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산책] 어머니의 달

2025-05-08     김애숙 시인

소등(消燈)한 듯 깜깜한 하늘 
보일 듯 말 듯 실선 하나 생기더니
초승달이 떠오른다
빛 하나 통과하지 못하는 심해(深海) 
어쩌자고 별까지 뜨는 걸 막았을까
소쩍새  
울음 한 번에 한 번씩 달이 커 간다

논둑 쑥 모닥불 피워 멍석 깔아 놓고 누운 이곳
쑥 타들어 가는 소리 아득하니
별 올려다보는데 은하수가 달을 가린다 
불러오는 배 잠들지 못하는 맘 알까  

아침이면 어색해 숨는 달
내 눈에 또 띄고 만다
장독대 위 모시송편 달빛 세례 받으며 
무심히 잠드는 밤
달 보며 소원 빌던 엄마는 또 딸을 낳았다
딸 다섯, 시어머니 시퍼런 훈계가 담을 넘어 돌아 다닌다

허공에 두 손 모으다가 올려다 본 
은쟁반이었다가 상처투성이 움푹 패인 얼굴이었다가
그리운 이름으로 되살아 오는 어머니의 달
눈썹달 보름달 사이 오가며 
베란다 배회하는 이순의 나이에도
보름달 뜨는 밤이면 어머니처럼 잠 못 든다


시평(詩評)

시를 쓸 때 어떤 사물을 바라보며 시적 영감을 떠 올리기는 어려운 작업 중의 하나다. 자칫 옆길로 빠지거나 상상을 게을리 하면 불편하게 읽히는 시가 되고 말 것이기에. 김애숙 시인의 생각은 그의 일반적인 그녀의 성향 상 차분하면서도 깊이를 더 하는 묘미가 있다. 어떻게 시어를 창출해 낼까 눈여겨 볼 수 밖에. 그녀의 시는 동시적 느낌도 갖추고 있고 성숙한 성인의 시어를 배출할 때도 있다. 이번의 시는 어머니의 삶을 달 속에서 찾아내고 있다.

첫 연에서 나타나는 초승달의 생성을 실선으로 출발한 기발함이 눈길을 끌며. 또 밤을 심해로 표현한 시적표현도 남다르다. 생각은 시로 다시 태어나고 소쩍새 울음 속에서 달이 커가는 것을 깨닫는 시인은 은연중에 성숙이라는 숲으로 다가간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어머니와 같은 길을 가는 여인으로서 어머니의 애환을 달 속에서 흔적을 찾아보고 애타게 소원을 빌었지만 그 뜻이 전해지지 않은 실망감도 그려 본다.

찬찬히 허공에 두 손을 모으다가 하늘을 보니 여러 모양으로 점철 된 달에 대한 느낌이 곧바로 시어에 닿고 있다. 어머니처럼 잠 못 드는 밤이면 삶의 한 켠에 닿아있는 그리움을 어쩌지 못하면서 시인은 어머니를 불러 온다. 소박하면서도 잔잔한 김애숙 시인의 시 「어머니의 달」은 가정의 달 오월에 음미하고픈 시로써 추천하고 싶은 작품 중의 하나다.

< 경기문학인협회장, 경기산림문학회장 정명희>


김애숙 시인

약력

수원문학 신인상 수상
열린시학 <한국동시조> 신인작품상 수상
경기수필 신인문학상 수상
시집 『그래도 꽃이다 』
동시조집 <발가락이 꼬물꼬물>
한국문인협회 한국기독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