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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희망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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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는 수필] 희망의 이유
  • 임수진 수필가
  • 승인 2021.06.20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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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진 수필가, 소설가2004년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 구미문학예술상, 현진건문학상신인상, 경북일보문학대전 대상, 저서 「나는 여전히 당신이 고프다」 「향기 도둑」, 기행수필 「팔공산을 걷다」를 경북일보에서 발행, 현 수원문인협회 수필분과위원장
임수진 수필가, 소설가2004년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 구미문학예술상, 현진건문학상신인상, 경북일보문학대전 대상, 저서 「나는 여전히 당신이 고프다」 「향기 도둑」, 기행수필 「팔공산을 걷다」를 경북일보에서 발행, 현 수원문인협회 수필분과위원장

“내일 뭐 할 거니?” 

친구가 물었다. 순간 생각이 멈추었다. 무심하게 흘러 보낸 ‘내일’이란 시간이 평소와 다른 의미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살아오면서 직간접적으로 맞이한 죽음을 지켜보며 혼란을 겪을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일시적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슬픔은 무뎌졌고 일상으로 복귀한 나는 깊은 고민 없이 내일을 보내고 또 맞이했다.

사건사고가 이렇게 많은데도, 아픈 사람도 많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마비시키는 상황에 서 있었음에도 나와 직접적이지 않은 일에는 심각성이 덜했다. 사람 대부분은 ‘그들의’ 일에는 ‘너’의 일처럼 충격을 받거나 슬픔에 빠지지 않는다. 언제 어느 때 그 일이 ‘너’의 일이나 ‘나’의 일이 될 수 있음에도 말이다.

왜 그럴까. 어째서 내일에 터무니없을 만큼 낙관적일 수 있는 것일까. 엄밀히 따지면 나이  든 사람보다 건강하고 어린 친구들일수록 더 그렇다. 펑펑 써도 계속 생겨나니 의심할 이유가 없고 무엇보다 늙거나 아파보지 않아서일 것이다.     

나 역시 내일을 공기쯤으로 여기며 살았다. 내일을 못 만날까 봐 잠을 못 이루거나 애를 태운 적이 없다. 그뿐인가. 이런저런 골치 아픈 일은 모두 내일로 미뤘다. 내일 밥 먹자. 운동하자. 책 읽자, 여행하자. 등 내일로 이월시킨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린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에는 애착이나 관심이 적다. 소중하게 여기거나 고마움을 표시하는데도 인색하다. 내일을 대하는 나의 태도 역시 그러했다. 밤에 잠자리에 들 때 내일 뭘 할지 고민은 하면서 내일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단 생각은 않고 지냈다. 석양을 바라보며 눈물은 찍어내면서 내일로 가는 길이 정체가 되거나 막힐 수 있다는 상상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 없이 써댄 시간. 오늘 문득 ‘나’와 마주하며 오랜만에 돌아본 뒤. 아뿔싸. 등 뒤에 까마득한 높이로 쌓인 저것. 그건 바로 과거라는 이름의 어제였다. 누구도 자신의 남은 시간을 정확히 계산할 수 없지만 내일을 의미 있게 사용할 권리는 있다. 대체 우리에게 내일은 무엇일까.

소풍을 가기로 한 아이가 신이 나서 물었다.
“엄마, 내일은 언제 와?”
“오늘 밤 자고 일어나면 내일이지.”
아침이 되어 아이는 눈을 뜨자마자 물었다.  
“엄마, 이제 내일이지?”
“아니, 오늘은 오늘이야. 내일은 오늘 밤 자고 나야 만날 수 있어.”

비슷한 글을 어디에선가 또 읽었다. 모녀의 대화에서 보면 내일은 없다. 없는 게 아니라 아직 오지 않았다. 우리가 내일이라 부르는 내일은 만나지는 순간 오늘로 바뀌기 때문에 만질 수 없는 시간과 같다. 언제나 한 발 앞에서 우릴 향해 미소 짓지만 실체는 없다. 그렇다고 허상이라 할 수도 없다. 있지만 없는 없다고도 있다고도 할 수 없는 그것이 우리에게 꿈을 갖게 하고 노력하게 만들고 움직이게 한다.

내일이 없었다면 세상은 발전하지 않았고 순환도 멈추었을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저녁에 기분 좋게 잠이 들고 아침에 눈을 떠서 기운 내서 현관문을 나설 수 있는 건 모두 내일이 품은 가능성 때문이다. 내일에 속아 오늘의 좌절과 슬픔, 고통을 참아내지만 속은 게 아니라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이었다는 걸 부정할 사람은 없다.  

형제의 대화에서처럼 아침에 눈떴을 때 오늘과 만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눈앞에 새로운 내일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내일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믿고 산다. 원하는 회사나 대학에 합격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하며 마음껏 웃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일은 그런 것이다. 구부러진 날개를 치유해서 다시 날게 하는 에너지다. 그게 우리가 내일 바라기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이서등 / 캘리 화가
이서등 / 캘리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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