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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壬寅年) 새해엔 일과 사랑, 희망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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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壬寅年) 새해엔 일과 사랑, 희망을 위해
  •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 승인 2021.12.31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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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행복의 원칙은
첫째
어떤 일을 할 것
둘째
어떤 사람을 사랑할 것
셋째
어떤 일에 희망을 가질 것이다.

-임마누엘 칸트-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력감은 무기력을 만들어 사랑의 감정도 만들지 못합니다.
사랑이 없는 곳에서는 희망도 희박해집니다. 내가 전념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희망으로 살아갈 동기를 만들 것입니다.

<최광호 시인>이 메일로 보내 준 메시지다. 새로운 새해에 공감이 가는 말로서 평범하면서도 최고의 메시지란 생각에 올려 본다.

지난 한해를 어떻게 살았는지 바빠서 눈코 뜰 새 없었다. 카톡에 답신은 물론 몇몇 지인에게도 안부인사 못했다. 혼자서 있는 시간 남들은 다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그것조차 여의치 않아 밥 먹는 일과 간단한 가정 일을 빼고는 무조건 하고 있는 일에 올인을 했다.

친정에도 가지 않았고 심지어는 전화도 한 통 여유롭게 한 적이 없었다. 그렇게 지내기를 두해, 측근에 여유 있는 지인들은 맘 좋게도 나를 이해하는지 웃음을 지으며 ‘바빠서 좋겠다’라고 한다. 시집간 딸은 일부러 일요일마다 친정이라고 바쁜 엄마를 찾아 손주 녀석을 데리고 온다. 말없는 남편이 딸아이만 보면 입이 헤벌쭉 벌어져서 하루 종일 무슨 말인가 주고받으며 껄껄거린다. 딸의 특유한 표현과 먹은 맘 없는 우스갯 소리는 꼭 남편의 젊은 날 행동하고 똑 같다. 어쩌면 저리도 닮았을까. 이리 보고 저리 보고 훑어보아도 유전은 못 속인다더니 뱃속까지 똑같은가.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

할 수없이 일요일만은 나가던 협회 일을 접어 놓고 가족과 함께 지내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도 편한 것은 아니다. 딸이 오니 좋아서 한 순간도 쉴 틈 없이 종종거린다. 잘 하지 못하는 음식도 하루 종일 만든다. 남편과 딸아이가 그저 해맑게 웃으며 이 말 저 말 하는 것이 신기하고 기분이 좋아서 말하는데 끼어들을 생각도 않고 바라보기만 한다. 그러기에 전화는커녕 핸드폰 소리도 안 들린다.

그런데 기어코 터질 것이 터지고야 말았다. 존경하는 윤 선생님께서 화가 단단히 나셨는지 고래고래 고함을 치신다. 왜 개인 톡을 안 받느냐는 것이다. 전직이 의심스럽고 교양이 없다고 나무라신다. 변명은 물론 할 수 없다. 그 분의 성정을 잘 알기에 그저 쩔쩔매며 사과를 했지만 전혀 막무가내시다.

이상하게도 윤 선생님과는 같은 문학을 하는데도 잘 혼난다. 나 자신은 어려워서 그런다지만 어르신이신 선생님께선 관심이 드문드문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중요한 시점에서 회피도 적절하게 잘 하신다. 나 역시 선생님 마음을 세밀하게 관찰도 하고 그 분의 생각을 골똘하게 살핀다. 언젠가는 선생님께 글도 제대로 배우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분의 관심을 끌어 보려고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잘 안 된다. 정말로 바쁜 일정 때문인데 그 분은 모르신다. 마치 집에 있는 남편의 마음처럼 화만 잔뜩 나 계시는 것 같다. 사실 그 분 모르게 2022년 청사진을 만든 것이 있다. 몇몇 작가들과 윤 선생님을 만나서 글을 배우고 책도 만들어서 선생님의 평까지 실어 보려고 작정을 했는데 그러기도 전에 내 마음은 아랑곳 않고 화만 내시는 것이다. 화를 내는 것도 열정일까. 아니면 관심일까. 까다롭기 그지없다.

십 여 년 전에는 협회에서 문학기행을 가는데 별도의 문학모임 지인들을 함께 동참케 했다. 장소는 문경새재였다. 우리는 무심히 문경새재를 간다니 산행이라 여겨서 등산복을 모두 챙겨 입고 갔다. 문학회의 활동이 재미있고 관심이 많을 때였다. 문경새재 관문은 1관문 2관문 3관문이 있었는데 여러 명이 갔으니 시간 관계상 1관문까지만 다녀오라고 했다. 인솔자 역시 같은 지인이며 같은 직장의 선배였고 남편도 따라갔으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다가 일행도 잊어버리고 2관문까지 다녀오게 되었다. 윤 선생님은 함께 온 일행과 식당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는데 약속된 점심식사시간이 훌쩍 지나 도착했더니 이번처럼 혼쭐을 내셨다. 그 분이 제일 싫어하는 케이스에 딱 걸리고만 것이었다.

여럿이 있는데서 혼이 났으니 내 마음은 문학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속으로는 다시는 안 뵐 거라고 다짐까지 할 정도였으니 나로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서운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한 도시에서 살다 보니 안 부딪칠 수가 없고 시간이 지나니 내가 옹졸하다는 마음에 선생님 행사 때는 시화를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몇 해가 흐른 후 선거가 있어 지원을 바라니 메일에 파일까지 첨부하여 보내 주셨다. 겁도 나고 너무나 속이 상해 파일조차 읽지 않았다. 분명히 무어라고 야단을 치실 것만 같아 미리 작정을 하고 읽지 않았던 것이었다. 선거 후 선생님께서 메시지를 읽었느냐고 물으시길래 솔직하게 읽지 않았다고 했더니 본인이 파일을 내리겠다고 하셨다. 또 몇 년이 지났는데 선거를 하게 되어 옛일을 잊고 사인을 부탁드렸다. 이번에는 협회에 쉴 생각이라고 하시며 정중히 거절하셨다. 자꾸만 선생님으로부터 멀어지는 느낌이 들고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가타부타 응답도 안하고 지나가 버렸다. 참 까다로운 선생님이라고 마음속에 깊이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개인 톡을 안 받는다고 준엄하게 나무라신다. 세월이 지났으니 잘 지내보려는 내 마음이 무척 불편했다.

어쨌든 용서를 구한다는 말과 함께 구구 절절히 잘못했다고 빌었다. 나이가 들었으니 이 정도의 사과는 나에겐 아픔이 아니야 라고 생각을 고쳐먹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나긋나긋하시다. 때로는 축시도 써 주시는 선생님이 나에게는 어렵고 잘 대해 주실 때면 과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앞으로는 내가 마음을 더 많이 열어야 할 것이다. 바빠도 얼마나 바쁜지 모르시는 선생님이 밉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다정 다감 하시다는 것을 생각하면 내가 옹졸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올해도 나는 바쁠 것이다. 임마누엘 칸트의 말이 아니더라도 나는 일중독이 되어 무슨 일인가 하지 않으면 안절부절이다. 일처럼 재미있는 것이 없다. 그것도 안 되는 일을 밤새도록 하고 나서 일이 잘 풀릴 때의 쾌감이라니. 선생님의 미움은 접어두고 오늘도 나는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시작을 하려한다. 선생님께서 못난 후배를 용서해 주시리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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