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산책] 먼 훗날
바람의 길을 걷다 바람으로
돌아서는 그 날
한낱 기교였던 존재조차 지우고
금빛 물무늬 넘슬대는 강가
낮은 풀섶으로 들리라
풀벌레 울음소리 잦아드는 노을아래
퍼득이던 생애의 꿈 홀가분히 누이리라
오직 감사의 마음
오직 사랑의 숨결
후회도 두지 말자 미련도 두지 말자
별빛 돋아나는 수면 영그는 비움
소슬한 풍경이리라
허공의 길 허공으로 돌아서는
시간의 낮은 강가
시평(詩評)
한상담 시인은 내가 좋아하는 시인 중의 한 사람이다.
시인이면서 수십 년의 공직생활을 끝으로 행정사의 길을 걷고 있다. 그의 시를 읽으면 내재해 있는 온유성을 저절로 느끼게 된다. 부드러우면서도 삶의 철학이 드러난 시를 쓰고 있다. 마지막 시집 『다시 가로등』속에서는 가로등이란 시제를 중심으로 외로운 인간의 삶에 시어를 입혀 승화시키려고 했다. 또한 그의 시집에는 혼자만이 아닌 ‘함께, 같이’라는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백미이다. 시인이든 아니든 넌지시 주위사람들을 포용하고 이해하며 감싸 안으려고 하는 시심을 누가 마다하랴.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행복할 것이다. 외로울 때 그를 찾고 힘들 때 그의 시를 읽으면 편안함과 함께 위로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한상담의 시는 『먼 훗날』이다. 아마도 그의 지금은 편안하며 주위와 어우러지는 삶에서 안식을 누리는지도 모른다. 그러하기에 시인은 먼 훗날을 꿈꾸는 것이 아닐까한다. “바람의 길을 걷다 바람으로 /돌아서는 그날/ 한낱 기교였던 존재조차 지우고” 첫 연에서 우리는 바람으로 시인을 만난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은 바람일지도 모르는 것을 시인은 한 편의 시로 인간사를 꺼집어 내어 바람 앞에 세운다. 퍼득이던 생애의 꿈을 홀가분히 누이리라며 2연을 채우고, 곧바로 3연에서 후회도 미련도 두지말자며 그저 소슬한 풍경으로 마무리하자는 독백같은 시에 우리는 매료된다. 인생이란 바로 그러하기에 한상담 시인의 시를 음미하며 공감의 손을 선뜻 내밀어 본다.
약력
2016년 수원시의회 사무처(국)장 명예퇴직(지방 이사관)
대한행정사회 초대 경기남부지부장 역임(2022,2,7-2023,6,9). 현 비움과채움 대표행정사
옥조근정훈장(2016) .대통령표창(2회),경기도문학상(2012). 수원문학작품상(2021).
홍재문학상(2024)등 다수 수상
월간“문예사조”신인상 등단(1993)
한국문인협회회원. 수원문인협회 이사, 신문예문학회회원. 인사동시인협회회원
시집(6권): “덫의 삽화”(1994). “내 그림자인 그대에게”(1995). “그대의 영혼속에”(1998)
“바람의 통로”(2009). “가로등”(2012). “다시 가로등”(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