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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연의 법고창신] “그 옛날 내가 살던 고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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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연의 법고창신] “그 옛날 내가 살던 고향이~”
  • 경인경제
  • 승인 2020.09.23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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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이 짙어지고 있다. 초가을 바람 속에서 염천(炎天)을 견뎌온 사과며 대추, 산수유를 비롯한 갖가지 열매의 채색은 자연의 오묘함을 느끼게 한다.

가을은 추수라는 상징어가 말하듯 한 해의 결실을 거두는 의미에서 자신을 있게 한 부모도 떠오르게 한다.

‘시성(詩聖)’ 두보의 시에선 가을날 고향을 생각하는 정회가 진하다. 시 ‘강한(江漢)’을 맛보자. “장강과 한수를 떠돌며 고향 그리움 깊으니 천지간에 답답한 선비로구나(江漢思歸客 乾坤一腐儒)/ …/ 석양에도 마음은 여전히 벅차오르고 가을바람에 병마저 나아지려 하네(落日心猶壯 秋風病欲蘇) ….” 두보와 동시대를 살면서 쌍벽을 이루는 ‘시선(詩仙)’ 이태백 또한 고향을 그리워하는 나그네의 애절한 마음을 노래했다.

그의 시 ‘정야사(靜夜思)’를 보자. “침상 앞 스며드는 밝은 달빛(床前明月光)/ 땅에 내린 서리가 아닌가 생각했네(疑是地上霜)/ 고개 들어 산 위 밝은 달을 바라보고(擧頭望明月)/ 그만 머리 숙여 고향을 그리네(低頭思故鄕).”

고향이란 무엇일까. 그곳에서 태어났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거기에 묻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당위성을 함께 갖는 곳이다. 미물인 여우도 죽을 때 제가 살았던 언덕을 향해 머리를 두고, 강남에서 온 새는 남쪽 나뭇가지에 집을 짓는다고 하는데 하물며 사람이랴! 명절만 되면 그토록 끈질기게 고향을 찾는 이유는 뚜렷하다.

유년의 꿈이 어려 있고, 속울음까지 다독여 주는 산하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화 등으로 그 모습은 이지러졌지만 우리에겐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종착점인 것이다. 삶의 원의(原義)다.

그렇다고 배타적·폐쇄적 지역이기는 결코 아니다. 내 자식 귀하면 남의 자식 또한 귀하듯, 내 삶의 뿌리는 이웃의 근원과 맞닿아 있음이다. 우리 모두 그물코처럼 따로 떼어내 존재할 수 없는 자타불이(自他不二)라고 하겠다. 사리가 이렇다면 실향민의 고통은 나의 아픔이 아닐 수 없다. 이산가족이 고향을 자유왕래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돕는 일은 동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소명일 것이다.

‘고향’은 민족의 공동 원형질이다. 남북 당국은 하루 속히 상봉행사 정례화·규모 확대 등을 통해 이 땅에서의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연로한 이들의 평생 한을 풀어줘야 한다. 평화통일의 디딤돌로도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모든 이산 1세대들이 추석과 설날 등 명절엔 아들·딸, 손자·손녀, 며느리·사위 손잡고 고향찾기 대이동에 나서야 한다. 더러는 경의·경원선 열차에 몸을 싣고 한 잔 소주에 ‘고향 무정’을 비감한 심정으로 읊조리기도 할 것이다. “구름도 울고 넘는 울고 넘는 저 산 아래, 그 옛날 내가 살던 고향이 있었건만, 지금은 어느 누가 살고 있는지 ∼.”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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