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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여름날의 혹독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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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의 문학광장] 여름날의 혹독한 질문
  •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 승인 2021.07.29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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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한국문인협회 수원지부장
정명희 한국문인협회 수원지부장

뜨거워도 이번 여름처럼 뜨거운 폭염은 처음 만난다. 예전의 여름은 그냥 찜통 더위라고 하며 에어콘 없이 그런대로 견뎠다. 심술인지 태생이 그런지 그는 한 번도 에어콘을 켜자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것이 미워서 내색은 못하고 부어 있었다. 좀 참으면 어떠냐는 것이 그의 지론이고 정말 잘도 참는다. 더위로 인해 밤잠을 설치면 샤워만 여러 번 하고는 밤을 새운다. 아픈 내색도 별로 안하고 추워도 춥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그 뿐만이 아니다. 싫어도 싫다는 소리조차 안하고 밥맛이 있다 없다 소리도 안한다. 아프다고 낑낑 앓는 것도 별로 본 적이 없다. 아니 절대로 본적이 없다. 한 때는 누가 옻을 먹어보라고 하니 덥석 옻닭을 먹으러 간 적이 있었다. 옆에서 보니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옻이 올라 있었다. 피부가 연한 곳은 물론이고 전체가 옻으로 인해 퉁퉁 부어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 앉아 있었다. 약도 안 먹고 삼사일을 견디는데 저절로 미쳤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옆에 있는 나도 괜스레 옻이 올라 안절부절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렇게 지독하게 참아낼까 연구대상이라는 생각도 했다. 인내에도 무관심이 포함되는지 모르지만 어쩌면 그렇게 무관심인지 결혼 초에는 원망을 달고 다녔다. 어느 순간 내 자신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어 단념하기로 했다. 남들은 그런 우리를 보고 빨리 밀땅에서 벗어나야만 결혼생활이 평탄하다고 충고를 했다. 그럴 때면 이런 저런 일에 쌈박질하고 사네 안사네 하는 너희들 보다는 났다고 자부하며 살았다.

그렇지만 하루이틀이지 그런 사람과 살다보니 배운 것은 이골이 난 참을성이다. 이래도 참고 저래도 참고 도사가 되어가는 것 같다. 어떤 때는 당신 덕분에 제일 못하는 나의 인내가 성장했다고 스스로 자부하기도 하면서. 그래도 남편이라 그런지 무슨 일에든 나의 인내보다 그의 인내는 한 수 위다. 더운 날 차를 타고 가도 에어콘 켤 생각은 전혀 없다. 내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사람처럼 그저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 그럴 때는 옆에서 조용히 눈을 감는다. 할 이야기도 없고 보챌 생각도 없다. 그저 같이 간다는 것이 편안하다는 생각만 한다. 그러저러한 일들을 생각하면 그와 산다는 것이 무미하다는 생각인데 남들 사는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런대로 고맙고 잘 만났다는 생각이다. 천생연분은 아니지만 잘 맞추려고 노력은 했던 것 같으니까. 그런데 올해의 더위에는 장사가 없다. 오후 두시 경 볼일이 있어 거리를 주행하는데 차 속의 열기가 장난이 아니다. 땡볕에 세워 둔 탓인지 보이지 않는 불길이 화마로 변해 차 속에 웅크리고 있는 것만 같다. 앉은 자리에 불을 끼얹은 것만 같이 뜨거워 타들어 가는 공포가 엄습한다. 땡볕더위에 몸이 달아올라 후끈거리고 미칠 것만 같아 언제 어떻게 숨을 거둘지도 모른다는 강박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어콘마저 작동이 안된다.

생각하니 지난 번에도 에어콘 때문에 난처한 적이 있었다. 얼마 전 지인을 태우고 거리로 나왔는데 에어콘이 안 돼서 몸 둘 바를 몰랐던 것이 기억났다. 참 한심하다. 차를 갈아야지 하면서 미련을 떤 나의 불찰이다. 그 것도 어찌 보면 그의 인내 전략에 나도 모르게 빠져 버린 결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무조건 인내로 갈 데까지 가 보자는 그의 습성과 연관된다.

집으로 돌아오니 더위에 장사 없다고 에어콘도 안 켜는 안방에서 도저히 버티기가 어렵다. 슬며시 나와 거실에서 자기 시작했다. 속이 갑자기 시원해 진다. 이 얼마나 자유로운 탈출인가. 사실 그렇게 하기를 연습처럼 몇 번 써먹기도 했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안방으로부터 탈출이다. 더위는 그렇게 우리를 갈라놓았다. 나의 용기도 도를 넘어갔다. 에어콘을 켜 놓고 자기도 하고 밤 새워 에어콘을 켜기도 한다. 그런데 절약걱정이나 전기요금 생각은 하나도 안한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인내의 설득과 강요를 받았건만 이제 그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미 내 몸 자체가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어찌 보면 나약해진 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비타민 하나 챙겨 먹을 줄도 모르고 건강식품 하나 제대로 꾸준히 못 먹는 허당인 내게는 당연히 면역력이 약해지고 각 종 질병이 도사리고 있을 수 밖에.

그 바람에 더위도 못 견뎌 안절부절하는 밖으로 표시되는 나의 변화다.

얼굴도 그렇다. 몇 년 전에는 피부과도 다니고 제법 피부 맛사지도 했었는데 그 마저도 귀찮다. 아니 시간이 전혀 없다. 무슨 일을 하는지 어찌어찌 하다 보면 시간이 저절로 달려간다. 밤 열두시에 집으로 귀가하는 일은 일주일에 두 세 번 기본이 되어 버렸다. 문득 세수를 하고 얼굴을 만지니 무언가 걸리는게 있다. 작은 딱지 같기도 하고 점 같기도 한데 걸린다. 오른쪽 얼굴에는 작은 살이 사마귀는 아닌데 올라 와 그 또한 걸린다. 피부과에 가서 상담을 해야지 생각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기만 한다. 무엇이든지 때가 있는 것 같다. 몸도 뜨겁고 마음도 뜨겁고 바로 타 죽을 것만 같은 불볕 속에서 인생은 참으로 큰 교훈을 준다. 그가 준 인내와 불볕 속을 견디는 나의 인내와 피부관리에 대한 유혹에 대한 인내를 가르쳐 주니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인내조차 내게서 멀어질 것은 자명하다. 왜냐하면 내가 에어콘을 켰으므로. 그리하여 어떤 응답을 기대하는지 오늘의 격렬하고 불같은 여름은 비웃듯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 사는 동안 너의 인내는 썼는지 아님 달콤했는지 잘 생각해 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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