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수필] 구부러진 나무

2026-08-28     최종만 수필가

 강은 이리저리 구부러져 흐름으로서 푸른 들판의 초목을 싱싱하게 해 주고 아름다운 자연을 만들어 온갖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또 경사가 급한 산에는 구불구불하게 길을 내야 오르내리기 쉽다. 
 사람들은 곧은 나무는 좋은 나무라 하고 구부러진 나무는 좋지 않은 나무로 취급한다. 옛날에는 곧은 나무는 재목감이나 가구재로 썼고 구부러진 나무는 보통 화목으로 사용했다. 그래서 구부러진 나무는 좋지 않은 나무로 취급했다. 그런데 요즘은 정원수 같은 경우 구부러진 나무가 더 비싸게 팔리고 대접을 받는다 하지 않는가. 
 나는 가끔 등산 할 때, 구부러지고 버려진 나무를 주어다가 그 나무의 생김을 살려 형상목을 만들어 놓곤 한다. 
 몇 년 전 변산반도 내변산의 직소폭포를 거쳐 꼬부랑길을 따라 월명암(月明庵)에 올랐었다. 
 대웅전 앞 낭떠러지기 위에 바위가 하나 있는데 그 옆에는 큰 사철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그 사철나무 옆에 구부러진 소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그 소나무는 바위 쪽으로 구부러져 바위에 그늘을 만들어 주어 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 바위에 올라앉아 겹겹이 뻗어나간 능선과 골짜기를 굽어보았다. 지금이 달 밝은 밤이라고 생각하니, 밤안개로 덮인 능선과 골짜기에서 은은한 달빛 아래 고요와 적막 속에 자연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듯했다. 
 암자 뒷산 낙조대에서 바라보면 두 개의 봉우리가 아낙네의 앞가슴 같다 하여 붙여진 쌍선봉(雙仙峰) 중, 앞 봉에 올라 서해를 바라보니 끝없이 펼쳐져 나간 서해가 하늘로 이어져 바다와 하늘이 하나로 보였다. 
 그곳에서 내려오는 길에 짐승 모양의 뿔이 달린 조그만 나뭇가지 하나를 주어 가방에 넣어 왔다.
 그곳에서 ‘남여치 고개’로 내려왔다. 남여치 고개라 하기에 남녀가 서로 쳐다보고 사랑을 나눈 고개인가 하고 문득 생각했더니 실은 월명암 스님들이 대나무 바구니를 지고 오르내렸다 하여 ‘남여치(籃輿峙)’라고 이름을 붙였다 한다.
 남여치 고개를 내려오다가 주어 온 구부러지고 가지가 쭈뼛쭈뼛한 나무 하나를 더 주어왔다. 
 쌍선봉에서 주어온 나무로는 ‘사슴’을 한 마리 만들어 놓았다. 사슴은 불로초를 먹고 살아 고상할 뿐아니라, 장수의 짐승으로 여겨지지 않는가.
 남여치 고개에서 주어 온 나무는 그것을 다듬어 한쪽 다리는 땅에 고정하고 한쪽 다리는 쳐들고 머리 위로 두 팔을 시원하게 치켜들고 있으며 등줄기에 힘살(근육)이 살아있는 듯하다. 이 미인상은 ‘체조하는 사람’이라 이름 붙였다. 
 사람도 키만 크고 밋밋한 사람보다는 가슴과 엉덩이가 나오고 허리가 잘록한 여성을 미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미인상을 나는 멋진 형상으로 진열해 놓고 감상하고 사람들에게 자랑도 한다.
 그러고 보면 구부러진 나무는 구부러진 대로 특색이 있으며 곧은 나무보다도 더 자연스럽다. 그러니 구부러진 나무도 나름대로 쓰임새가 있을 뿐 아니라, 멋진 나무가 아닐까.
 구부러지고 죽은 나무는 자연에 버려두면 썩어 없어지게 마련이다. 나는 이 썩어 없어질 것을 주어다가 어떤 형상을 만들어 놓고 생기를 불어넣어,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며 자연미를 감상하는 것을 취미로 여긴다. 

 


최종만 수필가

약력 

『문학과 비평』 작가회원
『가온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아주문학』 문학상 
『문학과 비평』 작가상
『경기문학인협회』 작품상
저서 : 여운, 바다가 미운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