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산책] 갈꽃마을
갈 곳 몰라 시계바퀴로 시간을 떠돌다
길에게 길을 물으며 닿는 낯선 땅의 지명이 갈곶리란다.
침목을 시계눈금처럼 깔아놓은 경부선 호남선 철길로
부산 가고 목포 가는 얼굴들이 차창마다 그리운 가슴 쿵쾅거리며 지나간다.
착시로 기차가 힐끔 돌아볼 때마다 손바닥 같은 갈대꽃들이 여기요 여기 손 흔든다.
기찻길과 나란히 놓인 1번국도 따라 갈 길이 따로 있다는 핑계 소리 내며
부웅 달아나는 자동차가 한둘 아니다.
갈대들이 나도 가고 싶다며 온몸 엎어질 듯 자빠질 듯 흔들리는 그립고 외로운 들녘 어귀다.
언제부터인가 해와 달도 쉬었다 가는 너른 품속인 줄 아는지
너와 나 마음 기대러 알음알음 찾아온다.
갈대들이 모여 꽃 피는 갈밭에 새들이 둥지 틀고 물새알 산새알 낳듯
오순도순 깃들어 사는 이곳 주소가 갈꽃마을 갈곶리란다.
------
덧붙임: '갈곶'은 갈대꽃의 옛말이다.
'갈곶리'는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에 소재하고 있다.
시평詩評)
시집 『꽃대』로 널리 알려진 이중삼시인은 동화작가이면서 탄탄한 문장의 바탕위에 격조 있는 소설을 쓰는 소설가이기도 하다. 그의 글을 읽으면 그의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만큼이나 신비로운 성자의 은유적 감각을 한꺼번에 다 보는듯하다. 그는 결백한 마음과 순수함을 담아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의 삶을 작품 속에 이입시킨다. 그런 그가 얼마 전까지 「새수원신문」에 3년여에 걸쳐 『시간의 지평선 너머』 어른이 읽는 장편동화를 연재하여 각광을 받은 바 있다. 그가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것이 행복하다.
이번 “갈꽃마을”시는 시적이며 깊이 있는 문장으로 시인만의 문학적 사유를 표현한 작품성 높은 명작이다. 왜 특별히 갈곶마을을 갈꽃마을로 은유적 승화를 시켰을까. 사람들은 ‘갈 곳’의 미지성에 대해 분명한 향로를 찾고 싶어 한다. 끊임없이 고뇌하게 만드는 그 길, 그는 인간의 나약하고 힘없는 불확실한 삶을 문장속으로 끌어내 끊임없는 질문을 하고 있다.
하여 이중삼 시인을 이 시대가 낳은 순수 결정체의 살아있는 정신의 작가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는 드러나지 않게 때로는 신중하게 문인으로서의 길을 묵묵히 간다. 그러나, 그의 내면은 치열하고 뜨겁다. 시가 되고 소설이 될 때는 승화 된 달의 심성으로 날아가기도 한다.
덧붙인다면 세인들은 이중삼시인의 깔끔하면서도 치열한 시적 형상화와 구상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그의 작품 저장고에는 드러나지 않은 작품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무수히 많다. 그가 모아 둔 수 많은 그의 작품이 어서 빨리 세상에 나타나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의 작품이 세간에 드러나는 순간 수많은 독자들과 문인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지금도 작품에 전념하고 있을 그의 문학열정에 찬사와 존경을 보내며 하루 빨리 그의 명문장을 보고 싶은 소망이 큰 기대 속에 뭉클뭉클 솟는다.
경기문학인협회장 · 경기산림문학회장 정명희
약력
충북 충주 살미 출생. 시(詩)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원문인협회 회원. 시집= '아스팔트 위의 노루' '세상에 여자가 그 사람뿐이냐고 물으면' '꽃대' 3권 출간, 소설= '하늘바라기' '노크' 2권 출간, 우화= '2600년 후 이솝우화 그 다음 이야기' 4권 출간, 어른동화= '시간의 지평선 너머' 대서사 장편 탈고, 감성 스케치= '아주 사소한 것들' '그리움의 빈집' '예술의 하울링' 등 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