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산책] 갯벌의 자유

2025-01-16     홍인선 시인

  유년시절 집에서 산마루만 넘어가면
  놀이터가 되었던 갯벌
  어느 날 갯벌에 누군가 
  운동장만 한 구덩이를 파더니
  온갖 폐품들을 묻어버렸지
  신나게 뛰어놀던 갯벌은 
  고철과 유리조각과 각종 쓰레기의 냄새로
  심한 몸살을 겪었지

  바다의 생명력과 치유는
  어머니의 모성애만큼 강해
  시간이 서서히 지날수록 
  바닷물과 파도와 바람과 갯벌의 기운으로
  반백 년이 지난 지금은 
  내 어렸을 적 등짝에 입은 화상이 치유된 것처럼
  다시 예전의 모습을 회복했지

  작약 꽃밭 노을로 물든 바다를 바라보면
  기쁨과 아픔의 상처가 교차 된다


시평(詩評)

홍인선 시인에게 마음의 고향은 바다인 것 같다. 유년시절 집에서 산마루만 넘어가면 놀이터가 되었던 갯벌이 그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찍혀져 있다. 그 때의 바다는 맑은 영혼을 가진 어린아이의 심정을 닮아 있었을 게다. 깨끗하고 오염되지 않은 바다의 순수를 맘껏 들이키고,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뛰어 놀던 어린시절은 얼마나 그에게는 고귀하고 값진 추억이 되었을까. 어느 날 누군가 몰래 갯벌을 파고 쓰레기를 묻었던 몰염치한 사람들 덕분에 갯벌은 썩어가고 몸살을 앓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린 마음은 그저 마음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세월이 바다의 물갈퀴를 수 없이 쪼아대고, 무심한 바닷바람과 갈매기는 그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유자적 바다 위를 날았으리라. 어쩌면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상처난 갯벌 때문에 밤잠을 설쳤을지도 모르는 동심이 거기에 있다. 한 해 두 해 어린 마음을 두고 바다는 솟구치며 쉼없는 파도로 돌진해 왔다. 마치 지난날들을 깨끗이 정리하려는 듯 바다의 물갈퀴는 닳고 닳으면서도 새로운 세계를 위해 몸부림을 쳤다. 시도 때도 없이, 그러기를 몇 년 어느 날 갯벌은 자신도 모르게 아이가 어른이 되듯이 다시 예전의 세월로 돌아가고 있음을 알아챘다. 그것을 발견한 기쁨은 얼마나 크던가. 아이는 이미 쑥쑥 자라 성인이 되고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더욱 분주한 바다의 정화를 시도했을 이야기가 된 것이다.

이제 어렸을 적 등짝에 입은 화상이 치유된 것처럼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회복한 바다를 바라보는 아이는 어느새 시인이 되어 바다를 주제로 시를 쓰고 있다.

작약꽃밭 노을을 바라보며 기쁨과 아픔이 교차되는 인생을 읽고 있는 시인. 한 편의 시가 원숙해 지는 동안 시간의 틈 속에선 시인의 바다와 시인이 사랑한 꿈들이 아이처럼 해사하게 웃고 있는 바다의 풍경이 되고 있다.

정명희 경기산림문학회장/경기문학인협회장


홍인선 시인

약력

수원문인협회 회원
2023년 수원문학 ‘시’ 등단
2024년 경기수필 등단
시낭송가
좋은시바르게낭송하기운동본부 운영위원
한국낭송문예협회 이사
정왕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