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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처음 보는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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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처음 보는 버스
  • 밝덩굴 수필가
  • 승인 2022.03.06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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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도시락 싣고 버스는 달린다/ 능숙한 운전대 안전한 승객들

그런데 시동이 꺼졌다/ 밀어 보자 힘 모아.

꿈에서 ‘처음 보는 버스’를 탔다. 수원 북문에서 탔는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냥 탔다. 차 안에는 20여 명이 타고 있었다. 하얀 마스크, 노랑 마스크, 빨강 마스크. 그리고 멋진 디자인이 된 그림 마스크도 있었다. 승객들은 아무 말이 없다. 조용하다. 숨이 막힌다.

차가 동문에서 서고 한 사람이 탔다. 이 사람은 마스크에 이렇게 써 넣었다. ‘마스크를 벗고 싶다.’ 경부고속도로 수원 나들목쯤 와서 차가 또 섰다. 이번에는 젊은이 세 명이 탔다. 한 청년은 마스크를 콧등에 얹어 놓고, 또 한 청년은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마지막 청년은 아예 마스크를 하지 않고 있었다. 이들은 불량배들이 난입해 행패를 부리는 것처럼 욕을 해대고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말해 봐, 말 좀 해봐!” “당신들은 두 사람이 같이 앉았어. 한 사람씩 앉으라구.” “아, 어린놈도 탔네, 이 위험한 때, 뭘 나돌아 다녀! 쓰발 숨 막힌다.”

이때 맨 뒤에 앉아 있던 임꺽정 같은 사람이 일어나더니 “야! 너희들 어디서 행패야! 너는 마스크도 안 쓰고, 내려, 내리라고….” 그사이 차는 용인 정신병원 고개를 넘고 있었다. 고갯길이 가파른지 갑자기 시동이 꺼져버렸다. 차에서 내린 기사가 버스 이곳저곳을 살폈지만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승객 여러분, 차가 고장이 났습니다. 내려서 밀어주시겠습니까?”

승객들은 말없이 차에서 내려 버스를 밀기 시작했다. 1미터쯤 움직였다 서기를 반복한 끝에 겨우 시동이 걸렸다. 차가 출발하는데, 몇 사람이 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앞으로 걸어가고 나머지 한 사람은 정신병원 쪽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이 사람이 변한다. 하얀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목에 건 모습으로 걷고 있었다. 기사님이 그들 곁에 차를 세우고 타라고 했지만 쳐다보지도 않는다. 어쩔 수없이 그들을 남겨두고 버스는 출발했다.

험한 말을 내뱉던 젊은이 중 한 명이 내게로 다가왔다. “야! 모자 밑으로 흰머리가 보이는 걸 보니 늙은이구먼, 아직도 직장에 다니나? 야. 너 때문에 많은 젊은이가 직장을 못 잡잖아!” 그러더니, 두 손으로 내 목을 움켜쥐고 마구 누르면서 흔들어 대었다. 컥컥, 나는 숨을 간신히 쉬면서 힘을 다해 뿌리치며 소리쳤다. 그러다 잠에서 깼다. 식은땀이 온몸을 적셨다. 나는 마스크를 쓴 채 자고 있었다.

이 꿈은 아무 꿈이나 꿔진 것이 아니라, 내가 30여 년 전에 내 통근 버스 시절의 현상과 연결이 지어지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때, ‘천 기사 버스’는 천 씨 성을 가진 분이 운행하는 것이라 그리 이름이 붙었다. 이 버스는 ‘수원 북문-용인-송전’을 잇는 교사, 공무원, 회사원, 더러는 학생들 몇 명을 싣고 달리는 통근 버스였다.

지금 시대에 버스가 고장 나는 일은 참 보기 힘들다. 천 기사가 모는 버스는 한 달에 한 번은 고장이 났었다. 천 기사는 늘 웃었다. 사랑한다. 도와준다는 말을 자주 했다. 차가 고장이 나지만 용케도 10분을 넘기지 않는다. 그래서 천 기사 버스는 그때 탔던 사람이 계속 타고, 버스는 쉬지 않고 계속 운행되었다.

지금, 우리는 별 세상을 다 살아본다. 고장난 세상에서 고장 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들어와서는 인간을 괴롭히고 못 살게 한다. 하루 확진자가 십만 명이 넘고 몇십 명이 죽어간다.

이 바이러스는 물러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어려운 때, 웃음이 있으면 넘길 수 있다. 웃는 얼굴에는 화살도 지나친다. 사랑이 있으면 고통도 뚫는다. 사랑 이상의 치유는 없다. 힘을 모으는 곳에 새 길이 있다. 하늘은 찾는 자에게 길을 내준다.

왜, 꿈으로 ‘처음 보는 버스’를 보여 줬을까? 기도하라는 것 같다. “신이시여! 도와주소서. 고통받는 세상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시고, 새로운 꿈을 가진 이들에게 아름다운 동산을 찾아 주소서!”


밝덩굴 수필가
밝덩굴 수필가

약력

한국문인협회 경기도지부장. 경기도중등교장.

법무연수원, 한경대, 협성대 강사. 한글학회 회원.

 

 

 

 

 

류중권 시인의 사진/ 봄 꽃
류중권 시인의 사진/ 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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