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아이 행복을 위한 처방전 - 부모여! 걱정과 불안을 덜어라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

2017-05-18     경인경제
▲ 불안한 아이
[경인경제] [건강정보] 아이 행복을 위한 처방전 - 부모여! 걱정과 불안을 덜어라


진료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두고 있는 한 어머니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아이가 유치원 생활을 잘해왔음에도, 아직 키가 작고, 힘이 약하기 때문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키 크고 힘이 세며 인기 있는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할 거라고 걱정을 했습니다. 또한 아이가 제대로 학업을 따라가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기초 수준의 공부는 쉬웠지만, 체계적인 학습을 하는 초등학교 수업은 기존에 비해 어려운 내용을 가르치므로 매우 힘들 것이라는 걱정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이런 걱정들 때문에 과도한 선행 학습을 아이에게 강요하였고, 친구관계에 대한 질문도 계속 하였습니다. 물론 날이 갈수록 아이와 엄마의 관계는 악화되었습니다.


아이도 엄마의 걱정과 근심 때문에 자기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호소하였습니다. 이 경우 문제는 엄마입니다.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지만, 아이에 대한 과도한 걱정이 점점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엄마도 이런 걱정을 떨쳐 버릴 수 없다는 것에 한편으로는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뇌과학의 측면에서 걱정은 원래 '좋은 기능' 중 하나였습니다.

미래에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해 대비하고 미리 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걱정이 많아지는 것은 지나치면 행복을 가로 막을 뿐 아니라 심각해지면 '질병' 으로 바뀌기도 하며 우리아이의 건강을 방해합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게 하고, 암담한 기분에 빠지게 하며, 무력감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긴장속에서 생활하게 만들어, 급기야, 신경성 두통, 복통, 과민성 대장증상 등 끝없는 기능성 신체장애를 유발하게 만듭니다. 대인관계도 힘들어집니다. 불안-걱정은 '신뢰나 공감'같은 긍정적 상호작용에 방해를 일으키므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도 어긋나기 시작하고, 새로운 대인관계를 맺는 것도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렇듯 힘든 불안-걱정 어떻게 다루어야할까요? 어떻게 보면, 이러한 불안-걱정을 현명하게 극복하면 행복한 아이, 행복한 부모가 되기 위한 지름길을 배울 수 있습니다.


긍정적 심상 기법(Positive Imagery Technique)

구체적 방법의 하나인 긍정적 심상 기법(positive imagery technique) 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긍정적 심상 기법은 복식호흡-근이완술-상상기법을 적절히 결합한 방법으로, 걱정-근심이 생기는 어떤 일에 대해서 좋은 결과를 마음속에서 떠올려 시각화 시키고, 이를 반복하여 연습함으로써, 불안-근심의 자리를 자신감과 안심으로 대치하는 것에 역점을 두며, 실제 불안을 감소시키고, 자신감을 증진시키는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긍정적 심상 기법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그 전 단계로 세가지 핵심 불안 조절 방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는 '긴장을 완화시키고, 평안한 기분을 유도하는 복식 호흡'입니다.

우리가 평소에 하는 가슴 호흡을 배로 하는 호흡으로 바꾸어 연습하는 것입니다. 먼저 편안한 자세로 앉는 것이 좋습니다. 쿠션을 뒤에 받치고 의자에 앉아도 좋고, 바닥에 방석을 깔고 앉아도 좋습니다. 숨을 들이쉬면서 서서히 아랫배를 부풀어 오르게 하고 자연스럽게 숨을 내쉬면서 아랫배를 꺼트립니다. 이때 풍선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하는 것도 도움이 되고, 한쪽 손을 아랫배에 대고, 호흡과 함께 배에 댄 손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도 좋습니다.


둘째는 '근육이완법'입니다.

전신 근육의 긴장을 푸는 방법으로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면 다음과 같다.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눈을 감습니다. 천천히 복식호흡을 하면서, 몸의 각 부분을 떠올리면서 그 부분이 편안하게 이완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다. 대개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순서대로 하는데, 어른들도 처음에는 어렵습니다. 우리 몸의 각 부분을 떠올립니다.

예를 들면, 발가락을 떠올리고, 호흡을 하면서 지금 내 발가락이 편안하게 이완되고 있다고 느껴봅니다. 몇 번의 복식 호흡과 더불어 반복한다. 그 다음은 발 전체로 옮깁니다. 발 전체가 따뜻하게 되고 긴장이 사라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발에서부터 올라가, 발목-정강이-무릎, 허벅지 순서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손가락-손-손목-팔-팔꿈치-어깨 순서로 이완되고 있음을 호흡과 함께 느껴봅니다. 이완 기법은 처음에는 어렵다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지만, 해볼수록 점점 익숙해지면서 신체적으로 긴장이 풀리고 편안해지는 느낌을 얻는 효과가 매우 큽니다. 앉아서 하기 힘든 경우에는 누워서 할 수도 있습니다.


셋째는 '상상 기법' 입니다.

자신이 가장 편안했던 곳, 가장 안전했던 곳을 상상 속에서 떠올립니다. 눈을 감고, 그곳에 내가 정말 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그 안에서 편안하게 쉬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 좋습니다. 그 곳의 풍경, 온도, 공기의 향기까지 느낄 수 있으면 더 좋습니다.

위의 예에서 나온 어머니의 경우, 아들이 초등학교에 올라가 친구에게 따돌림을 당할 거라는 근심을 거꾸로 돌려 긍정적인 결과 즉 '내 아들이 4명의 친한 친구 그룹을 만들어, 함께 운동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도록 합니다. 좀 더 발전적으로는 '내 아이가 학급 반장으로 선출되어 반 아이들에게 리더쉽을 발휘하여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이런 긍정적 상상 요법은 걱정이 많은 어머니의 반복적으로 활성화 되던 '근심 회로'를 차단해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뇌과학적으로는 또는 정신의학적으로는, 불안-근심회로의 활성을 억제하고, 긍정-자신감 뇌 회로를 촉진시키는 것입니다.

상담이 계속 진행되면서, 어머니는 이제 많이 편안해진 모습으로 방문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아이에 대한 과도한 걱정(비현실적인 걱정)이 사실 어머니 자신의 어릴 때의 경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내시고 얘기하셨습니다. 작은 키 때문에 놀림 받던 일, 인기 있는 반장 여자아이에게 밉게 보여 고생했던 일, 갑자기 어려워진 수학 때문에 밤잠을 설치면서 고민하던 일 등등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자신의 경험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어(투사되어) 쓸데없는 걱정과 근심으로 아이를 못살게 굴었다는 생각에 아이에게 사과까지 하셨습니다.

이처럼 위의 세 가지 기법으로 걱정과 근심을 조절하면, 걱정과 근심에 예민해진 뇌의 회로망을 비교적 쉽게 교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근심과 걱정이 장기간 고착화된 상태라면 여러 번의 상담과 훈련 그리고 약물요법과 같은 추가적인 방법으로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