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갈팡질팡 한국경제
2016-09-29 전경만 기자
- 각종 공짜 혜택들 무더기 잠정 중단
- 인심을 뇌물로 인식하게 만드는 사회구조법 불만 폭발
경기도청 본청 2층에 올라가면 기자실이 있다. 기자실에 들어가면 기자들이 기사를 송고할 수 있는 책상과 기자들이 각종 보도자료를 읽어볼 수 있도록 보도자료를 정리해 제공해 주거나 보조해 주는 인력이 한 명 있다. 이 인력은 경기도청이 채용한 임시 직원이었으며 지난 10여년 간 자리를 지켜와 기자들과의 친분도 깊은 편이다. 그런데 9월28일 기자실 보조 인력은 모두 철수하게 됐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도청이 기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보조인력이 부정청탁에 해당한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이런 사정은 경기도청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관공서에도 해당된다. 국회기자실의 보조 인력도 앞으로는 기자들의 송고 업무를 도와줄 수 없다. 앞으로 보조인력을 사용하려면 신문사 자체 내에서 인력을 파견하거나 기자단에서 보조인력에 대한 임금을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경기도청이 취재협조를 위해 지원해 왔던 유형무형의 도움도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 기자실의 혼란은 경기도 관내 31개 시`군 대변인실이나 공보실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항이다.
일선 현장에서의 혼란도 있다. 공무원신분이지만 대우가 열악하거나 작업환경이 힘든 부분에서 일하는 경찰 및 군인들에 대한 각종 보조 혜택도 모조리 중단위기에 처해 있다. 삼성 에버랜드는 지난 6년 동안 군인이나 경찰 또는 소방관 및 휴가 군경 관계자들에게 에버랜드 무료입장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무료입장 제공이 부정청탁에 해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이다.
또한 일선 학교현장에서의 혼란은 더 심하다. 고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한 학부형은 매월 한 번 정도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있는 자녀와 함께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햄버거를 하나씩 돌렸으나 이를 중단하게 됐다. 다른 부모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큰 부담 없이 아이들에게 저녁 간식 정도를 사는 행위가 부정청탁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야간자율학습을 학생들이 간식을 먹으려면 반드시 자비로 먹어야 한다.
초`중`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도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각 학과마다 조교를 채용하고 있다. 조교는 학생들과 교수 사이에 가교역할을 하면서 많은 보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들의 업무가 부정청탁에 해당되는지 권익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아봐야 할 부분으로 남아 있으며 국회의원이 아닌 시도의원들이 도비나 시비로 채용하고 있는 보조인력 또한 유권해석에 따라 사라질 수 있다. 특히 휴가를 갔다 오거나 연수 등 자리를 비웠던 사람들이 현장에 복귀하면서 인사치례로 가볍게 동료들에게 제공했던 각종 물품이나 먹을거리들도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서 특히 일선 파출소의 풍경은 앞으로 삭풍이 불 것으로 보고 있다. 일선 파출소는 매일 저녁 격무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 많다. 또 지역 주민들과의 연대와 공감이 있기 때문에 일부 주민들이 밤이면 야식을 사가지고 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무슨 대가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밤중에 고생한다는 의미의 야식전달이다. 떡이나 간단한 음료일 경우가 태반이지만 앞으로 이런 풍경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