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여울]돌아본 그 시절

2023-05-19     권점늠 시인

별도 잠든 고요한 새벽
아궁이 불 지펴 따끈한 아침상
어린 자식 두 눈엔 졸음이 번지네

덜커덩 경운기 밭과 논 누비고
하루해 짧게만 느껴지는 일상
땅거미 바라보며 집을 향했지

콧물 눈물 범벅된 아이들
차례대로 목욕시켜 잠자리에 눕히니
둥근 달은 문 앞을 서성이고

내일 일할 욕심에 반찬 만들고
밀린 빨래 정리하고 하늘 보니
깊은 밤 저 달은 반쯤이나 기울어졌네

현실에 충실하며 살아온 시간
돌아보니 그때가 행복한 날
생각하니 소중한 추억이었네
자연 속 풍경 같은 시절이었네


권점늠 시인

약력
수원문인협회 회원
 『시민문학』수필등단
 『한국문학예술』시조 등단
 수상 : 『새농민』수필공모 대상
 사는 곳 : 수원 팔달구 세자로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계간문예이사

 


시평 詩評

오랜 시간을 갈고 닦아 시문詩門에 들어 온 권점늠 시인의 시는 농익은 삶의 단편을 시로 표현하는 것 같다. 그의 족적으로 보아도 수필이면 수필, 시조면 시조를 시작으로 해서 그 정점을 시로서 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이란 그렇게 익어가야 한다. 나이가 들고 세상일들을 알아가는 것이 서툴지 않을 때 쯤, 이제는 세상을 다시 관조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누가 보아도 마땅하다고 생각될 때쯤 피토하듯이 시를 분출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시인의 삶이라고 볼 수 있다. 권점늠 시인의 이번 시에서 알아 볼 수 있듯이 시제부터 가늠이 가는 대목이다. 그녀의 마지막 시연을 보라. “현실에 충실하며 살아온 시간/ 돌아보니 그때가 행복한 날/ 생각하니 소중한 추억이었네”로 마무리되는 그녀의 돌아본 지난날이 얼마나 지고지순한지 앞으로 그녀의 시의 행보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풍경 / 정명희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