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희의 문학광장] 아침이 주는 감동 한 자락
모를 심기 전 논물 찰랑이는 초 여름 풍경을 보는 아침은 설레인다. 그 곁에 나무들이 나뭇잎을 생산하는 모습과 이름없는 풀잎들이 선명한 꽃잎을 피워내는 아침은 출렁이는 설레임을 배로 몰고 온다. 서서히 햇살이 번지기 시작하고 날아가는 새가 그림자를 호수에 남기며 푸드득 비상하는 모습들이 아침햇살에 투영되는 아침은 신선한 기분마저 몰고 온다.
또한 들판에 홀로 있던 들꽃들이 여름의 시원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피어나는 모습은 더욱 아름답다.
이렇듯 눈을 뜨면 새로운 공기와 살아있는 행복감이 넘쳐나는 시간, 어제의 무거웠던 일들은 지난밤으로 지워내고 기지개를 쭈욱 펴 본다.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괘종시계를 본다. 햇수가 몇십 여 년이 넘었는데도 한 번 틀리지 않는 시계를 보면 대견하다는 생각을 한다. 누가 이런 훌륭한 시계를 만들었을까 궁금해진다.
직업적인 일로 중국에 몇 번 다녀 온 적이 있었다. 약간의 여행도 곁들여 있어 북경 일대를 관광하다 버스에 타려는데 팔목에 시계를 줄줄 매달은 시계장수가 뛰어온다. 반짝이는 시계들이 시선을 끌어 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격도 너무 싸서 놀랐지만 몇 번은 악세서리로 손목에 차고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이커를 모방한 짝퉁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시계를 샀다. 추억이라 생각하며 금액과 상관없이 선 뜻 차고 보니 더욱 기분이 좋았다. 아마도 새로운 물건을 좋아하는 내 성향이 그러했으리라.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말처럼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온지 며칠도 안 되어 그 시계는 서랍 속의 고물로 자리 잡았다. 태엽이 감기기는 커녕 시계 바늘도 돌아가지 않았다. 당연히 그럴 줄 알았지만 마음이 허탈해지고 썩 기분이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었다.
이렇듯 짝퉁이고 장난감 같은 시계도 있지만, 몇 십년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돌아가는 명품 시계를 보면 왠지 든든하고 믿음직스런 오랜 벗처럼 안정감이 들고 친근감이 간다.
벽시계를 올려다 보니 출근 시간이 30분 밖에 남지 않아 지각이다. 큰일 났다 싶어 허겁지겁초고속 스피드를 내서 달려 나와 승용차를 탔다. 아침 공기는 시원하고 어제 저녁 소나기가 온 탓에 거리는 말끔하게 정화된 느낌이었다. 바쁜 탓에 약간의 감동을 남겨 두고, 시선을 따라 승용차 시계를 보았다. 이상했다. 고장났나? 오래 된 차인지라 갑자기 이 곳 저 곳에서 문제가 생기는 중이라 시계도 그런 것일까 지나치려는데. 고개가 갸우뚱 거려진다.
왜, 시간이 맞지 않는 걸까? 그것도 두시간이 차이가 나다니. 의구심을 가졌지만 고장이 나서 그런 줄로 알고 앞으로는 자동차 시계를 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비행장 활주로를 달리고 있었다. 활주로는 아침이면 차들로 정체가 되기 일수다. 그런데 밀려야 할 차들이 잘 달리고 있다. 이런 행운도 있다니 생각하며 여유롭게 라디오를 틀었다.
어쩜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시계는 두 시간 전의 시간을 알리고 있었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상태, 바로 충격의 순간이 아닌가. 그것도 잠시 ‘집으로 다시 돌아갈까? 두 시간이나 남았는데’ 빙글빙글 생각이 맴돈다. 세상에나 시계를 거꾸로 보다니. 8시 30분인 줄 알고 정신없이 나왔는데 6시 40분이라니. 재미있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그렇게 시계를 잘 못 본 덕분에 일찍 출근을 했다. 매일 지각을 하던 차에 하느님이 일부러 정신을 차리라고 시간을 잘 못 보게 만드신 것 같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 아침의 해프닝이었다.
내일도 일찍 깨워 주는 하느님같은 사람 있으면 좋겠다.
덕분에 두 시간의 여유로움을 가지게 된 아침, 지각으로 인한 걱정거리가 사라지고 행복감이 배가 되는 즐거운 아침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