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어서 입 막았네
못 다한 말 있을 텐데
민망해서 귀 막았네
들을 말 있을 텐데
모자를
눌러 썼는데
기침도 하지 말라네
시평(詩評)
밝덩굴 시인(본명 박병찬)은 한글학자다. 우리 한글의 선봉자로서 한글에 대해 올바른 지식을 갖고 있으며 한글사랑의 명분이 뚜렷하다. 평생을 우리 한글을 위해 연구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신 분이다. 이런 분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아파트에서 얼마동안 나오지 않으셨다. 사모님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하시면서 건강을 돌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마스크를 쓰니 말도 하지 말라는 것이고 말을 하지 못하니 귀로 들을 수 없다. 모자까지 눌러 쓰고 돌아다니려 하는데 기침은 더욱 안 된단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고 한탄하는데 들어 줄 사람조차 없다. 어느 날 뵙고 싶어 문협에 나오시라고 했더니 절대로 안 된다고 하신다. 평생을 교육자로 너무나 반듯하게 사셨으니 지킬 것은 제대로 지켜야 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코로나 세상은 너무하다. 이렇게 입막고 귀막고 살아가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처음 보는 신기하고 기이한 세상을 팔십평생에 구경하며 사는 건지 안 사는 건지 삶의 안타까움을 시로 표현했다.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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