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때때로

2023-08-14     최종월 시인

플라스틱 뚜껑에 내장 드러낸 간재미가 누웠다
바다는 뒤돌아보지 않고 이미 수평선으로 떠났다

눈물은
행복을 기억하고 있어야 흘릴 수 있는 거야

세상으로 나온 속내들이 낮은 무덤 하나 이루었다
목쉰 선장 부인이 목청을 높인다
맛있어요 국물이 시원해요

목숨은
물려주고 물려받은 자리에 움이 돋는 거지

사라지는 게 아니야 이어달리기야

갓 태어난 새끼들에게 내장 한 개씩 토해 먹이고
마지막 몸을 내어주는 두미콜라 거미
새끼들이 오글거리는 집

목숨은 그렇게 피어나는구나
노랑바래기버섯처럼
불빛처럼

때때로
어판장을 흐느적거리다가 돌아 나오는 횟집 골목
수족관 활어 꼬리가 내 지느러미를 툭 친다

 


최종월 시인

약력

김포출생
2011년 문학시대로 문단에 나옴
「김포문학상」,「경기예술인상」,「계간문예작가상」,「청록문학상」
시집 『반쪽만 닮은 나무 읽기』,『사막의 물은 숨어서 흐른다』,『좽이 던지는 당신에게』,『나무는 발바닥을 보여주지 않는다』등이 있으며, 인송문학촌 토문재에서 집필활동을 했다.
 

 


박하잎 작가의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