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산책] 제주 고살리 숲길
2024-08-23 홍인선 시인
태고의 신비가 느껴지는 고살리 숲길을 걷다 보면
숲의 정적을 깨는 딱따구리 소리도
목관악기 연주 소리로 들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는
새댁이 내는 스란치마 소리처럼 은밀하게 들려
숲속의 향기가 마음을 정갈하게 한다
태고의 정적이 느껴지는 고살리 숲길을 걷다 보면
정겨움 물씬 풍기는 돌담이 내게 말을 전하고
편백나무 도열하여 숲길의 체온 느끼며
옛 집터 입구에 몇백 년 동안 자리 잡은
산귤나무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제주 서귀포 쇠소깍 윤슬만큼 아름답다
태고의 화산이 느껴지는 고사리 숲길을 걷다 보면
청솔모가 반갑게 꼬리 흔들며 눈짓하고
화산석송이와 돌이 섞인 바닥을 밟을 때
퉁, 퉁, 퉁 북소리 들려와
숲의 이끼와 바람과 햇빛과 향기로 인해
속세에 찌든 혼은 들숨과 날숨으로 정신이 맑아 온다.
약력
수원문인협회 회원
2023년 수원문학 ‘시’ 등단
시낭송가
좋은시바르게낭송하기운동본부 운영위원
한국낭송문예협회 이사
정왕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