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사람의 높이

2022-07-08     강경호 시인

휘늘어진 앵두나무가지를 쳤다

사람의 손이 닿지 못하는 높이가 되었다

그러자 티벹 벌꾼 같은 누군가가

사다리를 타고 앵두를 따는데

새끼를 키우는 직박구리 한 쌍 날아와

한나절 시위를 하느라고 봄날이 수선스럽다

 

앵두나무 아래에선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사람의 높이가 있다는 걸 모르는

사다리를 치워버렸다.

 

인송문학촌 토문재

강경호 시인

약력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1996년 계간 《시와사람》을 창간하였으며,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수상/ 시집 『함부로 성호를 긋다』, 『휘파람을 부는 개』, 『잘못든 새가 길을 낸다』 외, 문학평론집 및 연구서 『휴머니즘 구현의 미학』 『최석두 시연구』, 미술평론집 『영혼과 형식』 등/현재 계간 《시와사람》 발행인 겸 주간.