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산책] 발왕산 주목

2025-04-03     장금렬 시조시인

눈앞에 펼쳐지는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비워야 오래 산다는
속설을 입증하듯 

누더기 
옹이진 세월 
옭아매어 서 있네

찢겨진 가지마다 
숱한 풍상 서려 있고

빈 가슴 드나드는 
별빛 향수 아련한데

끝없는 
묵언수행에 
해탈은 언제런가

 

 


시평(詩評)

교육자이면서도 체육인인 장금렬 시조시인은 어느 자리에서고 돋보이는 심성의 소유자다. 그는 사람으로서 지켜야할 본분을 알고 있고, 사람으로서 가지고 있는 감성을 어떻게 표현하며 절제하는지를 알고 있다. 인본주의자이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에 치우쳐 일희일비 하지 않는 지성을 겸비한 문인이다. 필자가 수원문협회장으로 있는 동안 시인은 수원문학인의 집에 가끔씩 들려 근황을 알리며 문단생활에 대하여 담소를 할 수 있는 문인중의 한 사람이었다. 교육이란 직업의 명제 하에 가는 길이 같아서인지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어떻게든지 수긍하며 이해하려고 애쓴 사람이기도 했다. 그의 시는 결백의 시어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그의 사유는 잃어버린 기억 속의 한 부분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건전한 체육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떤 방법으로 글을 써야 하는지 부단히 노력하는 자세로 배움의 시간을 축적하기도 했다. 이번 장금렬 시조시인의 시조는 『발왕산 주목』이란 시제로 인간사에 대한 근원적 물음에 가까이 가려고 집중했다. 주목은 산의 정상 가까이 제 몸을 드러내고 비바람과 눈보라를 견디며 살아간다. 그래서 처참하게 넘어지고 찢기고 부러지기도 한다. 등산객들이 정상 가까이 가야만 그런 주목의 일생을 만날 수 있다. 그 경지에서 더 한 해탈은 과연 무엇인가. 수행을 하고 있는 주목이 바로 장금렬 시조시인의 내면일지도 모른다. 따스하면서도 우직하고 겸허하면서도 강인한 장금렬 시조시인의 다음 작품은 어떻게 구사되어 나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경기문학인협회장/경기산림문학회장 정명희〉


장금렬 시조시인

약력

전북 남원 출생
전주대 국어교육, 경기대교육대학원 국어교육
경기도 중등교장 역임
현)수원특례시 소프트테니스협회장
(사)한국시조협회 ‘시조사랑 8호’(2017) 「풍물굿」으로 등단
(사)한국시조협회 이사 및 아카데미 간사,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사)수원문인협회 회원
(사)한국시조협회 신인문학상, 대은시조문학상 수상 등
시조집: 「삶의 여울」, 한국 명시조 선집 등 공저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