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군공항 소음·고도제한 70여년 ‘공동피해자’ 수원-화성, 힘 모아야!

수원·화성시, 군공항 주변 고도제한으로 재산권 피해 커 염태영·김준혁 의원, 고도제한 완화 법률 개정안 발의 군소음 피해 지역 보상금으로 매년 200억원 이상 지급 지역발전 ‘족쇄’ 군공항 문제, 수원·화성 협력 필요할 때

2025-01-06     김인종 · 홍승혁 기자
화성진안지구(화성시 진안동·반정동·반월동·기산동 일대)에서 바라본 수원군공항의 모습 [사진=홍승혁 기자]

경기도가 지난 11월 경기국제공항 건설 후보지로 화성시 화성호 간척지, 평택시 서탄면, 이천시 모가면을 선정한 가운데, 군공항 이전과 경기국제공항 건설 추진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수원시와 화성시는 군공항으로 인해 지난 70여년간 피해를 받아온 지역이다. 두 지역은 오랜 시간 군소음으로 인해 건강과 생활에 불편을 겪어왔으며, 고도제한으로 인해 재산권 피해까지 입고 있는 ‘공동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2025년 을사년(乙巳年)은 푸른 뱀의 해로, 뱀이 가진 뛰어난 생명력처럼 재생과 발전의 의미가 담겼다. 새로운 한해를 맞아 묵은 갈등을 해소하고, 두 지역이 함께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피해 상황과 관련 이슈들에 대해 정리해보기로 한다.

