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향기] 금 수저와 흙 수저
이 세상에는 태어날 때부터 부모덕에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어려운 환경에서 겨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현대인들은 이러한 차이를 종종 '금 수저'와 '흙 수저'로 비유하곤 한다.
부모를 잘 만난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이 있듯이, 여유로운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아무래도 삶을 살아가는 데 유리한 점이 많다.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속담처럼, 어려운 환경에서도 본인의 노력으로 큰 성공을 이루는 사람들이 종종 사회의 귀감이 되곤 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시대다. 이제는 웬만한 노력만으로는 금 수저를 능가하기 힘든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훌륭한 부모 밑에서 어려움 없이 자란 자식들 중에 성공적인 삶을 사는 이들도 있지만, 반면에 아무런 목표 없이 방탕한 삶을 살며, 마약이나 불법적인 일에 빠져들어 인생을 망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외국의 재벌 2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다. 부모들은 열심히 일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일부 재벌 2세들은 오히려 망나니처럼 자라난 경우도 있었다. 그 중 한 사례로, 아버지가 아들의 일탈을 보다 못해 용돈을 200달러 감액했는데, 이에 분노한 아들이 아버지를 총으로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이러한 일은 외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모가 사업 자금을 주지 않거나 재산을 물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를 살해하는 사건들이 가끔 발생해 세상을 놀라게 한다.
'효'를 중시해 온 전통 사회에서,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다. 부모님의 말씀이라면 하나에서 열까지 따르는 것이 당연했고, 이를 생명처럼 여겼기에 불만조차 가질 수 없었다. 그만큼 사회 문제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오늘날 우리 자녀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젊은이들이 아이를 적게 낳으면서 외동이가 늘어나고, 귀한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만족시켜 주려는 부모의 물질만능주의적인 양육 태도, 그리고 인성보다는 인지 교육을 우선시하는 가정 및 학교 교육이 오늘날 자녀들을 이렇게 변화시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들은 어릴 때 마치 '백지'와 같다. 누구와 어떻게 그림을 그려 나가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만큼 자녀들의 내적·외적 환경은 중요하다. 어릴 때부터 부모와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자란 아이는 성장해서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제 역할을 잘 할 수 있다. 부모에 대한 신뢰감은 사회에 대한 신뢰감으로 이어져,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부모와의 부정적인 상호작용을 경험한 아이는 부모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비판적이고 열등감을 갖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때로는 사회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가끔 뉴스에서 '묻지마 사건'을 접하면, 자신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들에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반성의 기미조차 없으며,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단지 주어진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또는 자신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 사람에 대한 열등감이 이러한 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물론 어려운 환경에서 모든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열심히 노력하여 좋은 결과를 이루기도 한다. 나 역시 지금 돌아보면 금 수저보다는 흙 수저에 가까운 환경에서 자랐다. 하지만 한 번도 우리 집이 어렵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것은 바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항상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부모님의 엄하고 자상한 사랑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약력
숙명여자대학교 문학박사
수필가, 아동문학가
現 휴넷 사이버평생교육원 교수
現 타라소프트/ 타라월렛 CEO
現. 드림문학회 회장/경기문학인협회 감사 / 문학과 비평 이사
現 경기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과천문인협회 회원
■수상
2006년 《문예비젼》, 《문학저널》 신인문학상(수필)
2012년 《한국시학》 신인상(동시), 경기문학인 대상 수상(수필)
2014년 경기예총상 수상
2021년 문학과비평 대상(수필)
■저서
개인수필집: 2010년 제1집 《별을 헤아리던 밤》
2021년 제2집 《선물》
2024년 제3집《내 인생의 수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