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산책] 거미
보이지 않는 깜깜한 세상
명주실 한입 물고 한 치 오차 없이
나선형 집을 짓는다
샛바람 부는 날은
오지 않는 미래 향해
허공에 그물 던지듯 외줄타기
보이지 않는 손과 발 움직여
귀한 양식 마련한다
태어나기 전에 먹이를 낚고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본능
새벽녘 거미줄에 걸린
저 금빛 이슬 한 방울 물고
거미는 새로운 빛으로 사라진다
시평(詩評)
사람들은 이청재 시인을 강직의 대명사라고 부른다.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할 줄 알며 헌신적 봉사활동으로 주위를 감동케 한다. 하물며 저렇게 여유로운 시구를 표현하다니 얼마나 신선하고 사람냄새가 나는가. 그래서 좋다는 것이다. 진정 자기 삶을 진지하게 드려다 보고, 시 한편에 저렇게 의미 있는 표현을 함축하고 있는 사람을 주변에서 보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녀의 내공이 드러나는 시적 표현이 가히 주변을 사로잡지 않는가.
사람에게는 이처럼 깊은 철학이 분명히 내재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먼저 간 선각자들이 왜 시에 몰입하는지 알 것만 같다. 이 시에서 느끼는 깊은 사유와 삶의 철학은 바로, 그 자신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샛바람 부는 날은 오지 않는 미래 향해 / 허공에 그물 던지듯 외줄타기 / 보이지 않는 손과 발 움직여/ 귀한 양식 마련한다.』는 싯귀와 『태어나기 전에 먹이를 낚고 /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본능 / 새벽녘 거미줄에 걸린 / 저 금빛 이슬 한 방울 물고 / 거미는 새로운 빛으로 사라진다』의문장 하나하나에서 우리에게 주는 커다란 삶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커다란 교훈을 다시금 음미하게 되는 것이다.
<정명희 경기문학인협회장/ 경기산림문학회장>
약력
수원문인협회 신인문학상 수상
수원문인협회 회원
경기문학인협회 이사, 문학과 비평 회원
2023년도 하반기 수원시 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 재능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