고도제한 완화, 수원·화성 힘 합쳐야
현재 군공항 주변 지역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설정된 ‘비행안전구역’에 속한다. 비행안전구역은 1구역에서 6구역까지 구분되어 있는데, 1구역은 군사시설을 제외한 민간 건축물을 세울 수 없으며 나머지 2~6구역의 경우에는 건물을 세울 수는 있지만 군사시설과의 거리에 따른 고도제한이 적용된다. 활주로와 가장 가까운 둘레가 1구역, 활주로 진행 방향 거리에 따라 2·3구역이 나누어지며 활주로에서부터 양 옆으로 거리에 따라 4·5·6구역이 만들어진다. 비행안전구역 1구역에서는 어떠한 장애물도 설치가 불가능하며, 2·4·5구역에서는 15층 이상 건물 건축을 할 수 없다. 비교적 활주로에서 거리가 떨어진 3·6구역의 경우 50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없다.
문제는 이 비행안전구역에 해당하는 면적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비행안전구역에 해당하는 지역은 수원시 58.44㎢, 화성시 41.33㎢로, 수원시와 화성시 전체 면적의 약 48%, 6%에 달한다. 고도제한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인구만 수원시 약 58만 명, 화성시 약 20만 명에 육박한다.
수원시는 2009년 기준 고도제한으로 인한 재산권 피해액을 약 2조 2481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2030년 기준 수원 내 재건축 대상 노후불량건축물이 약 72%에 달하는 상황이고, 2022년 기준 재개발사업을 추진 가능한 단독주택 등이 약 58%에 이르지만 고도제한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은 개발행위 등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성시도 마찬가지로 고도제한으로 인한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의 ‘공공주도 3080+’ 계획에 따라 발표된 화성진안지구와 화성봉담3지구의 입지가 수원군공항과 매우 인접해 있어 고도제한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진안지구의 경우 지난 2월 국토교통부가 화성시 진안동 일원 452만 5533㎡를 화성진안 공공주택지구로 지정·고시하면서 구상이 발표된지 2년 5개월여만에 본궤도에 올랐지만, 여전히 고도제한으로 인해 15층이 넘는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 지난 2022년 2월 해당 지역 주민들은 수원군공항과 고도제한 문제 해결없는 지구 지정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고도제한 완화를 위한 노력
70여년간 이어져온 고도제한 피해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수원무)과 김준혁 의원(수원정)은 군공항 피해지역의 비행안전 보호구역 내 고도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의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8월 29일과 9월 3일 각각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수원군공항과 인접한 지역이 고도제한으로 인해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낙후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현행 비행안전 보호구역의 구역별 고도제한을 일부 제외 및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염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군사기지법 개정안은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군공항 이전을 건의한 지역에 한해 사실상 비행이 실시되지 않고 있는 지역의 비행안전구역에 대해 고도제한을 해제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김준혁 의원은 대표발의한 군사기지법 개정안에서 군공항 이전 건의 지역에 한해 사실상 비행이 실시되지 않고 있는 지역의 비행안전구역 고도제한을 기존 45m에서 약 300m까지 완화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이번 법안 발의에 대해 “수원의 가장 중요한 교통요지인 수원역 주변 시설 낙후와 구도심지의 공동화 현상을 막는 아주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전국 군공항 피해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지난 10월 25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수원 군공항 주변 고도제한 완화를 위한 국회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공항 인근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와 소음 피해 등을 살피고 이를 위한 법 개정의 필요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김영진(수원병), 백혜련(수원을), 김승원(수원갑), 부승찬(용인병), 염태영(수원무), 김준혁(수원정)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수원시와 수원시정연구원이 주관하여 열렸다. 토론회에는 이재준 수원시장, 지역구의원, 전문가, 시민 등 80여명이 참석하였으며, 최석환 수원시정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장의 ‘수원 군공항 고도제한 완화에 따른 기대효과’를 주제로 한 발표를 시작으로 ‘고도제한 완화 필요성’, ‘고도제한 완화로 인한 기대효과’, ‘수원시 고도제한 완화로 인한 도시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주제로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지난 70년간 수원 군 공항 주변 지역 고도제한으로 인해 지역 발전의 불균형 및 주민 재산권 피해를 초래하였다”라며 “최근 고도제한 완화를 골자로 발의된 군사기지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되어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지역개발 활성화 촉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수원시는 군공항 주변 고도제한 완화 주민설명회인 ‘새로운 시작, 희망토크’를 지난 11월 18일 수원 일월수목원 물빛누리홀에서 개최했다. 이날 희망토크에는 이재준 수원시장, 이찬용 수원시의회 도시미래위원장, 수원시 국회의원, 시의원, 시민단체 및 고도제한 피해지역 주민 등 300여명이 참석해 수원역 주변 및 구도심의 지역발전 저해 요소인 고도제한을 완화하고 도심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을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일상생활 불가 ‘군소음 피해’
군공항 인근에 거주하는 수원·화성 시민들에게 있어 일상생활이 불가할 정도로 고통을 주는 전투기 소음 또한 해결해야할 큰 문제다. 
현재 소음대책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수원시는 세류동, 평동 등 약 14.5㎢, 화성시는 황계동, 진안동 등 약 10.5㎢다. 소음대책지역 중 소음크기에 따라 95웨클(항공소음단위) 이상인 경우 제1종구역, 90웨클 이상 95웨클 미만인 경우 제2종구역, 85웨클이상 90웨클 미만에 해당하는 경우 제3종구역으로 분류된다.
2019년 11월 일명 ‘군소음법’이 제정되면서 최저 월 3만원에서 최고 월 6만원의 보상급 지급이 결정되었으며, 2022년부터 매년 보상급 지급이 이뤄지고 있다. 수원시는 2022년 5만1731명에게 141.1억원, 2023년 5만785명에게 137.8억원, 2024년 4만9523명에게 139.7억원을 지급결정했으며, 화성시는 2022년 2만8361명에게 62.3억원, 2023년 2만9709명에게 68.4억원, 2024년 2만9805명에게 68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수원시와 화성시에서 지급된 보상금을 합할 경우 매년 200억원이 넘는 보상금이 지급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소음피해지역을 구분하는 측정 기준에 따라 실측 데이터가 기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같은 소음피해를 체감하고 있음에도 보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동에 따라 보상 여부가 갈리는 상황까지 나오고 있다.
군 소음에 시달리는 학교 또한 적지 않다. 지난 2021년 경기도교육청에서 발표한 ‘군 항공기 소음 피해 학교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원 군공항 인근 70개교가 군 항공기 소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학교들에서는 민간 항공기 소음 피해 보상 기준인 75웨클 이상의 소음이 측정됐다. 85웨클 이상인 학교가 12개교, 90웨클 이상인 학교도 4개교나 됐다.
화성시에서는 지난 9월과 10월 ‘2024년도 경기도 군소음 피해지역 지원 공모사업’을 통해 소음대책지역 및 군소음 피해지역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했다.
화성시는 9월 24~25일에는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화담숲에서 ‘힐링 숲 체험’ 프로그램을 열고 군소음 피해주민 약 120명과 함께 화담숲 투어와 함께 캔들 만들기 등 아로마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스트레스 해소 및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되는 시간을 가졌다.
또, 10월 11일에는 화성시 안녕동 소재 정조효공원에서 군소음 피해지역 주민들을 위한 ‘우리동네 소곤소곤 영화제’를 개최했다. 이날 영화제에는 약 150명의 가족 단위 참여자들이 잔디밭 위에서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감상했으며, 다른 야외행사와는 달리 외부 음향 송출 없이 헤드셋을 착용해 주변 지역에 소음 피해가 없도록 했다.
아울러, 화성시는 군 비행장 소음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70여년 지역발전 ‘족쇄’ 함께 풀어나가야
군공항 문제는 선거철이 다가올 때면 이슈로 매번 떠오르는 단골 주제다. 지난 10년여 동안 군공항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운 정치인은 많았고, 소강상태였던 지역 간 갈등은 그럴 때마다 다시 재점화되곤 했다. 그러나 군공항과 관련된 문제는 정치논리로 좌우되어선 안된다. 군공항이 존재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각 지자체와 주민들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 수원과 화성 두 지역의 오랜 갈등을 해소하고 70여년 동안 지역발전을 가로막아 왔던 족쇄인 군공항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