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수필] 상견례
며칠째 아침 뉴스에서 북극한파 소식을 전한다. 출퇴근길에 빙판을 조심하고, 눈이 내리니 운전을 조심하란다. 평소와 달리 날씨에 관심을 두는 것은 주말에 귀한 손님이 오시기 때문이다. 어떤 행사든 날씨가 반은 차지하기에 찬 겨울바람이 멈추기를 바랐다.
오늘은 큰딸의 상견례가 있는 날이다. 창문을 열었더니 어제까지 그렇게 춥던 날씨가 봄이 온 듯 포근하고 햇살도 좋았다. 안동으로 오시는 사돈내외분께서 따스한 날씨를 데리고 오신 것 같았다. 마음 한편에 숨겨뒀던 걱정과 염려를 내려놓고 내 마음의 정원에 행복을 초대했다.
결혼식은 서울에서 하고 상견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안동에서 하기로 했다. 예로부터 안동은 양반들이 많이 살았기에 안동을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양반의 고장’이라고 한다. 나는 안동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어릴 때부터 양반 문화 속에서 예절을 중시하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 안동김씨 29대손으로 어린 시절 집에 손님이 오면 며칠 전부터 어머니께서 반가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는 것을 보았고, 우리들은 예를 갖춰서 손님께 큰절을 드렸다. 현대사회가 되면서 그러한 양반가의 생활방식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 옛날 어머니께서 손님을 맞을 때 하시던 모습을 따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내가 옛날 양반법도를 현대사회에 접목하고 싶은 이유는 그 전통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며느리가 될 사람이 태어난 안동이라는 지역을 사돈댁에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종가음식을 대접하고 싶어서 안동의 대표 종가음식점을 상견례 장소로 잡았다.
고즈넉한 한옥 안으로 들어서니 정오의 햇살이 대청마루를 따뜻하게 데워놓고 손님을 맞이했다. 마루에 오르니 따스한 온기가 평안을 허락했고 긴장된 마음을 녹였다. 약속시간 보다 일찍 도착하여 방은 따스한지 음식은 잘 준비되어 있는지 이것저것 확인하고 있을 때 사돈댁에서 주차장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얼른 대문 밖으로 나가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를 드렸다. 처음 뵙는 사돈내외분은 온화하고 편안한 인상이셨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 부부보다 연배가 많으신 사돈께서는 세 번째 상견례였고 우리는 처음이었다. 바깥사돈께서 두루두루 잘 이끌어주셔서 어려운 자리는 이내 웃음꽃이 피었다. 두 가정이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어서 종교이야기를 시작으로 안동이야기, 종가음식 이야기 등등을 나누고 두 자녀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편안한 가정에서 반듯하게 자란 예비사위는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 합격점수를 받았고, 단아하고 예의 바르게 자란 예비 며느리는 시아버님, 시어머님께 합격점수를 받았다. 요즘 결혼과 출산율 저하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결혼을 한다는 것은 국가에 충성하는 것 이라는 생각이 들어 양가 부모는 두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축복해주었다.
며칠 전 안동참깨와 들깨로 기름을 짰다. 사돈댁에 드릴 선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다가 두가정이 합하였을 때 항상 고소한 향기가 나는 이야기만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성껏 준비한 참기름과 들기름을 선물로 드렸더니 참 좋아하셨다. 그리고 추로지향 안동의 딸을 며느리로 맞아 참으로 기쁘다고 하셨다. 인륜지대사인 딸의 결혼을 앞두고 큰 관문 하나를 지나고나니 사돈이라는 어렵던 자리가 친인척과 같이 가까운 가족이 하나 더 생겼다는 마음에 기쁨이 된다.
약력
〈문학과 비평〉 신인상 수필 당선
〈문학공간〉 신인상 시 당선
와룡문학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안동지부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