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00조 초대형 투자…세계 최대 ‘반도체 단지’ 만든다!
용인 남사면 일대 ‘세계 최대 규모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삼성 300조 규모 투자… 팹리스·파운드리 시장 반전 승부수 띄워 약 160만 명 고용유발, 700조 원 직·간접 생산유발 효과 기대돼 道 ‘반도체 지원 전담조직’ 가동… 인허가·인력양성 등 총력 대응
◆ 삼성전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300조 투자
삼성전자가 정부의 국가첨단산업벨트 육성 전략에 발맞춰 용인 남사면 일대 710만㎡에 20년간 30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투자 결정에 따라 300조 원이 투자되면 160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700조 원의 직간접 생산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 15일 300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민간 투자를 유치해 수도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 계획을 통해 기존의 기흥, 화성, 평택 반도체 공장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이어진 반도체 생태계를 구성함으로써 메모리반도체 분야 초격차를 확대함과 동시에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과 더불어 국내외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업체를 비롯한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등을 최대 150개를 유치해 반도체 분야의 밸류체인을 갖춘 세계적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이날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해 “새롭게 만들어질 신규 단지를 기존 거점들과 통합 운영해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며 “대한민국 미래 첨단 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글로벌 전진 기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현재 5나노 이하 파운드리 양산이 가능한 기업은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두 곳이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하였으며, 3나노 GAA 기술에 MBCFET(멀티브릿지패널FET)구조를 적용하는 등 고성능 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까지 계획 중에 있다.
TSMC는 6개월 가량 늦은 지난해 12월 3나노 양산을 시작했지만 3나노 공정까지 기존 핀펫(FinFET) 구조를 유지하고 2나노 이하부터 GAA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그 사이 초미세공정에서의 기술 경쟁력을 축적하여 반도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집적도가 24개월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을 넘어선 ‘비욘드 무어(Beyond Moore)’ 시대를 이끌기 위해 첨단 패키지 (Advanced Package) 기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DS부문 내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기술에 집중하는 AVP사업팀을 신설하는 등 사업부 간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이같은 기술 우위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생산능력(Capacity)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규모의 경제’의 대표격인 산업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 산업에서 TSMC와의 격차가 좀처럼 줄어들고 있지 않은 것 또한 파운드리 규모, 즉 생산능력의 격차가 가장 큰 이유로 손꼽힌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지난 1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매출은 직전 3분기 대비 3.5%, 1.0%씩 줄어든 53억 9100만 달러와 199억 62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시장점유율에서는 삼성전자가 15.8%로 0.3%p 상승에 그쳤으나 TSMC가 56.1%에서 58.5%로 2.4%p 상승하면서 지난해 3분기 40.6%p 였던 격차는 42.7%p로 더 벌어졌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완료되면 삼성전자는 5개의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확보하게 돼 그동안 TSMC와의 경쟁에서 약점으로 평가받던 생산능력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운드리 산업은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만큼, 이번 용인 클러스터에 대한 투자 발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분야에 있어 적기라는 평가다.
한편, 정부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를 포함한 15개 신규 국가산업단지 후보지의 사업시행자를 4월 중 결정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이르면 2026년부터 신규 국가산업단지가 착공에 들어갈 수 있도록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신규 산단 조성을 위한 ‘범정부 추진지원단’을 구성해 지난 31일 첫 회의를 개최하는 등 클러스터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경기도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원하기 위한 ‘반도체 지원 전담 조직(TF)’를 23일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 15일 정부의 발표 당시 전담 기구(TF)를 즉시 구성하겠다고 약속한지 8일 만이다.
전담조직은 단장인 염태영 경제부지사를 중심으로 부단장인 미래성장산업국장이 이끌게 되며, 국가산단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관련 실국장, 용인시 부시장,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이 참여해 인허가 등 행정적 지원을 담당하고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등 관계기관이 참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업 대표로 참여한다. 경기도는 인허가를 비롯해 핵심인력 양성, 팹리스 클러스터 조성, 해외 선도기업 유치, 소부장기업 지원 등 경기도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총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대만, EU 등 세계 곳곳에서는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적극 지원하기 위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은 자국 반도체 설비투자 기업에 25% 세액 공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대만은 반도체 연구개발(R&D) 투자 비용의 25%를 세액 공제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가 글로벌 공급망의 무기로 부각되고 투자 유치를 위한 각국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경쟁국 수준으로 세제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업계에서는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30일 국회에서도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반도체 산업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K칩스법이 통과됨에 따라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설비투자를 할 경우 세액공제율이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각각 확대된다. 반도체 외에도 국가전략 기술로 이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 수소,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이 명시돼 각 업계에서도 환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직전 3년간 연평균 투자 금액 대비 투자 증가분에 대해서는 올해에 한해 10%의 추가 공제(임시투자세액공제) 혜택도 주어져 대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35%에 달하는 투자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이번 법 개정에 따라 확정된 반도체 투자 세제 지원이 미국 등 반도체 강국과 비교해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K칩스법 통과로 용인에 300조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삼성전자는 15%로 단순 계산해봤을 때 45조 원의 세금 감면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 반도체 생산라인을 하나 만드는데 약 30조 원이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액공제를 바탕으로 반도체 생산라인을 1기 더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4월 초 공포될 예정이며, 정부는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국가 전략기술과 사업화 시설을 추가로 선정하는 등 후속 시행령·시행규칙을 마련할 계획이다.
경제단체들도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올해 1분기 최악의 적자가 전망되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미중 패권경쟁 심화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는 등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 반도체 산업은 한국 국가경쟁력의 핵심이자 안보자산으로, 기업차원을 넘어 국가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기업들이 위기 속에서도 시의성 있게 투자해 장기적으로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쉽을 강화하고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신성장·원천기술과 일반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도입함으로써, 글로벌 경기침체로 냉각된 우리기업들의 투자심리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