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이것이 고혈압이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노인병내과 김광일교수
2016-12-29 경인경제
‘고혈압은 실제 병이 아닌데, 제약회사와 결탁한 의사들이 만들어낸 질병이니 혈압이 높다고 굳이 약을 복용할 필요는 없다’
위 내용의 책이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또, 외래를 방문한 많은 환자분들이 “한번 고혈압약을 먹게 되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라고 물어보십니다.
“왜 고혈압약을 먹는데 치료가 되지 않고, 평생 동안 계속 복용해야만 하는가”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계신 듯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만성질환이고 심혈관 및 뇌혈관 질환의 발생위험을 높이지만, 아직도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은 고혈압에 대해서는 궁금한 것도 많고, 잘못 알려진 내용도 많은 듯 합니다.
혈압이 높으면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요?
흥미롭게도 혈압이 높으면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의 합병증 발생이 증가하여 조기에 사망한다는 사실은 생명보험회사에서 먼저 알았습니다. 20세기 초부터 현재와 같은 방법으로 혈압을 측정할 수 있게 되었고, 신체검사를 통해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들의 혈압을 측정하였습니다. 그랬더니 그 당시까지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경미한 고혈압을 동반한 경우에도 합병증의 발생위험이 높아 이른 나이에 사망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 것입니다. 그 이후 대규모의 역학조사를 통해 고혈압이 중요한 사망원인인 뇌혈관 질환 및 심혈관 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라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고혈압은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고혈압이 심장, 뇌혈관 질환의 발생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고혈압은 하나의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는 질환이 아닙니다. 약 5-10%의 고혈압 환자는 혈압이 높아지는 원인 질환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이차성 고혈압’ 환자들은 수술 등으로 원인 질환을 해결하면, 혈압을 정상화할 수 있고 고혈압약을 복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90-95% 환자들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혈압이 높아졌거나, 아직까지 혈압이 높아지는 원인을 찾지 못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라 높은 혈압을 낮추는 고혈압 약제를 복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고혈압에 대한 새로운 치료방법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혈압 상승의 주요 원인물질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여 고혈압의 발생 및 합병증을 줄이려는 시도도 있고, 교감신경절제술 등의 시술을 통해 고혈압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개발될 때까지는 혈압을 잘 조절하여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및 콩팥질환 등의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고혈압 치료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즉, 고혈압 약제는 고혈압을 치료하기 위해서 복용한다기 보다는 혈압을 조절하여 고혈압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복용한다고 이해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고혈압의 진단 및 검사, 전문의와 상의하세요
혈압을 조절하기 위해 모든 환자가 고혈압약을 복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염식, 운동, 금연, 체중감량, 과일/채소 섭취 등의 생활습관 교정만으로도 혈압을 낮출 수 있습니다. 또는 처음 진단받을 당시 이러한 생활습관에 문제가 많았지만, 체계적인 노력에 의해 교정이 된 경우에는 고혈압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혈압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진단 당시 혈압이 너무 높아 생활습관교정만으로 혈압을 조절할 수 없는 정도이거나, 고위험군 또는 이미 고혈압 합병증이 발생하여 혈관 및 심장의 손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고혈압약제를 복용하여 적극적으로 혈압을 조절해야 합니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혈압이 높은 상태는 고혈압약을 복용하여 낮출 수 있지만, 혈관 및 심장 합병증이 발생한 다음에는 회복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동맥경화, 심장비대, 단백뇨, 콩팥기능이상 등의 혈관 및 심장 합병증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단을 위한 검사를 하지 않고는 정확하게 평가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고혈압을 처음 진단받을 때에는 고혈압을 확실하게 진단하고, 고혈압 합병증의 동반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의사의 진단이 필요합니다.
고협압 조절을 위해 국물 섭취를 줄이세요.
생활습관 교정의 여러 가지 방법 중 고혈압 조절을 위해서는 저염식이 특히 중요합니다. 외국에서 식사를 해 본 적이 있으신 분들은 너무 짜서 먹기가 힘들었던 경험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염분섭취량이 많을까요? 그 이유는 국, 찌개 등의 국물음식이 많은 특성 때문일 것입니다. 따라서 염분 섭취를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국물 섭취를 줄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스턴트 음식을 피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노인이나 당뇨병, 비만 등을 동반한 환자의 경우에는 염분 섭취에 의해 혈압이 많이 상승하는 ‘염분감수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 염분섭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고혈압 약, 평생 먹어야 한다면 늦게 먹고 싶어요!
고혈압이 오래 지속되면 합병증 발생위험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1950년대까지도 혈압을 낮출 수 있는 약제가 없었습니다. 그 이후 이뇨제, 베타차단제 등의 약제들이 개발되어 혈압을 낮출 수는 있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아 혈압을 충분하게 낮출 수는 없었습니다. 또한 여러 가지 부작용 등이 있어 지속적으로 복용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약제들이 개발되어, 현재는 하루 한 번만 복용해도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충분하고, 또 부작용의 발생이 거의 없는 약들이 많아지면서, 고혈압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전에는 고혈압 약제를 복용해도 도달할 수 없었던 목표혈압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약제간의 비교 연구, 예후를 개선시키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목표혈압 수치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보다 일찍 치료를 시작해서 혈압을 가능한 한 정상 혈압에 가깝게 조절하는 것이 향후 예후가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간혹 고혈압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 중단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 한 늦게 약물복용하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혈압 치료시기가 늦어지면 고혈압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따라서 치료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오히려 고혈압 진단 초기에 생활습관교정과 약물치료로 엄격한 혈압조절을 하면, 약물 용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고혈압약은 가능한 일정한 시간에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혈압 복용은 대부분 식사 섭취와 무관하기 굳이 식후 30분에 복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간혹 식사를 불규칙하게 하시는 분들 중 식사를 거르면서 약 복용을 하지 않으시는 경우가 있는 데, 이 경우 식사와 상관없이 일정 시간에 약을 복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고혈압의 근본적인 치료는 쉽지 않지만, 혈압을 잘 조절하면 고혈압으로 인한 뇌혈관 질환 및 심장 질환은 예방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00년 이후로 고혈압의 조절율이 개선되면서 뇌출혈 등의 뇌혈관 질환 사망률이 유의하게 감소하였습니다. 생활습관개선과 적극적인 약물치료로 혈압을 낮추어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고혈압의 치료목표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