깨었을 때 온갖 번뇌가 엄습을 해오지 못하도록 시를 속으로 중얼중얼 외우며 낭송하면 감히 그 어느 것도 나를 침입하지 못한다. 거리를 걸으면서도 옆에 누가 지나가든 말든 신경 쓰지 아니하며 큰 소리로 시낭송을 하며 걸으면 호흡도 되고, 정말 시낭송은 곧 나의 애인이라 말하고 싶다. 운전 중에도 예외 없이 나는 시를 읊조린다.

나만이 아는 트라우마가 극복이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는 사십 대 초반에 삶의 극심한 스트레스로 갑자기 청력장애가 와서 다니던 직장도 못 다니고 하루아침에 막다른 골목길의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보청기를 끼지 않으면 중증장애인이라 일상생활이 안 된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보청기를 양쪽 귀에 낀 채, 생활하며 늘 삶의 의욕이라든가 자신감이 떨어지고 지극히 예민하고 소심하게 변해가는 성격, 잘 못 듣는다는 수치감에 대인관계도 원만하지 못할 때가 너무 많았다. 그런 내가 시낭송을 배우면서 그런 아픔을 치유하는 계기도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런 상황들이 마치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있는 것처럼 숨죽이며 살아온 내 자신이 무언지 모를 때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이런 고백적 글도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내놓을 수 있는 용기도 시낭송을 하면서 얻은 힘찬 교훈이 되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숨, 공기이자 애인이 되어준 시낭송을 무대에서 틀리지 않고 하고 내려왔을 때의 희열감은 시낭송을 안 해 본 사람들은 모른다. 시를 보고 낭독하는 것은 그다지 희열감이 따르지 않는다. 한 편의 시를 외우고 감정에 충실하며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수없이 반복 연습하며 시의 내용에 흠뻑 취해서 보통 3개월 정도 노력을 해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기에 더욱더 성취감을 준다. 언제까지나 나는 이 행복을 느끼며 즐겁게 살아가는 유일한 낙으로 나를 가꾸어 갈 것이다.

삶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것도 결국은 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이다.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나의 삶을 윤기 있게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인생 여정길에 동반자가 되어주고 나를 치유해준 시낭송을 오늘도 힘껏 사랑해준다.

 


조경식 수필가
조경식 수필가

약력

-「한국작가」수필부문 신인상 등단

-수필가, 시낭송가

-수원문인협회 수필분과위원회 차장 역임

-한국시낭송문학상 본상 수상

-성남아트센터 청소년백일장 시상식 오픈 시낭송

 

 


 

고추나물 꽃 [사진=류중권 시인]
고추나물 꽃 [사진=류중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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