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산책] 여름날의 달빛노래

2026-08-28     월성 임상근 시인·소설가

달빛에 산그림자 흐릿한데
노루는 심심한가 보다
들판에 홀로 멀겋게 섰다

산골에 어둠이 내리고
달빛마저 안개에 가려
농부의 적삼앞섶이 눅눅하다

긴 이랑 다 못 메고 돌아오는 
농부의 허리춤에 매달린 호미
저도 심심한지 덜렁거린다

에이고! 이 또한 지나가리니
죄 없는 돌멩이 하나
흐르는 개울물에 던져본다
 

 


시평(詩評)

임상근 시인의 시를 만나며 해마다 찾고 있는 와룡마을의 전경을 떠올린다. 와룡마을은 경기지역 문학인들과 문학과 비평회원들이 MOU체결을 맺고 해마다 찾아가는 장소이기도 하다.
지방문인들이지만 그들은 다른 어느 문학단체보다도 탄탄하고 호기롭게 문학의 길을 가고 있다. 『문학과 비평』 대표이며 문학박사인 김현탁 소설가의 고향이라 그런지 가는 곳마다 시화가 걸려 있고 예로부터 내려오는 선비의 고장임에 손색없는 명소가 즐비하다. 임상근 작가의 작품을 평하기 전에 그의 문학적 배경을 따라 시를 살펴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되어 소개를 해 본다.
와룡마을 출신인 임상근 시인의 작품성의 근원은 무엇인가? 그건 확실히 소박한 시골의 정서를 떠나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는 소탈하며 정갈한 모습의 지성미를 겸비한 작가다. 그 이미지는 만날 때마다 친숙함으로 다가 온다. 마치 잃어버렸던 고향의 그리움의 대명사처럼 그를 만나는 것이다. 그를 보면 작가로서의 우뚝한 위치에서 현대시인의 길을 걷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작가의 심상은 근원적 농촌을 배경으로 하며, 외지에서 제대로 학문을 한 것이 바탕이 되었으리라. 또한 집안의 내력도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위 시 4연 전문은 그야말로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을 소박하게 그리고 있다. 1연에 나오는 노루는 심심한지 들판에 홀로 서서 시인처럼 어딘가를 바라보며 사색을 즐긴다. 시인의 마음이다. 2연의 눅눅한 농부의 적삼 앞섶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정이 넘치고 삶의 모습을 가슴으로 느끼고 있는 대목에 이른다. 어둠이 내리고 달빛이 안개에 가려 시인의 마음도 조요하게 가라앉아 있다보니, 그리움도 외로움도 담아내는 농부의 모습이 시문장에 담겨있는 것이다. 알 듯 모를 듯 은유적 시의 기법이 정확하게나나나 있다. 얼마나 멋진가. 이어서 3연의 적막해지고 비어가는 길, 홀로 걸어가는 모습과 호미를 통해 덜렁거린다는 표현 또한 삶의 허허로움을 제대로 나타낸 시문장의 진수라고 볼 수 있다. 시인은 문득 느끼는 외롭고 허망하고 무언가 비어가는 공(空)적 삶에 담겨 있자니 그 자체가 왠지 마음에 썩 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그도 저도 아닌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돌멩이 하나 개울물에 던져보는 것이다. 시는 이렇게 쓰는 것이리라. 독자는 시 안에 푹 빠져 시를 읽으며 작가의 마음을 느껴보는 것이리라. 과연!이라고 소리치고 싶다. 제대로 된 시 한 편 만나 기쁨이 솟구치는 것이다. 다음 시 감상할 기회가 조만간 있기를 바램해 본다.

<경기문학인협회장 정명희>

 


월성 임상근 시인·소설가

약력

· 한국문학예술 시부문 등단
·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상북도문인회회원,
  안동시문인회회원, 와룡문학회원
· 제18회 문학세계 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
· 김해일보 (2022.04.) 신춘문예 시부문 최우수상 수상
· 제6회 남명문학상 전국공모 소설부문 우수상 수상
· 2025문학과비평 문학상 헤밍웨이 대상 수상

저서 
· 그리움이란 씨줄에 사랑의 날줄 놓아
· 창식이 형( 1. 2 )
· 돈보라 장편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