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10년째 제자리걸음 출구전략 부재

불통의 리더십과 정치인들의 아집이 만들어 낸 인고의 10년

2016-06-16     경인경제
[경인경제 전경만 기자] 오산 10년째 제자리걸음 출구전략 부재

경기남부를 상징하는 도시 중에 하나인 오산은 잘 알려진 명성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추락을 거듭해 2016년 현재 경기남부에서 가장 초라하고 못사는 도시가 됐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화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던 오산 제자리걸음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손을 꼽으라면 리더십의 부재를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도시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시되는 리더십은 종종 도시의 미래를 결정한다. 그런데 오산의 오피니언리더들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부족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롯데의 투자계획에 대한 염태영 수원시장과 곽상욱 오산시장의 선택만 봐도 리더십이 왜 중요한지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염태영 수원시장은 롯데자산의 투자계획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했다. 롯데자산은 지난 2011년부터 수원에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보냈으며 수원시는 비밀리에 롯데의 투자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했다. 롯데자산은 약4000억 상당의 예산을 투자해 수원역 앞에 ‘롯데타운’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이 문제에 대해 수원의 리더들은 오랜 고민을 거듭했다. 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롯데의 투자를 받아들인다는 결정을 하게 될 경우 수원재래시장 상인들의 반발은 곧 염태영 지방정권의 침몰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수원은 이를 역발상으로 풀어냈다. 투자는 투자대로 이끌어내고 재래시장 현대화는 롯데의 예산으로 진행해보겠다는 병진계획을 세웠다. 그럼에도 재래시장상인들의 반발은 거셌지만 수원은 이를 강행했다. 수원의 리더들은 ‘롯데타운’의 법인을 수원에 두겠다는 약속을 받았으며 롯데의 예산으로 재래시장 현대화를 진행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주말이면 수원의 재래시장은 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최근 수원의 재래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요인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것들이 작용을 했겠지만 그 중에 하나가 시장현대화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롯데홈쇼핑으로부터 3700억 상당의 투자 의향서를 받고 롯데와 경기도청 그리고 오산시청이 맺은 MOU는 산산조각이 났다. 오산시 일 년 예산과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는 롯데홈쇼핑은 동탄 2기 신도시를 마주하고 있는 오산 부산동에 복합쇼핑몰을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었다. 롯데는 경기남부의 대한민국 최대 신도시 동탄을 먼저 선점하고자 했다. 고급스러운 쇼핑몰을 통해 소득수준이 일정한 동탄 주민들의 주머니를 노려봤지만 오산재래시장 상인들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한 곽상욱 오산시장의 MOU 백지화 선언에 의해 롯데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오산재래시장 상인들의 반대는 선거의 결과를 좌우할 만한 것이었기는 했지만 오산의 리더들은 오산의 미래에 대해 좀 더 고민해봐야 했다는 지적이다. 백화점과 호텔이 없고 오로지 아파트만 있는 도시 오산에 명품쇼핑몰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를 좀 더 신중하게 생각했어야만 했다.

그리고 롯데의 자산으로 오산시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것들을 끌어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후 2년이 흐른 지금 오산의 주 소비층인 젊은이들은 오산을 버렸다. 오산의 젊은이들은 빨대에 끌려가 듯 수원과 동탄으로 나아가 소비를 하기 시작했으며 오산의 바닥경제는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사람이 사람을 불러 모으는 문제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롯데 펜타빌리지가 성공적으로 오산에 정착했더라면 오산 인구수보다 많은 사람들이 매 주말마다 오산을 누비고 다닐 수도 있었음을 간과한 결과였다.

바닥경제는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보다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리고 사람이 많을수록 유리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오산의 인구는 10년째 20만을 오락가락하며 정체성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감소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오산 리더들의 리더십부재는 지역의 문화유산을 경제효과로도 제대로 연결하지 못했다. 최근 오산에서 불고 있는 독산성 복원은 전혀 창조적이지 못하고 스스로 오산이 수원의 하부조직에 불과하다는 인식만 심어줬다. 오산의 안민석 국회의원은 지난 총선 선거기간동안 독산성을 복원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진하면 수십만의 관광객이 오산을 찾을 것이라는 장담을 했다. 그러나 이는 어불성설에 불과한 선거용 거짓말에 가깝다.

