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향기] 고유의 전통문화! 설날 세배다례(歲拜茶禮)
2025년 을사년 대망의 한해가 밝아왔다. 해마다 새해 첫날이 되면 집집마다 이리저리 흩어졌던 가족들이 모여 새해 소망을 이야기하고 음식을 차려 서로 나누어 먹는다.
우리의 고유전통문화의 하나인 설날 세배다례는 가족의 위계와 화목을 그 기반으로 삼아 대대손손 예절문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조금씩 그 예절이 변화해 하고 있지만 우리 고유의 문화는 우리가 지켜야 할 책무성이 큰 과제이기도 하다.
바른 예절 속에 건전한 가정과 사회가 이루어져 나가기 때문이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세시 풍속편』을 보면 설은 한 해의 첫날 전후에 치르는 의례와 놀이 등을 통틀어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그러나 설이 왜 설이라고 했는지 그 유래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고 일반적으로 첫째, 삼간다(아무 탈 없이 지내고 싶어 삼가 한다). 둘째, 섧다(해가 지남에 따라 점차 늙어가는 처지가 서글퍼 서럽다). 셋째, 낯설다, 설다(새로운 시간주기에 익숙하지 않다). 넷째, 서다(立歲日:한해가 시작되는 날이라 하여 해가 서는 날)에서 생겼을 것으로 통용되고 있다.
설날 아침에는 조상에게 차례를 지낸다. 차례(茶禮)는 글자 그대로‘차로써 예를 올린다’는 말이다. 즉, 제사(祭祀)에는 밥과 국이 올라가고 술을 올리지만, 차례에는 밥, 국 대신 명절음식(떡국, 송편)과 제철과일을 올리고 차(茶)가 중요 제물로 올라간다. 또 제사에는 신위가 있고 돌아가신 영혼이 집을 잘 찾아오시도록 불을 켜고 문을 열어놓으며 자정이 되어야 지내지만 차례에는 신위가 없으며 이른 아침에 지낸다. 이 때 정성껏 차린 차례상에 차는 없고 술만 올라간다면 이는 주례(酒禮)이지 차례(茶禮)라고 하기가 마땅하지 않는 일이다.
현대 대부분의 국어사전에는‘차례(茶禮)’를 [명절날, 매달 초하룻날과 보름날, 조상 생일에 간단히 지내는 낮 제사]라 하였고, 삼명절(三名節:임금의 탄신일, 정월초하루, 동지)과 육명절(六名節: 설, 한식, 단오, 추석, 동지, 납일)에는 영희전(永禧殿)에 차례를 올리도록 하였다. 실록에는 차(茶)가 놓여 진 진설도가 있고 실제로 천삼백 회 이상 올려진 것으로 나타난다.
설날 대표적 음식인 긴 가래떡(떡국)은 오래 살기를 바라는 장수의 뜻이 있고 어린이 설빔으로 색동저고리는 오방색(五方色)으로 오복을 누리라는 뜻이 담겨있으며 남자 아이들의 연날리기와 여자들의 널뛰기는 겨우내 움츠린 하체가 튼튼하게 하는 놀이다. 특히 연날리기는 섣달그믐 무렵부터 정월 대보름까지‘액연(厄鳶)’이라 하여 연 몸통이나 꼬리에 송액(送厄) 또는 송액영복(送厄迎福) 등의 글자를 써서 액을 멀리 날려 보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설날의 하이라이트는 가족세배다. 설날 아침에는 집안 어른이나 동네 어른 또는 선생님, 선배에게 새해 인사의 절을 올리고 멀리 계신 분에게는 일일이 세배드리기 어려우므로 연하장과 안부 전화를 드리지만, 가족은 부부 맞절과 자손이 어른에게 또는 형제자매끼리 절을 함으로써 서로의 우의를 돈독히 하고 한 해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에서 가족세배를 한다. 세배가 끝나면 어른은 자손에게 덕담을 내리고 설음식과 茶를 나누는 의례를 세배다례라고 한다.
세배다례는, 시집와서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가정을 잘 보살피고 한결같이 무탈하게 살아준 고마움을 서로에게 표현하는 부부맞절(평절)과, 모든 자손들이 다함께 큰절로 할머니 할아버지께 올리는 세배, 그리고 동서끼리 형제끼리 서로 마주보고 가족의 화목과 안녕을 나누는 절(평절)은 일품가족이 아닐 수 없다. 아들형제는 무병장수의 손 편지를 써서 용돈과 함께 부모님께 드리면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손주들에게 덕담과 가훈을 내리고 며느리는 차와 다식으로 그 분위기를 북돋우면 이게 바로 진정한 설의 의미가 아니겠는가.
세배다례는 곧 가족다례이고 정조다례(正朝茶禮)다.
핵가족시대에 살지만 설에는 누구나 마음을 새롭게 다짐하게 하고 늘 곁에서 함께하는 사람에게 그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명절이다. 이번 설에는 조상과 부모와 종가를 찾아 올리는 차례에 반드시 차(茶)가 주인공이 되어 3대가 한자리에서 자칫 소홀히 지내기 쉬운 가족 간의 예절을 익히는 우리 고유의 세배다례로 건강한 가족 형성이 이루어지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