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희의 문학광장] 그녀의 반려견 사랑법

2024-11-07     정명희 시인·아동문학가 (경기문학인협회장·경기산림문학회장)
정명희 시인·수필가 / 경기문학인협회장, 경기산림문학회장

 계절의 사분의 삼이 흐르고 있다. 이제 머잖아 한 해도 막바지에 들어 사람들은 아쉬운 마음을 여러 가지 형태로 표출하고 주위를 정리하게 될 것이다. 계절이야 해마다 반복되는 윤회의 과정을 거치기에 마음을 잘 추스르면 그런대로 즐길 일도 많겠지만 인간사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이런 세모의 계절이 돌아오게 되면 외로움은 우리 인간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질병과도 같아 방황을 하게 되거나 칩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사람과 사람끼리 위로 받고 위로를 주는 일이 가장 외로움을 극복하는 답이 되겠지만 자칫 감정에 몰입하거나 주위와의 관계를 소홀히 할 때는 뜻하지 않은 부딪힘이 생기기도 한다.

 요즈음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가족끼리 떨어져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난 것 같다. 어쩌다 반려동물과 함께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무척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표정을 읽게 되곤 한다. 바로 사람에게서 느끼지 못하는 위로를 반려동물로 인해 받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다. 사람에게서 느끼지 못하는 따스하고 포근한 정서를 반려동물로부터 찾는다면 아주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몇 년 전 새해가 시작되는 첫 날 아침, 느닷없이 띠동갑인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연배차이가 있지만 자주 식사도 하고 영화도 보고 그녀의 남편과도 거리낌 없이 합석을 자주한 사이다.  
 그녀는 신년인사도 없이 기르던 강아지가 죽었다며 강아지 장례식을 하고 왔다고 했다. 신년 첫날인지라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장례식장에서 한 없이 울었다고 하니 마음이 찡하고 울렸다. 얼마나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면 새해 첫날 차례를 지내는 집에 전화까지 할까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한참동안 장례식을 치른 경과를 전해들은 적이 있었다. 지인은 아기가 없어 반려견을 기르게 되었으니 오죽 하랴 싶었다. 애견 장례식장에는 검은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기르던 애견 이름을 부르며 서럽게 통곡을 했다고도 했다. 죽은 애견에 대한 애도를 얼마나 경건하게 하는지 본인도 놀라웠다고 하며 분위기에 젖어 자신도 똑같이 가족이 죽은 것처럼 서럽게 울었다고 했다.   
 사람들처럼 똑 같은 장례의식으로 진행되고, 화장을 한 뒤에는 남편과 같이 인근 산에 가서 땅을 파고 묻어 주었다고 했다. 장소를 기억하기 위해 십자가도 만들어 세워 주었다고 했다. 그 때문에 얼마간 마음이 아플 것이라고 하여 병이 날까봐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그 전에 가끔 그녀의 집에 들리면 꼬리를 치며 반가워하던 강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해서 뭉클한 감정이 솟아 올랐다.
 그런데, 이번에는 함께 활동하는 회원의 반려견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녀는 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뒷다리를 쓰지 못하는 반려견을 집으로 데려와 기르고 있다고 했다. 그 때는 정성껏 치료를 하고 간병을 한 덕분에 유기견은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며 좋아 했는데, 이제 또 다시 걷지도 못하고 음식을 먹지 못해 죽을 것만 같다고 걱정을 했다. 서울대학 병원까지 가서 진찰을 받고 경과를 봐야 된다고 하며 분주하게 병원 갈 준비를 했다. 경비가 일반 사람들보다도 더 비싸게 들어가는 데도 하던 가게를 닫고 며칠씩 서울에 오고가곤 했다. 자식보다도 더 측은하게 생각하며 아직은 몇 년 더 살아야 한다고 하며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걱정스런 표정을 보며 건강할 때의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질병에 걸렸을 때도 똑 같이 관심을 가지고 케어해야 할 작정이 아니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지난 후 다행히 반려견은 정신을 차리고 걷지 못하는 뒷다리는 지지대를 해주어 걷는 것은 무리가 없다고 했다. 물론 걸을 때 마다 걸을 수 있는 보조기구를 차야 하지만 그 마저 다행이라고 했다. 
 그녀의 정성스런 마음이 목숨을 살린 것 같아 감동이 되었다. 오늘도 그녀는 식장에서 아픈 반려견을 위해 남은 음식물을 챙기고 있다.

 그동안 반려동물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살았지만, 이런 사례를 접하면서 앞으로는 반려동물에 대한 의식 및 환경개선에도 관심을 높혀야 되겠다는 생각이 가득 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