오산이 추진하고 있는 독산성 복원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허무맹랑하기까지 하다. 수원화성행궁 정문위에 있는 신풍루와 비슷한 누각을 독산성 남문에 신축하고 무예24기 시범을 독산성 앞에서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수원화성이 세계문화유산임을 인정하고 독산성은 수원화성과 관계가 깊기 때문에 수원화성의 위성으로 연계하며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권역 확장을 통해 독산성을 그 안에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아무리 선거가 급하고 이겨야만 하는 것이 선거일지라도 자치단체고유의 문화유산을 스스로 인근 잘나가는 시의 부속문화유산으로 하겠다는 발상자체가 어처구니가 없다. 내용을 잘 모르는 오산시민들은 독산성도 세계문화유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그런 식으로 세계문화유산이 된다면 대한민국 전체가 세계문화유산 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주말이면 수원화성 인근의 모든 주차장은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며 주차를 하기위해 길게 늘어진 차량들을 언제나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사람들이 설사 오산 독상성이 정말로 세계문화유산이 된다한 들 절대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원화성에 관광객이 넘치기까지의 과정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복원비용 2조원, 전문 관리부서 신설, 수원화성을 알리기 위한 노력과 방문객들을 위한 문화기반시설 조성과 수많은 소프트웨어들이 지난 10년간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결코 선거용 장담처럼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란 점이다.

또한 수원화성은 읍성이고 독산성은 산성이라는 개념조차 정립하지 못하고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것 또한 망상이다. 독산성은 산위에 만들어진 산성이기 때문에 관광을 위해서는 필히 등산을 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조건이다. 이런 전제조건위에 독산성이 가지고 있는 독창적 볼거리를 창조해 내야 관광객 유치는 가능하다. 이미 수원에서 충분히 보고 들은 무예24기 같은 것을 등산까지 해서 올라온 독산성에서 다시 봐야할 이유가 없다. 독산성이 문화관광유적지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서는 적어도 독창성, 볼거리, 먹을거리 그리고 쉼터 같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융합되어야만 관광시설로써 운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의 독산성은 오산시의 재정수준으로는 복원비용조차 버겁다. 이를 극복하기위해서는 독산성사업소부터 꾸려 20년 장기플랜을 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산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오피니언 리더들의 아집부터 버려야 한다. 직위를 가진 리더들이 능력과 관계없이 선거에 필요한 자기사람만을 고집하고 그 외에 인재들을 배척하다보면 오산의 정상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 언론의 역할 중에 중앙지가 할 일이 있고 지방지가 할 일이 따로 있듯 오산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의 인물들이 배척당하지 않고 골고루 등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오산의 정치적 리더들은 자기사람들만을 고집했다. 결과는 오산 쪽박이었다.

마지막으로 오산의 도시계획도 시민들과 오피니언리더들이 마주보고 계획해야 한다. 일부 관료들이 책상머리에서 만들어낸 계획들과 이윤만 노린 기업들이 만들어 낸 오산의 아파트단지들은 끔찍하다. 아파트 단지 내에 어린이 미끄럼틀 하나만 달랑 가져놓고 녹지공간이라고 하는 수준이 지금까지의 오산의 도시계획이었다.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면 아파트 전체를 아우르는 녹지공간과 다른 아파트 단지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연결되고 그것이 다시 녹지로 이어지는 구조의 도시계획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오산은 지금처럼 잠시 머무르다 떠나는 도시로 남게 될 확률이 높다. 도시재생과 재건설을 구분하고 그 토대위에 오산을 다시 만들어 가야 한다. 오산의 평균나이는 32세다. 다른 말로 하면 돈 없는 젊은 세대가 살기는 싫지만 예산이 없어 잠시 살다가 떠나는 도시가 지금의 오산이라는 오명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오산 오피니언리더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해봐야 하는 때가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