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산책] 꽁초

2025-05-23     강성태 시인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
주인 없는 얼굴로 이글거린다.
피 끓는 젊은이들의 수다 소리에
꺼져 가는 불빛
가슴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한숨
담배 갈피에 숨어 있다
바람처럼 스쳐 가는 시간 속
해가 지면 반짝일까
떨어져 홀로 뒹굴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 향연이
끝나면 내일이 열릴까

화가/ 아동문학가 임상미

시평(詩評)

2025년 등단한 강성태 시인의 시가 따끈따끈하다. 그의 시 ‘꽁초’에 시선이 오래 머무른 것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진액같은 일상이 떠올려졌기 때문이리라. 담배를 피우면 행복하다고 답배마니아들은 말한다. 잠시라도 고달픔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다고 한다. 일상 속에서 잠깐의 휴식을 필요로 할 때, 담배는 최고의 피난처일지도 모른다. 고통도 연민도 어쩌면 그리움마저도. 흡입의 순간에 모든 것이 사라진다. 그러다가 서서히 내 뿜는 순간의 쾌감을 어찌 다 말할 수 있으랴. 파스스 부서져 떨어지는 담뱃재와 이별하는 꽁초는 할 이야기가 많다. 담배연기를 타고 가슴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한숨 소리를 듣고 있는 시인. 담배꽁초가 주인의 입에서 떨어져 나뒹구는 순간 시름도 날아가기를 바라며. 꽁초들이 모이는 곳은 의외로 같은 곳이 많다. 그들의 주인도 공감할 상대가 필요할 테니까. 꽁초들의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시인은 저마다 다른 포즈로 포개진 담배꽁초를 바라본다. 적어도 꽁초들의 이야기에서는 사족이 없고 괴변이 없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시인의 눈 속에 비친 꽁초들의 세계에서는. 다음에 쓰는 강성태 시인의 시꽃은 어떤 주제로 우리에게 다가와 빛이 날까. 궁금해진다.

<경기문학인협회장, 경기산림문학회장 정명희>


강성태 시인

약력

2025 『문학과 비평』 시 등단

『문학과 비평』 작가회회원

경기문학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